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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안되면 장사 접으라고요?"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1-14 05:00:00 수정 : 2019-01-12 20:5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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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경기불황, 치솟는 임대료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자 소득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빚은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내몰린 이들이 적지 않은데요.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될 경우 경쟁에서 밀려나는 자영업자가 더욱 늘어나고, '대출 부실화'로 이어져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등의 '2018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가구당 부채는 1년 전 수준(1억189만원)보다 250만원(2.5%) 늘어난 1억439만원에 달했는데요. 상용근로자(8888만원)와 임시·일용근로자(3350만원) 부채 규모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입니다.

자영업자가 금융권에서 빌린 대출 규모는 이미 6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요. 한국은행의 '2018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590조7000억원으로, 2017년말(549조2000억원)에 비해 41조5000억원(15.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3~4분기에도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약 650조원에 다다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상당수 자영업자, 수익성 낮은 영세업종에 내몰려…연이은 경기 악화로 폐업 속출

문제는 자영업자가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2017년 기준 자영업자의 가구소득은 평균 6365만원으로, 전년(6232만원)보다 133만원(2.1%) 증가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같은 기간 임금근로자(상용·임시일용직) 가구소득 증가율이 평균 5.2%로 나타났는데, 이보다 절반 가량 적게 늘어난 셈입니다.

국회예산정책처 권일 경제분석관이 분석한 '자영업자 가구와 근로자 가구간 소득차이 및 빈곤위험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1~1996년에는 자영업자 가구 소득 수준이 근로자 가구에 비해 0.8% 놓았으나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역전된 이후 지속 벌어져 약 2.6~11.3% 정도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자영업자 A씨는 "매출 반 토막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비할 정도로 상당히 많이 줄었다. 자주 찾던 고객이 오랜만에 와서는 '자기 주머니 사정이 얇아져 그동안 못 왔다'고 말한다"며 "나와 경쟁하는 주변 업체는 손님이 더 없다. 이 상황에 최저임금 급격하게 올리라는 건 사실상 사망선고와 다름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취업을 할 수 없어 먹고 살기 위해 사업에 내몰린 이들입니다. 속칭 말이 좋아 사장이지 월급쟁이 보다 못 버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경기가 좋으면 최저임금이 올라도 감당할 수 있는데요. 경기가 안 좋은데 최저임금만 급등해 각종 비용이 늘어나고, 매출은 경기가 안 좋아 줄어들며, 임대료는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자영업자 B씨는 "문제의 본질은 정부의 개입이 너무 많아 의도치 않은 각종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만 해도 기업이 잘 되고 일할 사람이 없으면 임금은 자동으로 상승한다. 2년만에 30% 인상의 부작용은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에도 정부가 밀어부친 게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우리나라 자영업 대부분이 수익성이 낮은 영세 업종에만 몰려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은퇴를 맞은 5060대 베이비부머 세대가 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치킨전문점, 편의점 등 음식업이나 도소매업·부동산업·숙박업 위주의 생계형 창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인데요. 한 통계자료를 보면 전체 자영업 가운데 이들 업종의 비중이 약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좁은 시장에서 취약한 업종의 자영업자끼리 경쟁하는 구조다보니 경기불황이 심해지면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자영업의 가장 큰 문제는 장사 자체가 안 되는 것"이라며 "단기 지원 수준의 미봉책만으로 자영업 문제는 해결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상공인 매출 부진, 소득 감소는 구조적인 문제…단기간 내 개선 어려워

자영업 매출 부진과 소득 감소 추세는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에 정부가 위기에 빠진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해 전방위 대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당국도 2조6000억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 2% 수준의 저금리 자영업 대출을 1조8000억원 규모로 공급하고, 6000억원 규모의 보증지원도 실시한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자영업자 수는 563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2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10.4%) △독일(10.2%) △미국(6.3%) 등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우리 경제에서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은 매우 크지만, 경쟁 심화와 비용 부담 가중 등으로 인해 시장에 진입했다가 폐업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실제 2016년 기준 개인사업자 창업률과 폐업률은 각각 18.2%, 13.9%로 매년 개인사업자 7명중에 1명이 폐업하는 상황인데요. 금융당국이 2조6000억원대 자영업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은 이유입니다.

다만 자영업자 금융권 대출이 400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2조원대 금융지원이 효과가 있겠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는 매년 불어나고 있는데요. 전체 금융권의 개인사업자대출은 2015년말 274조원에서 2016년 307조원, 2017년말 354조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했으며 지난해 9월말 기준 390조원까지 늘었습니다.

자영업 전문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미봉책에 불과한 금융지원은 현 자영업 구조를 더 고착화시킬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권리금 포기하고 장사 접으려고 해도 남은 임대기간이 발목

대부업 대출자 가운데 자영업자 비중이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경기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가계대출 규제로 대출길이 막힌 자영업자가 점차 밀려나는 모양새인데요. 올해부터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돼 자영업자들의 대부업 이용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8년도 상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 거래자 중 24.1%가 자영업자로 조사됐습니다. 대부업 이용자 4명 중 1명은 자영업자라는 것인데요. 더 큰 문제는 최근 들어 자영업자 비중이 빠르게 솟았다는 점입니다.

2017년 6월의 경우 대형 대부업 이용자 중 자영업자 비율이 18.8%에 그쳤지만, 2017년 12월 21.6%까지 오른 뒤 지난해 상반기에는 25% 육박하는 수준으로 높아졌습니다.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마지못해 대부업 대출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빚을 지고 가게를 차렸지만 경기 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 악조건이 겹쳐 경영사정이 나빠지고, 은행에서 더이상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지면 대부업권을 찾게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실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나면서 자영업 고용 지표도 나날이 악화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11월까지 자영업 취업자 수는 단 세 차례만 제외하고 1년 전보다 줄었습니다. 6월부터 11월까지는 예외없이 계속 '마이너스(-)'입니다.

자영업자 경영 사정이 좋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가계대출 시장을 옥죄고 나서 대부업 대출을 찾는 자영업자가 더욱 늘어난 것으로 관측됩니다.

소상공인 C씨는 "나날이 상황이 악화되어 결국 직원 내보내고 혼자 하루 13시간 이상 꼬박꼬박 일해도 최저임금은 커녕 매달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며 "돈이 없으니 광고는 엄두도 못 내서 권리금 포기하고 장사 접으려고 해도 남은 임대기간이 발목을 잡는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설령 장사를 접어도 임대료는 매달 내야한다. '능력 안 되면 장사 그만두라'고 막말하는 이들은 폐업은 마음대로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남의 일이라고 쉽게 함부로 말하면 안 된다. 정말 자영업자들에게는 최악의 정부, 최악의 나라"라고 울먹였습니다.

◆심야시각 문닫는 매장 늘어…일자리도 그만큼 감소

올해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0.9% 인상된 시급 8350원으로 적용되면서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과 식당 등이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 최저임금 인상 등이 겹치면서 이윤이 나지 않는 심야시간대 영업을 포기하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는 것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최저임금은 시급 8350원이 적용됩니다. 최저임금을 일급으로 환산(8시간 기준)하면 6만6800원이며,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 40시간제의 경우(유급주휴 포함·월 209시간 기준) 174만5150원입니다.

지난해보다 일급은 6560원, 월급은 17만1380원 인상됐는데요. 특히 올해는 주 15시간 이상 근무 시 1주일에 하루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55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1주일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한 노동자에게 1주일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주어야 하며, 이를 주휴일이라 합니다. 주휴수당은 이 주휴일에 하루치 임금을 별도 산정하여 지급해야 하는 수당을 말하는데요. 주휴일은 상시근로자 또는 단기간 근로자에 관계 없이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근무한 모든 근로자가 적용 대상이 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상공인들은 직원 수를 축소하거나, 영업시간을 줄이고 있습니다.

최근 한 알바포털이 전국 자영업자 회원 240명을 대상으로 ‘2019년 최저임금 인상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가량(47.3%)이 기존 직원의 숫자를 줄이거나 신규 채용 계획을 취소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알바생 채용이 많은 24시간 패스트푸드점이나 커피전문점 등도 영업시간 감축에 나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야영업을 포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매출은 줄어드는 데 비해 운영비용은 급증하면서 심야영업 손실폭이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되면서 심야시각이 낮보다 손님은 적은데 인건비는 더 나가는 시간대로 변한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이 더 인상된 올해 밤에 문을 닫는 매장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과 무관한 자동화 열풍에 최저임금 인상발(發) 자동화 열풍까지 가세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한 고용대란은 끝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심야시간대 문을 닫는 곳이 증가할 경우 그만큼 일자리도 사라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올해 자영업자 폐점이 속출할 수 있다는 항간의 우려는 정말 기우에 불과한 것일까요?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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