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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리뷰] 바이오산업의 주역 시스템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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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3-02 21:14:31 수정 : 2016-03-02 21: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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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생명공학이 만나
생명본질 탐구 눈부신 진전
난치병 원인 규명·맞춤치료…
획기적인 기술혁명 이끌어
생명과학의 미래 무궁무진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바이오산업이 미래성장 동력원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점차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전통적인 산업군과 달리 바이오산업은 인구고령화에 반비례해 성장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편 전 세계적으로 이미 형성돼 있는 막대한 규모의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그동안 매우 미미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예측되는 기대이다. 또한 19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된 국가 연구개발(R&D)의 성과가 가시화되고 정부에서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육성방향을 제시함에 따라 이러한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굳이 산업이 아니어도 생명에 대한 관심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부쩍 늘어나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호기심은 우주와 더불어 인간이 태고부터 간직한 원초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생명의 본질은 무엇일까.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
현대과학을 지배하고 있는 환원(還元)주의 정신의 기원은 1600년대 데카르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아무리 복잡한 현상이라도 그 원인을 찾아 분석을 거듭하다 보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인에 도달하게 되며 이로부터 현상을 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 이러한 환원주의는 현대과학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과를 이루었으며, 생명현상에도 그대로 적용돼 생명체를 기계적인 부품으로 분해하고 각 부품을 이해함으로써 생명현상을 설명하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그러나 1930년대 루돌프 쇤하이머는 쥐실험을 통해 동위원소로 표지된 아미노산이 먹이로 흡수된 후 동위원소가 체내 모든 조직의 분자 구성요소로 사용된 뒤 사라지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에 생명이 단순한 분자기계가 아니며, 부품의 다이나믹한 흐름 안에 존재한다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또한 1940년대 콘라드 와딩턴은 생명체의 발달과정이 개별 유전자뿐 아니라 유전자의 상호 조절작용에 의해 지배된다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새로운 가설과 개념을 토대로 1970년대 스튜어트 카우프만으로부터 2000년대 수이 후앙에 이르기까지 여러 과학자의 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분자들의 상태공간에서 평형점과 이로 향하는 수렴공간으로 설명되기에 이르렀다. 이로써 각 평형점이 다양한 생명현상의 표현형질에 대응된다는 실험적 증거가 제시됐다. 생명은 무생물체와 달리 그 구성요소를 끝까지 분해하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그 무엇, 즉 구성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새로운 성질인 것이다.

환원주의 접근으로 그 본질에 도달할 수 없었던 생명현상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해 마이크 메사로비치는 1960년대에 시스템과학(제어공학)과 생물학을 융합한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예견했다. 그의 예견대로 21세기를 맞이한 생명과학은 시스템생물학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향한 여행을 이어가고 있다. 시스템생물학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수많은 분자들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분자조절네트워크의 다이나믹스에 의해 탄생되는 생명현상을 이해하고 이를 궁극적으로 제어하기 위해 생물학실험, 수학모델링, 컴퓨터시뮬레이션을 융합해 접근하는 새로운 융합과학이다. 즉 정보기술이 기존의 생명과학과 융합해 생명의 본질을 탐구하는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시스템생물학을 통해 정보기술(IT)이 이끌어가는 생명과학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암과 같은 복잡한 인체질환의 원인규명, 진단, 맞춤치료를 위한 혁신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지고 있을 뿐 아니라 줄기세포의 분화유도, 노화제어, 심지어 각종 기능성 화장품의 개발에 이르기까지 바이오산업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의 생명과학은 생명 그 자체보다 훨씬 빠르게 진화해 가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자 한다면 전통적인 생물학뿐 아니라 현대 생명과학의 이러한 패러다임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과학의 시계는 언제나 산업의 시계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조광현 KAIST 교수·바이오및뇌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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