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방부의 6·25전쟁 전사자 유해발굴사업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6·25 50주년인 2000년 기념사업으로 추진됐다가 2007년 1월 유해발굴감식단 창설과 함께 본격화돼 지금까지 1만1400여 구가 빛을 보는 성과를 냈다. 국토 개발과 자연환경 변화 등으로 발굴이 쉽지 않다는데, 신원까지 확인된 이는 257명(5월30일 기준)에 그친 점은 안타깝다.
오늘 현충일을 앞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은 국가보훈부, 유해발굴감식단과 함께 K9 자주포 제작에 쓰고 남은 철을 재활용해 태극기 배지를 제작·배포했다. 유해를 발굴하지 못한 6·25 전사자를 기리는 ‘121723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캠페인의 일환이다. ‘121723’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전사자 12만1723명을 뜻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6·25 당시 수습하지 못한 국군 전사자는 13만3192명이다. 이들 가운데 90% 가까이는 여전히 이름 모를 산야에 묻혀 있는 셈이다. 이들 미수습 호국영웅을 찾는 건 ‘시간과의 전쟁’이다. 더 지체했다간 운좋게 발굴한다 해도 무명용사로 남을 공산이 크다. 미수습 전사자는 유가족으로부터 확보한 유전자를 토대로 분석·대조를 통해 신원을 확인하는데, 지난 2월21일까지 채취한 유족 유전자 시료는 7만1900여명에 불과하다. 유가족의 고령화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국방부는 6월 한 달간 인천과 경기, 제주, 경북 울릉군과 함께 미수습 전사자 명부를 바탕으로 예비군 지휘관이 유족을 직접 찾아가 유전자 시료를 채취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북한과 비무장지대(DMZ)에는 6·25 당시 수습하지 못한 국군 전사자 3만여명과 1만여명이 각각 잠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남북은 2018년 9·19 군사합의서를 통해 이듬해 4월부터 강원도 철원군 DMZ 내 화살머리고지에서 양측 군인 유해를 함께 발굴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북한 측은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공동 유해 발굴 요청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우리 군 단독으로 진행해야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제 취임사에서 북한과 소통 창구를 열고 대화 협력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회에 공동 유해 발굴을 다시 한번 제안해 보면 어떨까.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