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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리포트] 폐지 할머니 하루 수입 1000원… 불우이웃에 관심을

입력 : 2016-06-16 20:58:35 수정 : 2016-06-16 20: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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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카트를 끌면서 동네 골목을 누비는 한 어르신을 만났다. 대낮 열기가 그냥 걷기에도 힘들 지경인데 그 어르신은 땀을 뻘뻘 흘리며 폐지를 줍고 계셨다. 우리 동네는 단독 또는 다세대 가구 등 집집마다 쓰레기 버리는 날이 정해져 있다. 월·수·금요일마다 재활용품 및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해 가는 날이다. 구청마다 요일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의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

우리 동네에서 수십년째 살고 계시는 이순덕(75) 할머니는 춥거나 더운 날은 물론 바람이 많은 날에도 어김없이 재활용품을 수거하면서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동별로 쓰레기 버리는 날에는 새벽녘부터 폐휴지, 고철 등을 수집하는 할머니들의 경쟁이 치열한 탓에 잠마저 설치며 골목을 누빈다고 말씀하신다.

세월이 저만치 있을 때 할머니는 식당일을 하셨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 식당일마저 불러주는 곳이 없어 재활용품을 수거하며 보낸 날도 어느새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저 몸만 아프지 않으면 더 바랄 것이 없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마음이 아팠다.

할머니께 다시 20년 전 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얼 하고 싶은지 조심스레 여쭤 보았다. 할머니께서는 “열심히 일을 해야지”라고 짤막하게 답하셨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도리를 다하는 것이 바른 삶이제”라는 말을 남기시며 한바탕 모은 폐휴지를 카트에 싣고 고물상으로 향하셨다.

할머니의 수레 가득 담긴 폐휴지를 돈으로 환산하면 단돈 1000원이라고 한다. 30도가 넘는 대낮의 열기를 온몸으로 흡수하며 흐르는 땀을 훔치시는 모습은 이 사회의 진정한 할 일이 무엇인지를 가르쳐 주시는 듯했다. 도로마다 즐비한 교통전쟁, 백화점에 넘쳐나는 사람들, 하늘을 찌르는 초고층빌딩, 그 사이에는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삶의 허덕임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진정한 풍족과 진정한 넉넉함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사실을 깨달아 나와 남이 하나 되는 사회가 될 때 아름다움이 생겨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마음 한 번 열어 삶을 살찌우는 우리 사회가 돼 이웃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그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 여겨진다. 지금도 골목을 누비는 할머니의 삶에 향기로움이 더해지는 그날이 돌아오길 기다려본다.

송현숙 리포터 heains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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