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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잔쯤은 뭐…" 도로 위 시한폭탄 '음주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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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7-16 12:33:29 수정 : 2016-07-17 0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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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택시'로 최근 4년간 1000여명 사망
택시나 버스 등 승객을 채운 ‘영업용 차량’들은 일선 음주단속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로교통법상 도로 위의 모든 차량이 음주운전 단속 대상이다. 사진=연합뉴스
“죄송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5일 서울북부지법의 한 재판정에 선 개인택시기사 이모(56)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지난 5월 이씨는 술을 마신채 택시를 운전하다가 서울 노원구의 한 도로에서 인명사고를 내 재판에 넘겨졌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별안간 택시에 부딪혀 바닥에 넘어진 피해자 유모(75)씨는 사고 직후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일주일 뒤 숨졌다. “지인들과 막걸리를 몇잔 마셨다”는 이씨의 사고 당시 혈중 알콜농도는 0.198%로 만취상태였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이씨는 결국 실형을 면치 못했다.

최근 택시기사들이 술을 마신채 운전대를 잡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음주택시는 ‘도로위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지만 매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택시기사들이 적지 않아 승객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16일 교통안전공단 등에 따르면 음주택시로 인한 사망사고가 매년 수백건씩 발생하고 있다. 음주택시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11년 271명 △2012년 265명 △2013년 233명 △2014년 215명으로 매년 2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또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822명의 택시기사가 음주단속에 걸렸고, 이중 76%(1384명)가 면허취소 처분 대상인 혈중알콜농도 0.1% 이상의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0일에는 충북 청주에서 소주 1병을 마신채 운전대를 잡은 택시기사 송모(41)씨가 앞서 가던 택시와 전봇대를 들이받아 뒷좌석에 타고 있던 승객이 머리와 복부를 크게 다쳐 숨지는 사고가 났다. 당시 송씨의 혈중알콜농도는 0.12%로 만취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1일 광주에서도 운전면허정지 수치인 혈중알콜농도 0.083%인 상태로 등굣길 여고생을 태운 택시기사 신모(58)씨가 불구속 입건됐다. 최근 경남 창원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택시기사 황모(59)씨가 이를 조사하던 경찰관을 차로 치고 도망갔다가 구속되기도 했다.
음주택시는 ‘도로위의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지만 매년 음주운전으로 적발되는 택시기사들이 적지 않다. 최근 4년간 음주택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00여명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도로교통법 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혈중알콜농도가 0.1% 이상이면 벌금형과 운전면허 취소처분을, 0.05% 이상일 경우는 벌금형과 운전면허 정지처분을 받는다. 택시기사 등 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음주운전으로 면허취소 처분을 받을 경우 각 지방경찰청 등에 ‘생계형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알콜 농도가 0.125%를 초과하거나 0.1% 이상이면서 사망사고를 낸 경우 등은 구제대상에서도 제외된다.

문제는 승객을 태운 택시나 버스에 대한 경찰의 단속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하다는 점이다. 일선 단속현장에서 택시나 버스 등 영업차량은 단속에서 제외하는 것이 통상적인 관례처럼 굳어졌다. 일선의 한 경찰관은 “시간대를 불문하고 택시나 버스도 단속대상이 맞다”면서도 “음주 측정에 시간이 추가로 소요되다 보니 기사와 승객이 불편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경찰 관계자는 “단속을 하면 택시기사들이 ‘한잔쯤은 뭐…’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술잔을 기울였다는 경우가 적지 않다”라며 “음주단속 강화와 함께 택시기사들의 의식 개선 노력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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