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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메신저 '감옥'에서 '직장살이' 해봤니?

입력 : 2016-02-12 05:00:00 수정 : 2016-02-12 09: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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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은 퇴근 이후 시간 또는 휴일에 스마트폰과 같은 스마트기기를 통한 업무지시에 시달리지 않는다면, 월급의 8.7% 정도를 반납할 의사가 있다고 합니다. 근로시간과 여가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대가로 일정 부분의 임금 삭감 정도는 수용하겠다는 것인데요. 스마트기기의 업무활용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업무와 비업무 간의 경계를 무너트려 성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스마트기기의 업무 활용이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기업 차원에서도 노·사 합의를 바탕으로 이를 보호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1. 한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30)씨는 퇴근한 뒤에도 마음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퇴근 후 지인들과 여유롭게 저녁 식사를 즐기다가도 수시로 카카오톡 메시지 도착 알람이 울려대기 때문. 김씨는 "밤에도 직장 상사 및 선후배 등으로부터 업무 연락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는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2. 직장인 박모(34)씨는 퇴근한 뒤 여자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영화 시작 1분 전 직장 상사가 갑자기 회의자료를 요청했기 때문. 문제는 사내 PC에 저장된 파일이라 현재 박씨의 스마트폰에는 해당 자료가 없다는 점이었다. 박씨는 "부서장은 왜 자료를 주지 않느냐며 화를 내고, 여자친구는 퇴근한 뒤에 이게 뭐냐고 투정을 부려 중간에서 정말 난처했었다"며 "아무리 상사라지만 늦은 밤시간 업무 연락은 부당한 게 아닌가 싶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10명 중 7명 "카톡 때문에 업무 외 시간에도 제대로 못 쉰다"

신속한 소통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 업무 연락 시 카카오톡이나 라인 등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 등이 활용되고 있지만, 퇴근이나 휴가 중에도 울려대는 메신저 알람 때문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많다.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업무시간 외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받은 경험이 있었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스마트폰 메신저 사용 직장인 734명을 대상으로 ‘업무시간 외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 받은 경험’을 조사한 결과, 68.5%가 ‘있다’라고 답했다. 연락은 ‘퇴근 이후’(78.5%·복수응답)에 가장 많이 받았으며, 뒤이어 △주말(56.1%) △연차 등 휴가기간(45.5%) △출근시간 전(32.4%) △점심시간(27.4%) 순이었다.

연락을 한 사람은 주로 ‘직속 상사’(70.2%·복수응답)였다. 계속해서 △소속 팀 동료(41%) △거래처(27%) △타 부서 직원(26.2%) △CEO(17.3%) △소속 팀 후배(12.1%) 순으로 응답이 이어졌다.

연락 이유로는 ‘업무 처리를 시키기 위해서’(51.9%·복수응답)가 1위를 차지했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서’(41.9%)가 뒤를 이었다. 이어 △파일 위치 등 질문이 있어서(36.2%) △개인적 업무를 부탁하기 위해서(23.7%) △내가 처리한 업무에 이슈가 발생해서(23.3%) 등의 이유가 있었다.

직장인들은 업무 시간도 아닌데 오는 연락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절반 이상인 64.2%는 ‘무조건 받는다’라고 답했고 △골라서 받는다는 29.6% △거의 안 받는다는 4.8% △전혀 받지 않는다는 1.4%였다.

업무시간 외 연락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차피 처리해야 할 일이라서(48%·복수응답) △온 연락을 안 받을 수 없어서(46.6%) △급한 일일 것 같아서(44.2%) △회사 및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어서(40.9%) △나중에 변명하기 싫어서(28.2%) 등을 들었다.

이렇게 연락을 받은 직장인의 88.3%는 연락을 받은 즉시 업무 처리를 끝낸 경험이 있었다. 60.3%는 해당 연락을 받아 회사로 복귀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에 의존하기 싫지만, 없으면 불편해요"

스마트워치로 본인의 건강을 관리하고 일정을 스마트폰으로 체크하는 등 스마트기기는 이제 생활의 일부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상당수의 직장인들은 스마트기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사람인이 직장인 113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의존’을 주제로 조사한 결과, 64.2%가 본인이 스마트기기에 의존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성별에 따라서는 ‘여성’(70.6%)의 응답률이 ‘남성’(60.8%)보다 더 높았다. 의존 정도로는 절반 이상(53.5%)이 ‘주의할 수준’이라고 응답했고, ‘각성이 필요한 수준’은 35.6%, ‘매우 심각한 수준’은 10.9%였다.

의존한다고 느끼는 상황으로는 ‘기기 없이는 전화번호를 모를 때’(67.3%·복수응답)를 첫번째로 꼽았다. 다음으로 △울리지 않아도 수시로 들여다 볼 때(58.3%) △지나치게 시간을 투자할 때(38.8%) △손에 없으면 불안할 때(38.8%) △대화보다 모바일 메신저가 편할 때(26%) △기기 없이는 스케줄 관리가 안될 때(16.4%) △업무 등 다른 일에 집중이 안 될 때(15.8%) 등의 순이었다.

◆대화 단절·기억력 감퇴·전자파 노출 등 부작용도 심각

스마트기기 사용이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으로는 ‘전자파 등 노출’(45.7%·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계속해서 △기억력 감퇴(38.2%) △업무 집중력 감소(35.5%) △수면시간 부족(33%) △구부정한 자세(31.9%) △직접 대화 단절(27.2%) △손목·어깨 등 질병’(24.8%) 등을 들었다.

스마트기기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는 ‘없어도 살 수 있다’(27.4%)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뒤이어 △1일(21.3%) △반나절(18.6%) △3시간 미만(10.7%) 등의 순으로 하루를 넘기기 어렵다는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스마트기기 사용 시간은 일 평균 3.3시간이었다.

스마트폰 의존 여부에 따라 살펴보면 의존한다는 응답자들은 평균 3.8시간, 의존하지 않는 응답자들은 2.5시간으로 집계됐다. 스마트기기는 주로 ‘집에서’(35.1%) 사용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항상 사용한다’가 26.9%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도 △퇴근길(11.7%) △업무시간(11.5%) △출근길(7.6%) △점심시간(6.7%) 등이 있었다.

사용중인 스마트기기는 스마트폰(97.7%·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노트북(44.5%) △태블릿(16.3%) △스마트 워치(3%) 등이 이어졌다. 사용 용도는 ‘전화통화’(85.7%·복수응답)가 1순위였다. 다음은 △웹 서핑(67.7%) △SNS·메신저(64.8%) △전화번호부(55%) △동영상 감상(45.4%) △캘린더, 스케줄 관리(45.1%) △게임(43.9%) △가계부·은행·금융(38%) △문서·원격 등 업무(26.7%) 등이 있었다.

사람인 관계자는 "스스로 스마트기기 사용 수준을 체크해보고, 중독 수준은 아니더라도 잦은 사용으로 눈이나 손목 등에 무리가 가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는 등 불편을 느끼는 부분이 있을 경우 건강을 위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는 한국과학기술개발원에서 발표한 '스마트폰 중독 자가 진단법'이다. 5~7개면 스마트폰 중독을 의심해봐야 하고, 8개 이상이면 이미 중독된 단계다.

1. 스마트폰이 없으면 손이 떨리고 불안하다.
2.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친구를 잃은 느낌이다.
3. 하루에 2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4. 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이 30개 이상이고 대부분 사용한다
5. 화장실에도 스마트폰을 들고 간다.
6. 스마트폰 키패드가 쿼티(컴퓨터 자판과 같은 배열) 키패드다.
7. 스마트폰 글자를 쓰는 속도가 남들보다 빠르다.
8. 밥을 먹다가도 스마트폰 소리가 들리면 즉시 달려간다.
9. 스마트폰을 자신의 ‘보물 1호’라 여긴다.
10. 스마트폰으로 2회 이상 쇼핑한 경험이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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