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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尹·李 만났지만 감동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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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30 23:27:37 수정 : 2024-04-30 23: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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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은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부 출범 뒤 720일 만에 처음으로 회담했다. 이 대표가 거의 10번을 요청했는데 4월 총선이 끝난 뒤에나 만남이 이루어졌다.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4월19일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 대표에게 회담을 제안했지만 의제나 일정을 정하는 데 1주일을 허비했다. 10일 만에 열린 회담에 두 사람은 130분간 함께했다.

예상이 깨졌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15분 정도 듣고서 내용을 예상했다고 하지만 이어진 비공개 회담에서 이른바 ‘50분’ 윤 대통령이 어김없이 등장할 줄은 몰랐다. 윤 대통령이 1시간 회의를 하면 거의 50분을 혼자 말해서 생긴 별명이란다. 애초에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나자고 할 때 여러 얘기를 듣겠다고 했으니 이번 비공개 회담에서 윤 대통령의 발언 시간이 85%나 차지할 줄은 몰랐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

간극은 너무 컸다. 이 대표가 취재진 앞에서 모두발언으로 준비해온 내용은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 표명, 윤 대통령 가족 관련 의혹과 채 해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특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연구개발 예산 복원, 전세사기 특별법 통과, 의정갈등 해소 등을 총망라했다. 이 대표의 작심 발언에 윤 대통령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양측이 공감대를 확인한 것은 오직 의대 증원 및 의료 개혁에 대한 필요성과 민생 회복의 중요성 정도로만 알려졌다.

모두 12개에 달하는 이 대표의 의제 가운데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외교 기조 전환 등에 대해서는 반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민생 문제를 풀기 위하여 여야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이 대표는 우선 국회를 활용하자고 비켜 갔다고 한다. 그나마 공감대가 형성된 의대증원 문제에 대한 해법도 안 나왔으니 그럴듯한 성과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전 조율이 없었기에 합의문이 안 나온 것은 그나마 이해되지만 당장 국회 인준이 필요한 국무총리 후보 인선에 대한 의견교환마저 없었다니 놀랍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그리고 윤 대통령은 비공개 회담에서 각자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고 끝난 셈이다. 과거에도 이른바 영수회담이 성공적이었던 것은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 간 이뤄졌던 사례만이 예외적으로 꼽힐 정도이다.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은 최근 총선 패배의 분위기와 최저 기록의 지지율에 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 갤럽의 여론조사를 기준으로 할 때 지난 2주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0%대 초반이었다. 또 윤 대통령은 제1 야당 대표에게 먼저 회담을 제안하여 불통 이미지를 다소나마 완화시킬 수도 있겠다. 이 대표도 회담 날짜와 의제도 못 정하던 26일 전격적으로 돌파구를 열면서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양자 회담을 통하여 이 대표는 대통령의 국정 파트너로 입지를 굳혔을 것이다.

회담이 끝나고 대통령실은 “제1야당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하는데, 민주당은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회담 뒤 나오는 말도 서로 엇갈린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고 평한다. 그래도 이를 지켜본 국민보다 더 안타깝기나 할까. 회담에서는 윤 대통령이 종종 만나자고 말했고, 정진석 비서실장도 회담 말미에 다음에는 둘만 만나는 형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 말에 윤 대통령과 이 대표도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회담은 서로 안 만나는 것보다는 더 낫고 후속 회담의 가능성을 남겨 놓았다는 데 의미를 둘 수 있겠다.

그런데 정말 다시 만날까. 이제 곧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회기에서 쟁점법안 입법 전쟁이 벌어지고 채 해병 특검 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 22대 국회가 열려도 특검 정국과 야당 대표들의 재판이 줄줄이 이어질 것이다. 4월 총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이 한 말이 떠오른다.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 되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정치를 잘할 것인가. 다음에는 누가 먼저 회담을 제안하고 ‘50분’ 대통령은 또 나올지 지켜볼 일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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