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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의영화산책]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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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09 20:53:28 수정 : 2018-03-09 20:5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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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슬로건이 포스터를 장식하는 장애인선수들의 스포츠 축제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9일 시작됐다. 각본 없는 드라마로 불리는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의 열정이 열흘간 우리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후천적으로 장애인이 된 사람이 90%라고 하는데, 과연 그들이 장애 때문에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내 일처럼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를 반성하게 된다.

우리나라 파라아이스하키 국가대표들의 다큐멘터리 ‘우리는 썰매를 탄다’,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된 가수 강원래가 감독한 ‘엘리베이터’ 등의 다큐멘터리 영화는 장애를 극복하고 당당하게 행복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그러나 부유한 사업가가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이야기를 그린 극영화 ‘미 비포 유’(감독 테아 샤록)는 느닷없이 찾아온 장애가 인간을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잘 그려져 있다.

‘미 비포 유’는 두 남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면서 시작된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루이자(에밀리아 클라크)는 6년간 일하던 직장이 폐업하자, 보수 좋은 간병인 일을 하게 된다. 루이자가 간병하는 까칠남 윌(샘 클라플린)은 매력적인 외모의 청년이지만, 2년 전 사고로 전신마비 환자가 된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위 사람을 힘들게 한다. 그러나 밝고 씩씩한 루이자는 그를 점차 바꿔 놓는다. 멋진 성을 가질 정도로 부자면서도 삶을 고통스럽게 이어가는 윌은 소박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루이자에게 끌리고, 루이자는 윌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느끼며 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점차 두 사람이 가까워진 즈음 루이자는 윌이 존엄사를 계획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윌은 루이자와의 마지막 여행을 그녀에게 청하고, 멋진 배경에서 키스하는 두 연인의 모습은 관객을 달콤한 분위기로 이끌기도 한다.

그러나 루이자는 결국 윌의 마음을 바꾸지는 못한 채, 그는 존엄사가 가능한 스위스의 병원으로 떠난다. 윌의 선택은 장애인의 고통은 비장애인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크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비트켄슈타인은 저서 ‘철학적 탐구’에서 “우리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우리 자신의 본보기에 따라 상상해야 한다면 이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느끼는 고통에 따라 내가 느끼지 못하는 고통을 상상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패럴림픽 출전 선수들의 고통이 내 것처럼 느낄 준비가 됐는가.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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