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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접대부 있는 술집 데려가달라" 지방의회 일탈 견제장치 없나?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9-01-14 05:00:00 수정 : 2019-01-16 21: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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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해외 연수 도중 현지 여행 가이드에게 여성 접대부 알선을 요구한 것도 모자라 주먹까지 휘두른 경북 예천군의회 의원들의 추태가 연일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를 보면 한 군의원이 버스 안에서 갑자기 가이드 팔을 비틀고 얼굴을 때리는 장면이 생생하게 나오는데요. 의회가 폭행 논란을 사과하는 자리에서 '박 의원이 손사래를 치는 과정에 가이드가 잘못 맞았다'고 했던 변명이 거짓해명이었다는 사실에 국민들의 분노는 더욱 불타올랐습니다.

지방의원의 이같은 일탈행위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해외연수를 지방의원 가족이나 친인척 소유 여행사에 발주하는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일정은 시찰을 빙자한 관광으로 대부분 채워지고, 해외 현지에서 성매매도 심심치 않게 이뤄진다는 여행업계 전언에 시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지방의회 폐지' 여론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의회 의원들의 일탈 행위는 성추행, 갑(甲)질, 음주운전 등 다양하다. 문제는 구성원의 이같은 일탈 행위를 다루는 지방의회 징계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요.

현행법상 지방의원을 제명, 출석정지, 경고 등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으나, 제명을 빼면 모두 경징계에 불과합니다. 일탈 행위 당사자들이 소속 정당을 탈당하거나, 정당이 제명해버리면 정당 차원의 징계도 불가능해지는데요. 추후 파문이 가라앉고 사태가 수습된 뒤 조용히 복당하면 사실상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지방의회는 외부적으론 시민사회 감시가 느슨하고, 내부적으론 통제와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입니다.

전문가들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징계를 근절하려면 지방의원 선출권뿐만 아니라 징계권도 주민에게 줘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민이 일탈 의원을 지금보다 쉽게 소환할 수 있도록 주민소환 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피해자인 가이드 A씨가 지난 8일 공개한 박종철 예천군의원(가운데)의 폭행 장면. 지난달 23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박 의원이 버스 안에서 A씨를 향해 주먹질하고 있다.
경북 예천군 의원들이 해외에서 가이드를 폭행하고, 여자가 있는 술집에 데려다 달라고 요구하는 몰상식한 추태를 부려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지방의원의 일탈이 더는 묵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시민들은 "지방의회가 왜 필요하냐, 당장 없애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요.

윤리강령을 위반하거나 사건·사고에 연루돼 징계 대상에 오르내리는 지방의원들의 행태는 정권이 바뀌어도 여전한 현실입니다.

◆"일탈 일삼는 지방의회 의원, 주민들이 소환? 산 넘어 산"

지방의회에 부정청탁과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처리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47개 지방의회(1만9744명)에 대한 2017년 청렴도 측정 결과를 최근 발표했는데요.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방의회 평균 종합청렴도는 10점 만점에 6.11점으로, 최근 3년간(2015~2017년) 6점대 초반에 정체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지역주민의 지방의회 불신이 개선되지 않고 있었는데요. 공공기관 573곳의 종합청렴도(7.94점) 보다도 매우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청탁금지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지자체 공직자와 지방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부당한 알선·청탁에 대한 인식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의정활동 과정에 지연과 혈연, 학연 등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처리도 여전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청렴도는 5.74점으로, 공공기관(8.52점)과 자치단체 평균(8.08점) 보다 2점 이상 낮았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방의회는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해당 의원 징계에 소극적인 데다 솜방망이 징계에 그치다 보니 법 개정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따른 의원 징계는 △제명(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30일 이내 출석정지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의원직을 잃는 '제명' 처분을 빼면 사실상 경징계에 불과합니다. 이런 경징계조차도 이미지 타격으로 받아들이는 정치인들 입장에서 처벌 법안 개정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의회 내에 윤리심사를 위한 외부 자문위원회를 마련하는 방안도 법적 구속력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칠 경우 실효성이 적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혈세 낭비' 외유성 해외출장 논란…지방의회 무용론 활활

일부 지방의원의 해외 연수는 도마 위에 오르곤 합니다. 문제는 호된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매년 반복된다는 점입니다.

외유성 해외여행이라거나 '혈세 낭비'라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지방의회 무용론마저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 연수에 대한 구설이 번번이 이어지면서 성난 민심도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지방의회의 관련 규정 강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건 해외 연수를 단순히 '관광'으로 보는 시각이 사회에 만연한 탓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선진 시책 벤치마킹은 뒷전이고, 결과보고서도 '맹탕'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목적에 맞는 대상지와 면담자를 선정한 후 해외 연수를 다녀오고 사후 검증을 철저히 해야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난 4일 해외연수 중 가이드 폭행 및 여성 접대부 요구 등의 논란을 빚은 경북 예천군의회 의장단이 사과를 하고 있다.
비단 해외 연수가 아니어도 지방의원의 몰상식한 갑질 행태는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시·군청 직원들에 대해 터무니없이 위세를 부리는 것은 물론, 의정활동을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려는 꼼수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상당한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지방의회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확산하는 이유인데요. 이렇다 보니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본래 의미도 퇴색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적지 않습니다.

◆지방의원 공천제도 근본적인 변화 필요…기초의원 수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도

해외연수 추태로 물의를 빚은 예천군의원 의원직을 박탈하기 위해서는 주민소환제 실시가 필요하지만, 오는 6월까지는 시행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주민소환법은 불필요한 남용을 막기위해 임기를 시작한 지 1년 미만인 지방의원에 대해서는 소환투표 청구를 제한하고 있어 7월에 가서야 소환제를 추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인데요. 2007년부터 도입된 주민소환제에서 11년 동안 94건이 추진되었지만, 실제 투표가 실시된 경우는 11건에 불과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초의원 선거제도는 해당 선거구에서 2명씩 선출하는 중선거구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거대 양당이 지방선거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아 유력 정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식은 죽 먹기라는 게 정치권의 전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원 공천제도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아직도 지방의원에 대한 실질적 공천권은 사실상 지역위원장이 행사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의원 수 자체가 너무 많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예산만 축내고 있다는 것인데요. 특히 기초의원 수는 불필요하게 과다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현재 기초의원 수는 2894명이나 되지만, 이들이 정확하게 언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이처럼 신뢰받지 못하는 지방정치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할까요? 관련 제도 개선, 처벌조항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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