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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 하는데도 차별 대우” vs “공무원 시험 봐라”

입력 : 2019-07-04 06:00:00 수정 : 2019-07-04 0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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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비판·격려 목소리 교차
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정규직 전환 약속지켜!’라고 적힌 대형 공을 굴리고 있다. 연합뉴스

“요즘 교사 되기가 얼마나 힘든데, 억지 좀 그만 써라.”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비정규직 없는 나라를 만들어주세요.”

 

3일부터 시작된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을 두고 이처럼 엇갈린 반응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관련 단체들의 모임인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지만, 이들의 파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대체로 곱지 않다. 반면 교육계 일각에서는 지지와 연대 의사를 밝히는 사례도 잇따르는 등 여론이 양분됐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전북혁신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한 아이가 점심으로 받은 빵과 주스를 만지고 있다. 전주=연합뉴스

◆“영양사 20년차와 1년차 월급 차이 ‘60만원’”

 

학교 비정규직들은 여전히 정규직인 교사·교육공무원들과 비정규직들 간 차별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임금이다. 학비연대는 각 시·도교육청과의 단체교섭에서 ‘현 정부 임기 내 정규직 임금의 80% 실현’ ‘교육공무직제의 법적 근거 마련’, ‘단체교섭 제도 개선’ 등을 요구했다. 이 가운데 견해 차가 컸던 게 바로 임금이다. 학비연대에 따르면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은 공무원 최하위 직급의 70% 수준에 불과하다. 학비연대는 이를 80%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전 직종 기본급을 6.24% 인상하고, 근속수당과 복리후생비 등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2019년 서울특별시교육청 소관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수당 업무지침’ 중 ‘[붙임1]2019년 교육공무직원 급여표’. 서울시교육청 제공

특히 업무에서 뚜렷한 차이가 없는 일부 직종에서까지 이 같은 차이가 존재해 반발이 크다. 한 예로 학교 급식 관련 업무를 하는 영양사의 경우, 영양교사와 별반 다른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연봉과 수당 등 차이가 상당하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기준 20년차 영양사의 월급은 278만3640원으로, 1년차의 216만6140원과 불과 60만원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처럼 인상폭이 작아 영양사 1년차는 9급 공무원 연봉의 86% 수준으로 받는 반면, 21년차가 되면 66.3%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이는 근속수당이 공무원의 4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학비연대는 설명했다.

 

임금뿐만 아니라 공무원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감정적인 차별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서울지부가 지난달 조합원 4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79.0%가 ‘비정규직이어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상사가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다’거나 ‘하대하는 호칭으로 부른다’는 대답은 각각 52.5%, 42.5%로 나타났다.

 

◆비판의 핵심은 ‘시험 통과 여부’… 이견 분분

 

이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 기사 댓글란을 보면 학교 비정규직들의 총파업에 비판적인 의견이 대다수다. “엄연히 공무원 시험(또는 임용고시)이 존재하고, 업무 특성상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일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규직이 되고자 떼를 쓰고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인 이모(33·여) 교사는 “교육공무직(학교 비정규직) 분들의 주된 업무는 교사 지원”이라며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을 한다고 해도 정당한 절차(시험)를 거쳐 힘들게 교사가 된 사람들과 동일한 자격이나 처우를 요구하는 건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이른바 ‘급식대란’이 벌어진 3일,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대체 급식으로 제공된 빵과 에너지바 등으로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학교 비정규직 상당수가 정년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이미 전환됐고, 임금 인상도 계속돼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누리꾼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줬더니 이제는 공무원을 시켜달라고 하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3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는 박모(28)씨는 “나는 무기계약직만 돼도 여한이 없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해 안명자 전국교육공무직본부장은 이날 YTN 인터뷰에서 “우리는 공무원이나 교사를 시켜달라는 게 아니고, 고용이나 처우가 일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직제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에 일선 학교현장에서는 이날 파업을 지지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학비노조 경남지부에 따르면 경남 의령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격려금을 담은 봉투를 건넸다고 한다. 이 봉투에는 “총파업을 지지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우지 않는 자를 남이 도와줄 리 없다”, “조심해서 잘 다녀오십시오” 같은 응원글도 적혀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가정통신문을 통해 이번 파업의 목적을 소개하고 배려와 지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진보성향 단체들 역시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나섰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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