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슈플러스] 금요일 오후 4시, 공무원 A씨는 찜질방에 간다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입력 : 2017-04-30 14:50:27 수정 : 2017-05-02 17:09: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조기퇴근에 갈 곳 없는 공무원들

“모처럼 찜질방에서 잠을 푹 자고, 사우나도 했습니다.”

지난 14일 조기퇴근 제도의 스타트를 끊은 인사혁신처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A씨는 “훤한 대낮에 퇴근하니 마땅히 갈때가 없어 찜질방을 찾았다. 다음 조기 퇴근날에도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피로를 풀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기퇴근 제도가 찜질방을 찾는 날이 된 것이다.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대해 A씨는 “맞벌이 와이프와 중학생인 아들 모두 바쁘다”고 손사래쳤다.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고 다른 날 2시간을 더 일하는 유연근무제가 적용된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직원들이 오후 4시께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28일 첫 조기퇴근제가 실시된 기획재정부 소속 B씨는 오후 4시 퇴근과 함께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썰렁한 집에서 B씨를 반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맞벌이 와이프는 오후 7시가 돼야 집에 오고, 고등학교에 다는 아들은 밤 11시가 넘어야 귀가를 하기 때문이다.

조기퇴근한 B씨가 선택한 것은 늦은 낮잠 이었다.

B씨는 “대학 입시를 줄줄이 앞둔 두아들과 시간을 맞출 수가 없다”며 “시간이 난다해도 공무원 월급 뻔한데 한가하게 돌아다니며 쓸 돈이 어디있냐”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고 다른 날 2시간을 더 일하는 유연근무제를 처음 적용한 14일, 세종시 인사혁신처 공무원들이 오후 4시께 짐을 싸서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금요일 조기퇴근제도’가 다음 달 정부 부처에서 전면 시행된다. 

이 제도의 공식 명칭은 ‘그룹별 집단 유연근무제’다. 주중 월∼목요일에 30분씩 일을 더 하는 대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도입됐다. 

하지만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바라보는 공직사회의 반응은 엇갈린다. 

한 경제관련 부처 사무관은 “새정부가 들어서면 대통령, 장관 등에 보고할 업무보고 준비에 야근을 해야 할 판이다”며 “평소에도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을 정도로 격무에 시달린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사무관은 “가족들이 있는 서울로 가기 위해 세종에서 오후 4시에 출발하면 서울에선 이미 교통 체증이 시작된다”며 “조기퇴근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제도가 엄격해 ‘유연근무’란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2시간 조기 퇴근을 하려면 부족한 근무시간을 월∼목에 30분씩 더 일해 채우게 된다. 한 경제부처 관계자는 “금요일 조기퇴근을 위해 실제 할 업무가 없는데도 그 주에 30분간 사무실에 남아있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참여도 관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인 이상∼30인 미만 중소기업의 유연근무제 도입률은 15%에 불과했다. 300인 이상 대기업 도입률(53%)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칼퇴’도 못하는데 조기 퇴근이 가당키냐 하느냐”는 빈축을 사는 이유다.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무원의 66.9%는 유연근무제가 생산성을 높이고, 55.2%가 초과근무를 줄인다고 최근 설문조사에 답한 만큼 금요일 조기퇴근제가 민간에도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