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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모란봉악단 아닌 ‘삼지연관현악단’…체제선전 논란 피해갈 듯

입력 : 2018-01-15 21:45:45 수정 : 2018-01-16 09:3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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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 없는 연주곡 공연단 파견 / 北, 모란봉악단 파견 관측깨고 南엔 생소한 관현악단 제안해 / ‘삼지연악단 후신’ ‘급조’ 관측 / 北 방문단으론 역대 최대 규모 / 南과 합동공연 사실상 어려울 듯 / 강릉서 예술단 첫 지방 공연나서 남북은 15일 북한 예술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파견과 관련한 실무접촉에서 140여명으로 구성된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서울·강릉 각 1회 공연에 합의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연이 확정된 만큼 강릉 공연은 개막식(2월9일)에 즈음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공동보도문 교환 남북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오른쪽)과 권혁봉 북한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장이 15일 판문점 북측 판문각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의 평창동계올림픽 파견 실무접촉 종결회의에서 공동보도문을 교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측 민요·세계명곡 중심 공연

북측 예술단이 남측에서 공연하는 것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 당시 예술단이 동행해 공연한 이후 15년6개월 만이다. 예술단 140명은 역대 최대규모다. 북한 예술단은 그동안 6차례의 방남(訪南) 공연을 모두 서울에서 해 지방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예술단을 판문점을 통해 육로로 내려보내겠다고 요청해 육로 방문 성사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 당국자는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인데 육로로 온다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판문점을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 등과의 협의를 거쳐 판문점을 통한 육로 방남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측은 이날 실무접촉에서 예술단의 육로 방남시 KTX를 이용한 서울∼강릉 이동 방안을 제시했다.

북측은 이날 주요 현안 중 하나인 공연 내용에 대해 민요·세계명곡을 중심으로 구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이날 실무접촉 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북측은)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와 세계명곡으로 구성하겠다고 밝혔다”며 “우리 측도 순수 예술적인 민요나 가곡, 고전음악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삼지연관현악단 실체 분분

북측이 파견하기로 한 삼지연관현악단은 생소한 이름이다. 북측은 실무접촉에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현송월인지 아닌지 등에 대해 밝히지 않았다. 이 실장은 “(북측이) 삼지연관현악단의 성격이나 이런 부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은 북한이 백두혈통을 강조하며 3대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체제선전에 이용하는 장소다.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9년 관현악, 기악, 타악, 합창 등으로 구성된 팝스 오케스트라 성격의 삼지연악단을 창단했다. 삼지연악단은 지난해 새해경축음악회에서 북한을 비롯한 세계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삼지연악단 공연시 불리는 노래는 대부분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여서 모란봉악단과 큰 차이가 없다.

삼지연악단이라고 하기엔 140명이라는 인원이 너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지연악단은 원래 50여명으로 이뤄졌다. 이에 따라 북측이 이번에 밝힌 삼지연관현악단은 이름이나 인원으로 볼 때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방남을 위해 새롭게 구성된 조직일 수 있다.

우리측 대표 일원인 정치용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북측 예술단 140여명 구성에 대해 “오케스트라는 80명이며, 노래와 춤 등이 합쳐져 140명”이라고 말했다.

방남이 점쳐졌던 모란봉악단의 경우 정치색이 강해 이를 희석하기 위해 악단을 새로 구성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동완 동아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모란봉악단은 노래가 주 공연이며 전자악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관현악단으로 보기 어렵다”며 “관현악단 파견은 모란봉악단을 보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소장도 “모란봉악단만을 내려보내는 것은 부담스러우니 급조한 악단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지연관현악단이라는 작명도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작품일 개연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북한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이 시작된 15일 오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측 수석 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과 북측 단장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 등 양측 대표단이 악수하고 있다.
◆남북 합동공연은 미논의

남북은 이날 합동공연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았다. 삼지연관현악단의 규모로 볼 때 남북 합동공연은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는 “합창단 없이 관현악단만 140여명으로 구성됐다면 무대 규모상 우리와의 합동공연은 사실상 어렵고 북한이 압도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북은 구체적인 사안은 판문점 연락 채널을 통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추가 협의를 해 나갈 예정이다. 통일부는 “정부는 앞으로 평창동계올림픽 계기 북측 예술단 공연이 남북관계 개선 및 문화적 동질성 회복 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서·정선형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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