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로밍요금제보다 현지 통신사의 ‘유심’을 쓰거나 무선랜 기반의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하는 해외 여행객을 붙잡기 위해 ‘해외 로밍통화 무료’ 서비스 도입 등 앞다퉈 해외로밍요금제를 개편하고 있지만 소비자 시선이 곱지 않다. 현지에서 이용 가능한 로밍서비스의 질 등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한 후 소비자가 서비스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데이터로밍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국내에서 가입한 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현지 통신사 망을 통해 이용한다. 제휴 통신사가 여럿일 경우 단말기가 가장 잘 수신하는 통신사의 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통신사의 서비스 영역(커버리지)과 속도 등 세계 대부분 나라의 통신 인프라의 질이 우리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등 해당 국가와 지역 사정에 따라 통신 장애발생이 잦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는 통신사 측 안내만 믿고 로밍서비스를 구매한 뒤 해외 여행을 간 사람 중 정작 현지에서 접속 제한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 끊기거나 여행지 정보 등의 검색, 조회, 통번역 서비스를 제 때 이용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귀국해서 환불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통신사들은 제휴 통신사의 커버리지 등 현지의 사정 등에 따라 데이터 접속이 됐다 안 됐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숙지시키지 않고 마치 국내에서와 같이 편하게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하면서 로밍서비스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8일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조차 통신 시장과 환경, 조건이 우리나라와 달라 데이터로밍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내용을 고객들에게 고지하면 영업이 안 되니 통신사들은 그런 얘기를 쏙 빼고 판매하는 것”이라며 “판매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신뢰하고 해외 나갔다간 골탕만 먹게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안내 내용에 합리적 의심을 하고 서비스의 질 담보가 되는지 등을 물으며 필요하면 녹음도 해서 문제 발생시 책임을 묻는 근거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이어 “소비자 권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인데 선택한 권리는 알 권리에서 나온다”며 “알 권리는 소비자의 권리이자 의무로, 상품·서비스 공급자들은 소비자가 판단하고 검증해서 선택, 구매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꼼꼼히 안 보는) 계약서 약관뿐 아니라 말로 명확하게 관련 정보를 충실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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