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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대한민국 뒤덮은 '불안' 바이러스…답도 없다

입력 : 2016-07-10 05:00:00 수정 : 2016-07-10 10: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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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불안'이라는 단어가 대한민국 사회를 지배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는 수시로 '불안하다'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데요. 그 불안한 감정을 추적해보면, 결국 총체적인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경제적 어려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극심한 취업난 △범죄에 대한 우려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 등 수많은 사회문제가 각 개인에게 ‘불안의 불씨’를 던지고 있는 것입니다. 복잡한 사회문제의 해결 없이는 개인의 일상적 불안감도 치유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국가도, 사회도 마땅히 뾰족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러는 사이 불안을 등에 엎고 ‘불만’과 ‘분노’의 목소리만 커지는 듯합니다. 실제 대중들이 일상적 불안감을 얼마나 느끼고 있으며, 불안감의 근원은 무엇인지 살펴 봤습니다.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불안감이 수년째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중에서도 고용불안이 가장 심했는데, 직장인 10명 중 3명은 언제 감원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일상적 불안’과 ‘고용 불안’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사회의 일상적 불안감이 매우 높은 수준에서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76.7%가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경험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지난 같은 조사와 비교했을 때 일상적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한국사회의 높은 불안도가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상적 불안감의 대상, 경제상황 악화 및 취업 문제

일상적 불안감의 대상은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었지만, 이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공감한 불안요소는 경제적 어려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경험한다고 밝힌 응답자를 대상으로 각 분야별 불안감을 느끼는 정도를 확인한 결과, 경제상황 악화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는데 공감하는 의견(79.8%·동의율)이 가장 많이 나온 것이다.

특히 중·장년층에게서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불안감을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다음으로 고용과 취업에 대한 불안감(64.3%)을 느끼는 이들도 많았는데, 아무래도 극심한 취업난에 고통받고 있는 20대가 다른 세대보다 고용·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큰 모습이었다. 또한 △개인 신용정보 유출(62.8%) △가계부채(58%) △실직(54.1%) △국가기관이 나를 보호해주지 못한다는 사실(52.2%) △현재 정치상황(51.9%) △범죄의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51.2%) △혼자될 수 있다는 사실(50.7%) 등에 대한 불안감도 높은 수준이었다.

대체로 작년 조사와 비슷한 결과를 보였으나, 개인 신용정보 유출에 따른 불안감에 공감하는 목소리는 감소한(15년 68.7%→16년 62.8%) 반면, 혼자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증가한(15년 44.8%→16년 50.7%) 특징을 보였다.

평소 가장 많이 느끼는 불안감의 대상은 자신의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는 것(56.2%·중복응답)과 예측할 수 없는 미래(54.6%)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내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연령이 높을수록,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연령이 낮을수록 보다 빈번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 △한국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고 있고(29.9%) △실직을 당할 수 있으며(23.5%) △범죄 피해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20.1%) 주로 불안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 통해 불안감 해소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친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거나(44.5%·중복응답), TV를 보면서 관심을 돌리는(42.8%)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휴대폰이나, PC·태블릿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이 각각 37%, 34.2%에 이를 만큼 디지털기기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모든 연령대에게 공통적인 불안감 해소법이었으며, TV는 중·장년층이, 휴대폰과 PC·태블릿은 젊은 층이 불안 해소를 위한 도구로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TV나 휴대폰, PC에 대한 의존도에 비하면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활동을 하면서 불안감을 해소하거나(33%), 불안감의 원인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는(30%)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은 수준이었다.

또한 지난해 같은 조사에 비해 친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15년 50.2%→16년 44.5%),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15년 38.5%→16년 33%) 불안감을 해소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불안감을 함께 나누면서 해소하기보다는 그저 개인의 몫으로만 돌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볼 수 있었다.

◆65.1% "경제적 불평등 상당히 심각"

경제적 여건 및 상황에 대한 인식평가 결과, 일상적 불안감은 소비자들의 경제 인식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전체 응답자의 65.1%가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평등이 대단히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일상적 불안감을 경험해본 응답자(68.8%)가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응답자(52.8%)보다 경제불평등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본다는데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일상적인 불안감이 경제를 바라보는 태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자신이 행복한가를 묻는 질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확인되었다. 전체 10명 중 1명(10.8%)만이 경제적으로 자신이 행복하다는데 동의한 가운데, 역시 일상적 불안감을 느끼는 응답자(8.7%)가 비경험자(17.6%)보다 경제적인 만족도가 낮은 특징을 보였다.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에는 부정적인 시각이 가득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내 노후의 경제상황이 안정적일 것이라는데 13.5%만이 동의했으며, 앞으로 우리사회가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평등해질 것이라는 의견에 공감하는 소비자는 단 6.2%뿐이었다.

◆일상적 불안감, 소비심리 위축에도 영향

일상적 불안감은 개인의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불안감을 겪고 있는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은 소비자들보다 소비와 저축, 투자에 있어서 보다 보수적인 성향을 보였다. 먼저 소비는 작년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었다. 전체 2명 중 1명(47.8%)이 작년보다 소비를 줄일 것 같다고 응답한 것으로, 일상적 불안을 겪는 소비자(52.7%)가 경험하지 않는 소비자(31.8%)보다 지갑을 더 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반해 소비가 작년과 같은 수준일 것 같다는 의견은 31.5%였으며, 작년보다 소비를 늘릴 것 같다는 전망은 15.8%에 그쳤다. 소비비용이 가장 줄어들 것 같은 분야로는 △외식(33.5%·중복응답) △패션/의류(28.9%) △IT제품(22.7%) △여행(21.7%) △생활내구재(21.3%)가 꼽혔으며, 소비비용이 증가할 것 같은 분야로는 △여행(32.3%·중복응답) △식품(26.7%) △각종 여가활동(25.2%) △자녀교육(24.7%)이 많이 거론되었다.

◆직장인 10명중 3명 "언제 감원대상이 될지 몰라 불안"

한편 한국사회의 고용불안도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조사참여자 중 직장인 등 근로소득자(547명)를 대상으로 고용불안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자신이 언제 감원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으며(31.1%), 다니는 회사가 없어질까 봐 불안하다(28.9%)는 생각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일상적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감원대상으로 분류될지 모르는 불안과 회사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에 보다 많이 시달리는 모습이 뚜렷했다. 연령별로는 40대와 함께 직장을 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대가 회사에서 쫓겨나거나,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좀 더 많이 내비쳤다.

감원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경우 정규직 종사자(27.9%)보다는 계약직 종사자(44.6%)가 훨씬 높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근로소득자의 절반 이상(55.8%)은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으며, 고용보장의 확대를 위해 끊임없이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하는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의견이 51.9%에 달했다.

역시나 일상적 불안감을 겪는 직장인들이 언젠가 회사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전문성 향상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모습을 보였다. 31.1%는 자신만의 고유한 업무가 없어질까 봐 불안하다는 생각도 내비쳤다.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 안정적이면 'OK'

이런 고용 불안의 심각성을 반영하듯, 근로소득자 10명 중 8명(81.4%)은 남들이 잘 모르는 회사를 다녀도 회사만 안정적이면 상관없다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급여가 적어도 고용이 보장되는 회사를 원한다는 의견(54.8%)이 동의하지 않는 의견(31.8%)보다 훨씬 우세했다. 회사의 사회적 지위나 급여 수준보다도 안정적인 고용보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으로, 그만큼 우리사회의 고용 불안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평상시 불안감으로 가졌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회사가 안정적이라면 남들이 모르는 회사여도 상관없고, 급여가 적더라도 고용이 보장되는 회사를 원한다는 주장에 대한 공감대는 높은 편이었다.

다만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는데, 젊은 층은 다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회사여도 괜찮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또한 젊은 세대일수록 급여가 적더라도 고용이 보장되는 회사를 원한다는 시각에 크게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그에 비해 고용이 다소 불안정해도 높은 연봉을 선호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동의하는 의견(27.1%)은 주로 젊은 층에서 높은 경향을 보여, 젊은 세대에게는 ‘연봉’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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