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남성과 여성 일행이 다툰 이른바 '이수역 폭행' 사건을 쌍방 폭행으로 결론 내린 가운데, 거짓말로 사건을 부풀려 국민을 기만한 이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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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역 폭행의혹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한 여성이 최초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한 사진. |
A씨와 B씨 2명은 서로에게 상처를 입힌 것으로 조사돼 각각 상해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남성 일행 3명과 B씨 등 여성 일행 2명은 지난달 13일 오전 4시쯤 서울 지하철 7호선 이수역 인근 한 주점에서 서로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성 측은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성으로부터 혐오 발언을 들었다"는 내용의 글과 붕대를 감고 치료를 받은 사진을 올리면서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반면 남성 측은 당시 여성들이 먼저 주점에서 소란을 피우고 욕설과 함께 시비를 걸었다고 반박해 진실게임 양상을 빚기도 했습니다.
◆경찰 "'이수역 폭행' 사건, 남성이 여성을 발로 찼다는 증거는 없었다"
폐쇄회로(CC)TV와 휴대전화 영상, 피의자·참고인 진술을 종합한 결과 주점 내부에서 남녀 일행은 서로 폭행을 하고 모욕을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습니다.
CCTV가 없는 주점 밖에서 일어난 다툼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증거를 종합한 결과, 서로 상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앞서 남성들은 주점을 나가려는데 여성이 자신들을 붙잡아 뿌리쳤다고 진술했고, 여성들은 남성이 발로 찼다고 진술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남성의 신발과 여성의 옷에 대한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신발과 옷이 닿았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일행 1명도 남성이 발로 찬 것을 실제로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점 밖 다툼으로 B씨가 머리를 다쳐 전치 2주를 진단을 받았지만, 남성도 손목에 상처가 생기는 등 전치 2주 진단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경찰 출동이 30분 가량 지연됐고, 남성과 여성의 분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여성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신고 이후 4분만에 현장에 도착했고, 피의자 간 분리조사도 이뤄졌다고 해명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한 결과 남성이 여성을 발로 찼다는 증거는 없었다"며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양측 다 폭행을 가한 것이 확인됐기 때문에 모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청와대는 이날 이수역 폭행사건 가해자 처벌 등의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경찰 결론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혜승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경찰은 여경 7명 등 19명의 전담팀을 편성해 당시 술집에 있던 남성 3명과 여성 2명에 대해 당사자 진술, CCTV영상 분석 등을 통해 약 40일간 면밀하게 조사를 진행했다"며 "오늘 오전 폭행과 모욕, 상해를 이유로 5명 모두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경찰 수사를 토대로 검찰이 실제 이들을 모두 기소할지 여부 등을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라며 "짧지 않은 기간, 전력을 다해 다각도로 수사해온 경찰의 결론을 존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서로 폭력이 오가 쌍방폭행으로 결론지어질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거짓말로 사건을 부풀리고 국민들을 기만한 여성에 대해 괘씸죄를 물어야 한다"며 분개하고 있습니다.
◆공동폭행 시 가중처벌, 최대 3년의 징역형…檢 기소여부 등 지켜봐야
그렇다면 이들은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요?
법조계에 따르면 사람을 상대로 폭행을 하거나 협박을 한 경우 폭행죄(형법 제260조 제1항)로 처벌받게 됩니다. 만약 이런 범죄를 상습적으로 한 경우 그 죄질이 좋지 않다고 보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폭처법)에 따라 가중처벌됩니다.
폭처법 제2조에서는 상습적인 폭행, 협박이거나 2인 이상이 공동으로 폭행, 협박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형법에서 정한 형량에 더하여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공동폭행을 한 경우 형법상 폭행죄에서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됩니다. 예를들어 같은 범죄라도 혼자 폭행을 해서 징역 6월을 받을 정도의 범죄라면, 동일한 범죄를 2명이 함께 한 경우라면 그 형은 총 9개월까지로 상향될 수 있습니다.
2인 이상이 '공동하여'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대법원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폭행(공동폭행)죄가 적용되기 위한 '공동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폭처법상의 '공동하여'의 의미는 수인이 동일 장소에서 동일기회에 상호 다른 자의 범행을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범행을 한 경우를 말합니다.
상습성 유무도 판단해야 하는데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습성의 유무는 피고인의 연령, 성격, 직업, 환경, 전과사실, 범행동기·수단, 방법·장소, 시간간격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정 행위의 반복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상습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행위자가 범행 시점에 이미 상습성을 갖고 있었음이 증명되는 한에서는 단 1회의 행위만으로도 상습성이 인정될 수 있는 것입니다.

공동폭행의 경우 반의사불벌죄 규정의 적용이 배제됩니다.
단순폭행죄는 형법상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가해자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시키지 못하는 죄)여서, 폭행을 저지른 경우라도 피해자와 합의를 하게 되면 그 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게 일반적입니다.
다만 이런 규정은 '2인 이상의 공동폭행'의 경우에는 적용이 배제됩니다. 공동폭행을 한 경우라면 피해자와 합의를 해도 그 처벌은 별도로 받게 됩니다. 물론 피해자와 합의를 하게 되면 형량은 감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공동 폭행 등에 연루되어 폭처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상황이라면 반드시 법률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며 "형법상 규정과는 달리 폭처법 규정이 적용될 경우 자칫하면 징역형 등 실형이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 "남녀 혐오, 제대로 대응 못하면 더 큰 사태로 번질 것"
한편 올 한해 '미투'(나도당했다) 운동이 확산한 가운데, 여성에 대한 불평등한 억압을 멈추라는 목소리가 사회의 곳곳에서 터져 나왔습니다.
이른바 '불편한 용기'라는 이 시위는 기성 시민단체가 주도하지 않은 여성들의 자발적인 행동이라는 점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극우 사이트 일간베스트(일베) 저장소와 여성 우월주의 사이트 워마드를 중심으로 벌어진 양성 간 증오와 대립은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표출되면서 성 대결 양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실제 서로를 향한 적대적 감정은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나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했습니다. 이날 경찰 조사가 마무리 된 '이수역 폭행' 사건이 그 단적인 사례입니다.
사건 초기 양쪽 당사자들은 각자 자신의 성별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고, 사건 실체와 별개로 온라인을 중심으로 남녀 갈등이 더욱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여성 혐오(여혐), 남성 혐오(남혐) 문제는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혐오와 갈등에 우리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투가 여성 운동으로 크게 번지자 이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한 해였습니다.
미투가 성폭력 근절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여성을 배제하는 분위기로 이어진 '펜스룰(Pence Rule)'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펜스룰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자기방어 원칙으로, "아내를 제외한 여성과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가지 않는다"고 한 인터뷰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근거 없는 의혹 제기 등 미투 운동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펜스 룰을 본래의 뜻과 달리 직장 내 회식이나 출장 등에서 여성을 배제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대학가 여성단체들은 총여학생회가 폐지의 벼랑 끝에 몰린 것도 백래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여러 학교에서 총투표를 통해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자 일부 대학 내 여성 단체들은 "올해 여성주의 운동이 다시 한번 본격화했지만, 동시에 그에 대한 반동으로 백래시 역시 심화했다"며 "대학가에서는 이를 총여 폐지라는 형태로 경험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성차별 철폐' 목소리 너머로 디시인사이드, 일베나 메갈리아, 워마드 등 온라인 공간에서는 양성 간 서로를 비방하는 표현이 난무했습니다.
특히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갈등 표현이 급속도로 퍼졌다는 분석이 나온 가운데, 백래시로 인한 여성 혐오 표현도 이 같은 현상의 일부를 차지했다는 진단이 나왔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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