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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코카콜라·IBM의 ‘오픈 이노베이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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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11-16 21:46:51 수정 : 2017-02-03 16: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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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윤리적 사례·모범 사례 배울점 많아
바른 산학협력 위해 연구 자율성 보장을
오늘날 많은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며 필요로 하는 기술과 아이디어를 외부로부터 조달하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기업이 연구 역량 및 잠재성이 뛰어난 대학 연구실과 협력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산학협력 전략은 지식 공유를 통한 새로운 혁신의 창출과 더불어 미래 인재 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장기적인 국가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는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도 많은 장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산학협력이 항상 원하는 만큼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산학협력이 잘 짜인 계획하에 올바른 방향성을 가지고 진행되지 않을 경우에는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설탕 스캔들과 유사하게 작년 전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킨 코카콜라의 산학협력 사례에서도 잘못된 산학협력이 가져오는 사회적 파문을 엿볼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음료 제조업체인 코카콜라는 산학협력을 위한 비영리 단체를 조직해 2008년부터 루이지애나주립대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 등에 총 400만달러에 이르는 연구자금을 지원해 왔다. 문제는 코카콜라가 연구자금을 지원받은 연구자에게 설탕 함유 음료의 섭취와 비만 사이의 상관관계를 축소하는 쪽으로 연구의 방향성을 지시하고 이를 따르도록 강요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코카콜라의 지원을 받아 실시된 연구들이 그렇지 않은 연구에 비해 설탕 함유 음료가 비만 발생과 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경우가 5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음료에 함유돼 있는 설탕보다 주로 앉아서 업무를 보는 회사원의 생활 습관이나 운동 부족 등이 비만에 더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결론을 내고 있다. 코카콜라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활용해 콜라를 마시며 운동을 하자는 광고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왔다. 이는 단지 기업의 마케팅을 위해 대학 연구자를 비윤리적으로 이용했다는 면에서도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류의 건강을 해치는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켰다는 측면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례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반면 IBM의 산학협력 사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진 모범사례로 꼽을 수 있다. IBM은 1962년부터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스위스 최고의 명문대학인 취리히 연방공과대와 장기적인 산학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2011년에는 취리히 연방공과대의 나노테크놀로지 센터에 10년간 9000만달러를 투자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해 에너지 및 정보기술(IT)에 활용할 수 있는 나노 스케일 구조물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IBM은 취리히 연방공과대의 엔지니어들과 필요한 부분에 한해 긴밀하게 협업을 하기도 하지만,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간섭하지 않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배려를 통해 취리히 연방공과대는 대학만의 창의적인 연구문화를 유지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본래의 연구주제인 나노 기술 이외에도 슈퍼컴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재사용해 건물 난방에 활용하는 ‘그린 컴퓨팅’(Green Computing)과 같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코카콜라의 비윤리적인 사례와 모범적인 IBM의 사례를 통해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의의에 맞는 올바른 산학협력을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기업과 대학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건강한 산학협력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을 통한 안정적인 파트너십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기업이 대학에 최대한의 연구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카콜라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의 전략적 의도가 연구에 지나치게 반영될 경우 연구의 윤리성을 해칠뿐더러 예상 가능한 뻔한 연구만을 양산함으로써 연구의 신규성과 신빙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강진아 서울대 교수·기술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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