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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줄기세포와 IT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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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8-31 21:02:11 수정 : 2017-02-03 17:2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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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의 동작 원리 잇따라 찾아내
생명의 신비에 한발짝 더 다가서
회복이 불가능한 손상이나 퇴행성 난치질환의 경우 유일한 희망은 줄기세포 치료이다. 이 때문에 줄기세포는 의생명과학에서 언제나 중요한 미래 어젠다(의제)이다. 기초연구뿐 아니라 임상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2015년까지 총 317건의 상업적 줄기세포치료제 임상연구가 등록된 바 있다. 현재 최종 승인된 줄기세포치료제는 국내 승인 4개, 캐나다 승인 1개, 유럽승인 1개이다. 국내 승인이 많은 이유는 심사가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기 때문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줄기세포치료제는 아직 없다. 2014년 일본에서는 난치성 안구질환자에게 본인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식하는 시술이 진행돼 큰 관심을 모았으나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다수의 돌연변이가 발견돼 중단된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황반변성 환자에게 타인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만든 망막세포를 이식하는 임상연구를 내년에 시작하겠다는 계획이 최근 발표됐다. 줄기세포는 과연 무엇이며, 임상적용이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줄기세포란 지속적인 자가복제 능력과 다른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모두 갖춘 세포를 일컫는다. 모든 생명의 시초를 관장하며 성체가 된 이후에도 조직 재생 등을 위해 일부가 남아있다. 줄기세포는 태아줄기세포, 성체줄기세포, 그리고 분화된 세포를 역분화시켜 얻을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로 나뉜다. 줄기세포 연구는 1981년 영국의 마틴 에번스가 쥐의 태아 줄기세포를 발견한 것을 시초로 1998년 미국의 제임스 톰슨과 존 기어하트가 각각 인간의 태아 줄기세포 추출과 배양에 성공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06년 일본의 야마나카 신야는 분화된 일반세포에 네 가지 특정 단백질을 주입해 줄기세포로의 역분화를 유도함으로써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최초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태아로부터 얻어지는 태아줄기세포의 윤리적 문제로 인해 성체줄기세포와 유도만능줄기세포가 그 대안으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특정 조직의 세포로만 분열되기 때문에 암 유발 등의 부작용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지만 얻을 수 있는 수가 적고 실험실 배양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반면 유도만능줄기세포는 유도과정에서 암 유발인자를 이용하는 위험성과 태아줄기세포에 비해 비교적 불안정한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핵치환 기술을 이용한 태아줄기세포 연구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근래에는 유도만능줄기세포의 유전자를 유전자가위 등을 이용해 교정함으로써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를 만드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지금껏 줄기세포 연구의 괄목할 만한 여러 연구 성과에도 분화·역분화의 낮은 효율과 제어기술 부재, 배양의 어려움, 암 유발 가능성 등은 여전히 줄기세포 치료의 궁극적인 한계로 남아 있다. 이러한 한계의 근본적인 원인은 줄기세포의 분화와 역분화 과정을 지배하는 분자 조절 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를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착오를 통한 실험적 시도에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과학계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정보기술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지금껏 축적된 줄기세포 내외 분자 조절 작용에 대한 발견과 지식을 컴퓨터모델을 통해 집대성하고 복잡계 네트워크의 다이내믹스를 분석한 뒤 제어공학 기술을 접목해 핵심 조절분자를 발굴하여 실험을 수행하는 줄기세포 시스템생물학 연구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줄기세포 내 다양한 분자들은 생화학적 상호작용을 통한 긴밀한 조절관계에 놓여 있어 모든 분자들은 서로를 구속하며 다이내믹한 변화를 거듭한다. 이러한 복잡한 연결망 속에서 특정 분자를 조절하더라도 네트워크의 보상기작 등으로 인해 결국 예상과 다른 세포 반응을 관측하게 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축적된 방대한 실험 데이터를 정보기술(IT)을 이용해 집대성하고 체계적으로 분석해 숨겨진 동작원리를 밝혀냄으로써 새로운 제어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줄기세포에 담긴 생명의 비밀에 인류는 정보기술 융합을 통해 조금 더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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