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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졸, 중퇴자 아닙니다…‘비대학생’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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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1-24 06:00:00 수정 : 2017-11-24 17: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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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졸도, 대학 중퇴자도 아닌 ‘비대학생’입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평가가 치러진 23일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정모(26)씨는 스스로를 ‘비대학생’이라 힘주어 밝히며 몇 년 전 대학을 자퇴해야만 했던 이유를 조곤조곤 설명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23일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이 서울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입시 거부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입시경쟁만 견뎌 대입에 성공하고 나면 그때부턴 세상에 대해서 자유롭게 고민하고,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 꿈같이 열릴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전히 학점을 잘 주는 수업에 우르르 수강신청을 떠밀리듯 하고 밑줄 긋기와 답안 외우기를 강요하며 치열하게 순위 매기기를 하는 대학 수업에 큰 회의감을 느꼈습니다.” 현재 정씨는 3년 전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서 자퇴를 한 후 독립 다큐멘터리스트로 활동을 하고 있다. 정답을 강요하는 사회, 지나친 경쟁주의와 허물어진 사회적 유대감 등이 그의 작품활동의 주요 주제다.

정씨처럼 적극적인 ‘비대학생’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과 마주치는 것은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이날 청소년활동가들로 구성된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투명가방끈)'은 서울 중구의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의 삶을 갉아먹고 과도한 경쟁으로 낙오자를 만드는 대학입시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투명가방끈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사회는 학생들에게 스스로의 삶과 권리를 유예하기를 강요하고 있다"며 "경쟁하며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기를 거부하고 서로를 보듬고 존중할 수 있는 교육을 원한다"고 이같이 밝혔다.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하는 공현씨는 "우리 사회는 열심히 해서 성공하면 된다고만 한다"며 "그렇게 해서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해도 용이 되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의 존재는 지워 진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박성우군(18)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대답을 망설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단지 나이가 됐다는 이유로 학교라는 경쟁의 장에 던져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군은 "제가 학교라는 공간에 들어오고 나서 변화한 것을 꼽자면 경쟁하는 법을 배운 것, 자연스럽게 누군가와 비교하게 되는 것"이라며 대학 입시 거부를 선언했다.

정씨는 “우리나라에서 청년문화를 일컬을 때도 그렇고, 너무 자연스럽게 때 되면 대학을 가야만 하고, 그들이 내는 목소리들이 곧 ‘청년의 의견’으로, 고민의 스펙트럼이 청년의 고민으로 규정지어지는 것 같다”며 “대학을 간사람, 가지 않은 사람, 전문대, 명문대 졸업생 등 대학을 중심으로 개개인의 등급을 매기는 문화가 있는 이상 청년문화가 건강하게 꽃을 피우기는 힘들 것이다”며 우리 사회의 ‘대학생 중심주의’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은선 울산강남고등학교 5대 학생부회장 역시 수능을 치는 대신 “오늘 우리 사회를 성적만으로 서열화하는 수능을 치지 않고 사회를 더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며 소신을 밝혔다. 청소년들의 삶을 더 자치적이고,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자 했다는 것.

투명가방끈은 단순히 대학생이 아니란 이유로 하대하며 색안경을 끼고 사람을 평가하는 관습에 대해서도 저항한다. 이날 참여한 김보라(18·여)학생은 “모든 청년 정책들이 대체로 대학생 정책들이다. 이러한 숨겨진 전제에 대해서도 부수는 작업들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라윤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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