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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지지 나선 남성들] "아빠로서 분노… 성찰·반성 계기" 위드유 동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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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20 09:10:00 수정 : 2018-03-20 11: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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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 미투 운동 지지 나선 남성들 그들은 왜 동참했나 지난 1월29일 서지현 검사가 서울 북부지검에서 근무했던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겪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했다.

많은 시민들은 이에 분노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지만, 법조 일각에선 서 검사의 근무태도나 인사 문제가 흘러나오는 등 2차 가해 움직임도 일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문유석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는 이런 상황에서 1월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 검사의 미투에 지지를 표하는 한편 한발 더 나아가 ‘미퍼스트(Me First) 운동’까지 제안했다.

즉 “미투 운동에 지지를 보내는 것에 그치지 말고, 내 앞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절대로 방관하지 않고 나부터 먼저 나서서 막겠다는 미퍼스트 운동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는 “한 명, 단 한 명이라도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하며 제지한다면 이런 일은 없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단 한 마디”라고 강조했다.

문 부장판사의 용기 있는 미투 지지는 서 검사에 대한 2차 가해 흐름을 상당 부문 제압하고 미투의 활성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가운데 적지 않은 남성들이 미투 운동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미투 운동을 단순히 지지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적극 앞장서겠다고 다짐한다.

이들 남성들의 정의로운 행동은 미투 운동이 자칫 남녀 간 배타적 대립이나 과도한 여성 경계로 왜곡될 가능성을 차단하고 국민 지지 속에 탄탄한 사회개혁 운동으로 자리 잡도록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성의 계기...피해자 잘못 아냐” 문화예술계 지지 잇따라

미투 폭로가 쏟아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남성들이나 전문가들은 동종 업종 피해자들의 용기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공개하며 힘을 보탰다.
원로 배우 이순재씨는 지난 1일 방송에 출연해 “이번 일이 우리 전체에게 좋은 반성의 계기가 됐다”고 미투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난 8일 라디오방송에선 “피해자 탓이 아니다”며 “‘나 자신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시 와 (활동을) 해야 되고, 할 수 있게 돼야 한다”고 피해자들을 공개 응원했다.

배우 허정도도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신의 두렵고 또 두려웠을 시간들에 위로를, 그 엄청난 두려움을 뚫고 나온 용기에 깊은 고마움을 전합니다. 당신과 함께”라고 미투 운동을 지지했다.

모델 최정진은 지난 1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지금은 남자들이 침묵하니 마니 할 때가 아닌 여자들이 소리 낼 때 적어도 방해는 되지 말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문단에서도 공개 지지가 나왔다. 김명인 인하대 교수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을 포함해) 모든 남성 작가들은 한국문단에서 이뤄진 성적 추행과 희롱의 ‘잠재적 용의자’이거나 최소한 ‘방조자’였다”고 미투를 공개 지지했다. 그는 “‘문단’이라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이제 해체돼야 할 때가 됐다”라고도 했다.

그는 문단 성폭력을 고발한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을 자신이 편집주간으로 있는 <황해문화>에 게재한 바 있다.

◆정계·법조계에서도 공개 지지, 미퍼스트 잇따라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은 미투 운동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했다. 법조계 인사들도 거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찰대 간부 후보생 합동 임용식에서 “미투를 외친 여성들의 호소를 가슴으로 들어 달라”고 강조하며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 방지에도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달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때도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고 미투를 공개 지지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의 상당수가 회식 술자리에서 발생한다”며 “정치인으로서 쉽지 않겠지만 나부터 회식을 주관하지 않고 술자리를 거절하고 성희롱, 성적 농담, 성추행을 제지하겠다”고 미퍼스트 운동 동참을 다짐했다.

문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가혹하게, 선동적으로 가해자들을 제지하고 비난하고 왕따시키겠다”고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지지 이유는 다양 “아빠로서 분노...반성 계기...인권 보장 차원”

이들 남성들이 미투를 공개 지지한 이유는 우선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퍼스트 운동을 제안한 문 부장판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서 검사의 폭로를 보며 “이따위 세상에 나아가야 할 딸들을 보며 가슴이 무너진다”며 딸 키우는 아빠로서 분노와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고 적었다.

잇단 미투 선언을 보면서 자신의 경험이나 삶을 반성하는 계기나 성찰의 계기를 주는 것과 연관해 미투를 지지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원로 배우 이순재씨는 방송에서 “내 스스로를 반추하게 된다. ‘혹시 나는 그런 경우가 없었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배우 허정도도 자신의 SNS에서 “당신이 목소리를 내어주신 덕분에 저부터 지나온 날들을 돌아보며 반성하게 됐다”며 미투 운동을 자기반성의 계기로 삼기도 했다.

남성 또한 성폭력 피해에서 자유롭지 않다며 보편적인 인권 보장과 평등 차원에서 미투를 공개 지지하는 경우도 있다.

미투 공개 지지를 표명한 남성 연극인 A씨는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도 성폭력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인권보장 차원에서, 평등의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남녀 대립 양상으로 흘러 남성 동참 미흡”

그럼에도 아직 많은 남성들이 지지 표명 등 미투 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미투 운동이 남녀간 대립 양상으로 일부 흐르면서 남성들이 적극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국내 미투 운동이 남녀간 대립 양상으로 일부 흘러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 입장에서는 그동안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자신들의 행동을 여성들 입장에서 심각했던 일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남녀 대립 양상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남성들이 쉽게 동참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분석했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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