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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통화스와프 지지부진…한국 혼란 틈탄 일본의 꼼수?

입력 : 2016-12-04 20:20:51 수정 : 2016-12-04 22: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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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 코앞 다가와 외국자본 대거 유출 가능성 / 일 “한국 협상자 누군지 몰라” / 국정혼란 꼬집으며 ‘불구경’ / IMF 위기 때 지원 요청 외면 / 외환문제 악연… 우려 목소리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파문이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으로까지 번졌다. 한·일 통화스와프에 외환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기대하던 한국정부는 난감한 처지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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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국무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누가 협상 내용을 결정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며 “(한·일 통화스와프와 관련해) 협상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로 지명한 지 한 달여가 흘렀지만 아직 인사청문회 날짜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일본 측에서 이런 국정공백 상황을 꼬집으면서 협상 주체가 없다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외환문제에 관한 한 우리 정부는 ‘가깝고도 먼 이웃’ 일본과 악연이 깊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에 긴급자금 지원을 요청했으나 일본은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자금회수에 나선 바 있다.

통화스와프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할 경우 자국 통화를 맡기고 상대국 통화 혹은 달러를 차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열린 한·일 재무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 측 제안으로 협상이 시작됐다.

그동안 한·일 통화스와프는 한국 외환시장의 방파제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돼 신흥시장인 한국에서 달러가 대거 빠져나갈 것이란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강명헌 단국대 교수(경제학과)는 “이달 미국 금리 인상이 거의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것이 현실화되면 외국 자본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일 통화스와프는 하나의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시장이 당장 내년부터 달러 가뭄을 겪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도이체방크는 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이 심각한 달러 유동성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지난달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10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10월 외환보유액은 3751억7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26억달러 감소했다.

반면 일본 엔화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인식돼 달러 유동성 압박에서 자유롭다. 통화스와프를 통해 부족한 달러를 일본에서 차입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601억달러로 한국 외환보유액의 3배를 웃돈다. 백웅기 상명대 교수(금융경제학과)는 “외환시장 불안에 취약한 원화와 달리 일본 엔화는 안전한 화폐라 오히려 (외국 자본이) 몰려든다”며 “한·일 통화스와프 차질로 인해 체감하는 정도가 한국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으로 중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대목도 한·일 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이유다. 현재 한국이 맺은 양자 통화스와프는 중국과 맺은 3600억위안(64조원·560억달러), 호주와 맺은 50억호주달러(5조원·45억달러) 등으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는다. 다자간 통화스와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기금(CMIM) 2400억달러 중 한국이 16%에 해당하는 384억달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유사시에 활용할 수 있지만 회원국 동의가 필요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유사시 달러를 차입할 때 중국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 교수는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가 난항에 빠지면) 중국이 대안인데 사드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일부에서는 일본이 국정혼란을 핑계로 협상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2년 8월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자 일본은 같은 해 10월 만기가 돌아온 570억달러의 통화스와프를 종료했고, 이듬해 7월 만기가 도래한 30억달러도 연장하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일본이 한국의 국정혼란을 핑계로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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