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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들의 해외 데이터 로밍 얌체 상술…해외 나간 소비자들 분통

입력 : 2019-01-08 09:49:45 수정 : 2019-01-08 11: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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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인프라 질이 떨어지는 국가의 경우 장애발생 빈번 / "데이터 무제한 믿은 나만 바보가 된 셈" 소비자 분통 직장인 박모씨는 지난 연말 동료 여러 명과 중앙아시아 국가로 3박4일 일정의 출장을 갔다가 스마트폰 데이터 접속 장애로 낭패를 봤다. LG유플러스 가입자인 그는 출국 전 인천공항 내 LG유플러스 로밍센터에 가서 사흘간 2GB(LTE)를 제공하는 데이터로밍 서비스를 이용키로 하고 부가세 포함 2만4200원을 냈다. 그러나 현지에 도착한 뒤부터 귀국 전까지 데이터 접속이 거의 안 됐다. 이 때문에 잠자러 들른 호텔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통해서만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었고 업무를 보러 밖에 다니는 동안에는 스마트폰이 사실상 먹통이어서 필요한 일처리가 불가능했다. 박씨는 “로밍센터 직원들이 현지에서 쓸 만한 상품이라고 권유해 이용했는데 돈만 날린 꼴”이라며 “기만당한 기분이 들었다. 다른 통신사를 이용한 동료들도 같은 상황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SK텔레콤과 KT 가입자인 박씨 동료들도 인천공항 내 각각 해당 통신사 로밍센터를 방문, 특정 지역이나 기간 단위로 묶어 평균 요금을 낮춘 정액제 ‘무제한 데이터 패키지’ 상품을 3만원 가량에 구매했지만 현지에서 거의 쓸모가 없었다. SK텔레콤을 이용하는 동료 B씨는 “인터넷을 이용하려 하면 ‘설정 중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란 말만 장시간 계속돼 속터지는 줄 알았다”며 “로밍센터 직원이 ‘LTE속도로 2기가를 이용할 수 있고, 2기가를 넘으면 속도가 좀 느려지긴 해도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고 적극 추천한 것을 믿은 나만 바보가 된 셈”이라고 분을 삭이지 못했다. KT가입자인 C씨 역시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국내 통신사들이 로밍요금제보다 현지 통신사의 ‘유심’을 쓰거나 무선랜 기반의 ‘포켓 와이파이’를 대여하는 해외 여행객을 붙잡기 위해 ‘해외 로밍통화 무료’ 서비스 도입 등 앞다퉈 해외로밍요금제를 개편하고 있지만 소비자 시선이 곱지 않다. 현지에서 이용 가능한 로밍서비스의 질 등을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한 후 소비자가 서비스 구매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본’부터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해외 데이터로밍 서비스는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국내에서 가입한 통신사와 제휴를 맺은 현지 통신사 망을 통해 이용한다. 제휴 통신사가 여럿일 경우 단말기가 가장 잘 수신하는 통신사의 망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통신사의 서비스 영역(커버리지)과 속도 등 세계 대부분 나라의 통신 인프라의 질이 우리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등 해당 국가와 지역 사정에 따라 통신 장애발생이 잦다고 한다.

이 때문에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를 무제한 쓸 수 있다’는 통신사 측 안내만 믿고 로밍서비스를 구매한 뒤 해외 여행을 간 사람 중 정작 현지에서 접속 제한으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하다 끊기거나 여행지 정보 등의 검색, 조회, 통번역 서비스를 제 때 이용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귀국해서 환불을 받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통신사들은 제휴 통신사의 커버리지 등 현지의 사정 등에 따라 데이터 접속이 됐다 안 됐다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사전에 소비자에게 숙지시키지 않고 마치 국내에서와 같이 편하게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는 것처럼 안내하면서 로밍서비스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는 점이다.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8일 “일본과 미국 등 선진국들조차 통신 시장과 환경, 조건이 우리나라와 달라 데이터로밍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이런 내용을 고객들에게 고지하면 영업이 안 되니 통신사들은 그런 얘기를 쏙 빼고 판매하는 것”이라며 “판매자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신뢰하고 해외 나갔다간 골탕만 먹게 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안내 내용에 합리적 의심을 하고 서비스의 질 담보가 되는지 등을 물으며 필요하면 녹음도 해서 문제 발생시 책임을 묻는 근거로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 사무총장은 이어 “소비자 권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인데 선택한 권리는 알 권리에서 나온다”며 “알 권리는 소비자의 권리이자 의무로, 상품·서비스 공급자들은 소비자가 판단하고 검증해서 선택, 구매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꼼꼼히 안 보는) 계약서 약관뿐 아니라 말로 명확하게 관련 정보를 충실히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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