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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대량 유출 땐 치명타… 되살아나는 외환위기 '트라우마'

입력 : 2015-12-15 18:46:47 수정 : 2015-12-15 21: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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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美 금리인상 후 IMF 구제금융
외환건전성 좋아져 위기 대응 능력 ↑
가계부채·한계기업 리스크 노출 우려
미국이 제로금리시대의 종말을 예고한 지 오래됐음에도 전 세계가 긴장하는 것은 과거의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과거 세 차례 미국의 금리인상기에 국제투자자금이 미국으로 대거 쏠리면서 신흥국들은 치명타를 맞았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부는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완만할 것이며 우리 경제가 과거에 비해 기초체력이 튼튼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과도한 우려를 경계한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중국의 경기 부진, 국제유가 급락 등 우리 경제와 밀접한 대외여건이 악화돼 미 금리인상으로 인한 파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1994년, 1999년, 2004년 세 번의 시기 중 94년 인상기가 지금의 경제상황과 가장 흡사하다고 본다.

1990년대 중반 미국은 경기가 좋았던 반면 신흥국은 경기침체에 시달렸다. 당시 미국이 금리인상을 시작하자 멕시코(94년), 아르헨티나(95년), 한국(97년)을 비롯한 동아시아 신흥국, 브라질, 러시아 등에서 외환위기가 잇따라 발생했다. 기초체력이 약했던 나라부터 치명타를 입고 쓰러진 것이다.

이번에도 미국은 금리인상을 단행할 만큼 경기가 좋은데 신흥국은 원자재 가격 하락, 국제유가 급락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1994년 말 당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257억달러,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은 140.9%에 이르렀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도 -1.0%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반면 올 2분기 외환보유액은 3747억달러이고 단기외채 비율도 32.3%로 줄었다. 경상수지는 올해 1000억달러 넘는 흑자를 낼 전망이다.

다만 이번에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위기가 복병으로 남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수를 키워 놓지 못한 상황에서 중국의 경기부진으로 인한 수출주도 성장의 한계 때문에 한국은 근래에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고 경기 회복이 잘 안 되고 있다”며 “다른 신흥국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투자자금 유출 등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장보형 하나금융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은 외환건전성이 아니라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등 실물경기가 문제”라며 “미국이 금리를 천천히 올린다고 해도 저금리로 연명해온 한계가구와 한계기업은 금리인상 리스크에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은 “미국 금리인상 시나리오를 첫째 미국이 조금씩 올리다가 경기가 좋아지지 않아 다시 제로금리로 가는 경우, 둘째 미국과 세계 경기가 모두 회복돼 금리를 1년에 0.5%포인트씩 올리는 경우, 셋째 미국만 회복하고 세계 경기는 안 좋은데 금리를 1년에 1∼2%포인트씩 급격하게 올리는 세 가지로 가정할 수 있다”며 “세 번째 경우가 우리 경제는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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