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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은행권 대출금리 조작 논란…일부 직원의 단순 실수?

입력 : 2018-07-04 05:00:00 수정 : 2018-07-03 11: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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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가 빚과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인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조작해 수입을 늘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은행들은 수신금리는 낮추고 여신금리는 높여 이른바 '이자 장사'를 한다는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금리 조작은 영업 관행이라고 봐주기에는 도가 넘는 부정행위입니다.

금융당국이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9개 국내 은행을 대상으로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검사한 결과, 사실상 조작으로 볼 수 있는 가산금리 부당책정이 수천 건에 달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대출금리 부당 인상 사례는 9개 은행 중 3개에서 집중적으로 적발됐습니다. 금리 조작은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소득 금액을 줄이거나, 담보가 없는 것처럼 꾸며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입니다. 소득이 낮거나 담보가 없으면 가산금리가 올라갑니다.

금리 조작 수천 건은 은행 전체 대출 건수에 비해 많지 않을지 모르나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규모입니다. 1개 은행 여러 지점에서 발견됐기 때문에 개인의 일탈이나 실수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은행들은 올해 1분기에만 10조원에 육박하는 막대한 이자 이익을 올렸습니다. 가계 이자 부담을 덜어주지 못할망정 조작으로 이자를 올려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전문가들은 당국이 이번 금리 조작이 단순 개인 잘못이었는지, 실적을 올리려는 조직 차원의 부정이었는지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한다며 제도나 시스템 문제인지 살펴 유사 사례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2013년부터 최근까지 가계자금대출 1만2000건의 금리를 잘못 산출한 경남은행은 대출 절차에 사전검토 및 사후감사 절차가 부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리 부당 산출이 전체 점포 165곳 중 절반이 넘는 100곳 안팎의 점포에서 일어난 데다, 전체 대출의 6%에서 일어난 것은 직원 몇 명의 단순 실수라고 보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 내부통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절차를 대형 시중은행의 대출 시스템과 비교해 보면 허술함이 드러난다.

모든 은행에서는 대출 고객이 창구에 찾아오면 찾는 상품에 따라 필요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부동산 증빙자료, 재직증명서, 신분증 등을 확인하고 원하는 대출금액을 입력한다.

창구 직원은 필요 서류를 스캔하거나 복사한다. 서류는 지점장 전결을 받을 때 1차로 검토된다.

A은행에서는 지점장 도장까지 받은 이 서류를 본사로 보내면, 본사 담당 부서에서 서류와 전산 입력 수치를 비교·대조해 오류가 있는지 확인한다. 재직 확인도 본사에서 직접 하고, 오류가 있으면 다시 지점으로 돌려보낸다.

A은행은 본사에만 100명 규모의 센터를 두고 이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수치가 제대로 입력돼 있고, 부채비율 등을 따져 금리가 산출되면 그때 고객 계좌에 돈이 입금된다.

B은행은 완료된 대출계약을 확인하는 감사 담당자를 지점마다 두고 있다. 주로 퇴직 후 재입사자인 이들은 매일 2∼3개 지점을 돌며 전날 체결된 대출계약을 점검한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이런 사전점검·사후감사 절차가 충분하지 않았다. 창구 직원이 소득, 부동산 담보, 재직 확인 등을 하고 시스템에 수치를 입력하면 시스템 자체적으로 신용 확인을 하고, 그 자리에서 승인 여부와 금리가 대부분 결정 났다.

대출계약 성사는 주로 지점 선에서 끝났으며, 본사 인력은 인원이 부족할 때 그저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다.

이 체결과정에서 직원이 대출자의 연 소득을 입력하지 않거나 적게 입력해 부채비율이 높게 산출되고, 이 때문에 가산금리가 0.25∼0.50%포인트 붙은 것이 이번 금융감독원 점검에서 드러난 것이다.

일부 사례에서는 소득이 있는데도 '0'으로 적혀 부채비율이 급격히 높아졌지만,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

이에 경남은행은 직원 교육 강화를 비롯한 내부통제 강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소득을 '0'이라고 넣었는데도 시스템이 승인한 전산상 문제도 해결할 계획이다. 경남은행은 이달 안에 부당이자 환급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대출계약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대출금리 부당 책정 논란…은행 "고의성 없었고 단순 실수다"

금감원은 하나은행과 씨티은행의 경우 경남은행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시 대출금리 산정의 허술한 시스템이 드러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나은행은 전산상 산출되는 시스템 금리에 비계량적 요소를 가감해 대출금리를 정했는데, 점포 직원이나 지점장이 임의로 최고금리를 입력했다. 개인·자영업·기업대출을 가리지 않았다.

결국 대출자는 영문도 모른 채 이자를 더 냈던 것이라고 금감원 측은 설명했다.

씨티은행은 담보가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입력돼 대출금리가 높게 매겨진 사례가 드러났다. 이와 반대로 담보가 없는데도 있는 것으로 입력돼 대출금리가 낮게 매겨진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이들 은행뿐 아니라 이번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에서 제외된 다른 지방은행도 자체 점검해 보고토록 했다.

다만 금리가 잘못 책정됐다는 점이나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기관·임직원 제재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 가계대출 금리 3년9개월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3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전반적인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줬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많이 올라 예대금리차는 더 벌어졌다.

한국은행의 '2018년 5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5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3.75%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14년9월(3.76%) 이후 44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난해 9월부터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인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 4월 보합으로 잠시 주춤했으나 지난 5월 상승 전환한 것이다.

가계대출 중 집단대출 금리는 3.54%로 전월보다 0.11%포인트 올랐다. 일반 신용대출 금리도 0.07%포인트 오른 4.56%를 기록, 지난해 3월(4.61%) 이후 1년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시장금리가 오른데다 은행이 취급한 중금리 대출이 늘어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됐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한달새 0.02%포인트 상승한 3.49%를 나타냈다.

대출금리가 예금금리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은행의 수신금리와 대출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1.84%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확대됐다. 다만 잔액기준으로는 전월보다 0.01%포인트 하락한 2.34%로 집계됐다.

비은행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크게 뛰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새마을금고 대출금리가 4.26%로 전월보다 0.1%포인트 올라갔고, 신용협동조합도 0.06%포인트 오른 4.89%를 기록했다. 상호저축은행(10.75%)과 상호금융(4.13%)도 고금리 가계대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대출금리가 전월보다 0.06%포인트, 0.01%포인트씩 상승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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