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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해부] <2> 프레디 머큐리, 복잡한(?) 출생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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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1 13:14:05 수정 : 2019-01-25 10: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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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헤미안 랩소디 해부 <2>

“I won’t be a rock star. I will be a legend”(나는 록스타가 되지 않고 전설이 될 것이다, 프레디 머큐리)
유니버설뮤직 제공
프레디 머큐리를 중심으로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록 밴드 ‘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감독 브라이언 싱어)가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해 10월31일 국내 개봉 이후 지금까지(20일 기준) 누적 관객수는 986만여명에 달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입소문과 재관람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그만큼 화제성도 엄청났다. 하지만 영화는 아무래도 퀸의 일대기를 짧은 상영 시간에 압축하느라 사실과 다른 부분도 적지 않다. ‘퀸 덕후’를 자처하는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홍보팀장은 “영화를 보니 ‘가리지날’ 종합 선물세트”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사전>(트로이목마)-가리지날 시리즈 1권(일상생활 편)·2권(경제·과학 편)을 펴낸 ‘지식 큐레이터’ 작가이기도 하다.

조 팀장은 가리지날을 ‘오리지날이 아님에도 오랫동안 널리 알려져, 이제는 오리지날보다 더 유명해진 상식’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곧 출간할 ‘가리지날 시리즈 3권’(예술·언어 편)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관련한 뒷얘기를 싣기로 했다. 조 팀장의 도움을 받아 영화 속 주요 가리지날과 오리지날을 차례로 소개한다.
 
◆프레디 머큐리, 복잡한(?) 출생의 비밀

프레디는 1946년 아프리카 잔지바르(Zanzibar) 술탄국에서 태어났는데 그 지역은 지금 사라지고 없다. 1964년 옆나라 탕가니카와 연합정부를 수립하면서 탄자니아가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 국적은 인도였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이던 시절 공무원인 아버지가 또다른 영국 식민지였던 잔지바르에서 근무하다 프레디를 낳았다. 하지만 부모의 혈통 자체는 인도인이 아니라 파르시(parsi·인도에 사는 페르시아 사람)다.

파르시는 원래 페르시아(지금의 이란) 조로아스터교 신도들이었는데, 651년 사산조 페르시아 제국이 이슬람 제국에 멸망당하자 인도로 피난을 갔다. 조로아스터교는 중국 전래 시 불을 숭상한다고 하여 ‘배화교’라고 불린 종교인데 이 종교를 창시한 조로아스터의 또다른 발음이 바로 ‘짜라투스트라’이다. 이후 자기들끼리 혼인을 맺고 민족과 종교를 지켜온 파르시는 경제 수완도 뛰어나 인도 최대의 기업, 타타그룹을 운영하는 등 상류층을 형성해 ‘인도의 유대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프레디는 아버지의 고향인 인도에서 고교까지 마치고 18세에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이주해 대학교 졸업 무렵 영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즉, 프레디 머큐리는 이란 혈통을 가진 인도 국적의 부모에게서 아프리카 잔지바르에서 태어난 뒤 나중에 영국으로 귀화한 셈이다.

원래 ‘파로크 불사라’가 본명이지만 인도에서 학교 다닐 때 프레디라고 영어식 이름을 만들었고, 퀸 데뷔 직전 성도 ‘머큐리’라고 바꾼다.

그리스신화 올림포스 12신중 막내신인 머큐리는 ‘음악의 신’이기도 하니 그가 얼마나 음악에 대해 열정을 갖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잔지바르에서 쫓기듯 도망쳤다고 말하는 장면과 관련한 이야기는 이렇다. 1964년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폭동이 일어나 영국식민지 시절 이주해 온 수많은 아랍인과 인도인이 학살당하는 소위 ‘잔지바르 혁명’이 일어나면서 프레디 가족이 겨우 영국으로 도망쳐 온 아픈 기억이 있다고. 프레디는 이후 고향 땅을 결코 가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 초반부에 프레디의 아버지가 방황하는 아들에게 충고하는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은 집안 가훈이 아니라 조로아스터교의 3가지 덕행 교리이다. 참고로 영화에서 아버지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던 프레디는 15년 뒤 에이즈에 걸린 사실을 알고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가하기 전 집에 들러 “아버지께 들은 좋은 생각, 좋은 말, 좋은 행동을 하고 살아왔다”며 서로 화해의 포옹을 한다. 
Queen Bohemian Rhapsody Photo-Credit Mick Rock, 유니버설뮤직 제공
◆퀸의 최대 히트곡 ‘보헤미안 랩소디’, 한국에서 금지곡 신세

퀸의 최대 히트곡이자 영화 제목으로 쓰인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는 직역 하면 ‘보헤미아 사람의 광시곡(자유스러운 판타지)’이다. 하지만 보헤미안이 서유럽인들 사이에서 집시나 방랑자를 부르는 명칭이었기에 ‘방랑자의 환상’이라고 의역할 수 있다. 보헤미아 왕국은 예전 체코 서부에 있던 왕국인데 집시들이 많아 살았다고 한다.

이 노래 제목은 프레디가 본인의 처지를 빗댔다는 분석이 많다. 본인이 아시아인이라 영국에선 이방인 신세였고, 그의 혈통 파르시 역시 인도에선 영원한 이방인, 그의 탄생지인 잔지바르 역시 폭동으로 많은 인도인이 목숨을 잃었던 아픈 현대사를 겪어 돌아갈 고향이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 가사도 엄마를 괴롭히던 아버지를 쏘아 죽인 아들이 사형 집행 전 엄마에게 쓴 편지 글로 시작해 죽음의 신과 천사들의 재판이 환청으로 들리다가 다시금 자신의 인생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에 이어 결국 차분히 자신의 운명을 맞는 노래이다.

이 노래는 영국에서 9주간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최초의 뮤직비디오로 기록도 남긴다. 그런데 사람을 쏴 죽였다는 가사 때문에 우리나라에선 금지곡이었다가 1989년에서야 풀린다. 그 외에도 퀸의 많은 노래가 오랫동안 금지곡이어서 1980년 발매한 히트곡 모음 1집 <Greatest Hits> 앨범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4곡이 다른 노래로 바뀌어 나왔다. 이 때문에 현재 해외 매니아층에게는 희귀음반으로 팔리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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