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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빚어내는 명품 샴페인 '찰스 하이직'을 만나다

입력 : 2015-11-23 20:20:47 수정 : 2015-11-23 20: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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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오브 와인 네드 굿윈씨 방한

“이 샴페인은 총 4개의 재료로 만들어진다. 피노누아, 샤도네이, 피노뮈니에, 그리고 시간이다”

 샴페인의 바이블로 알려진 ‘더 소더비즈 와인 엔사이클로피디아(The Sotheby´s Wine Encylopedia)’의 저자이자 샴페인의 최고 권위자 톰 스티븐슨(Tom stevenson)은 이 와인을 이렇게 평가했다고 한다. 샴페인을 빚는 재료가 시간이라니. 정말 멋들어진 문학적 표현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샴페인 명가 찰스 하이직(Charles Heidsieck) 얘기다.

마스터 오브 와인 네드 굿윈(Ned Godwin)씨.

  왜 찰스 하이직을 빚는 4가지 재료에 시간을 포함시켰을까. 찰스 하이직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아시아·태평양 브랜드 엠배서더인 네드 굿윈(Ned Godwin)씨를 19일 서울 청담동 10꼬르소꼬모에서 만났다. 그는 세계에 350명 정도만 있는 와인 장인인 ‘마스터 오브 와인(Master of Wine)’ 이기도 하다. 굿윈씨는 “찰스 하이직은 다른 샴페인들과는 달리 오크 숙성을 전혀 하지 않는다. 오크 숙성을 하면 즉각 강렬한 풍미를 얻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강한 풍미때문에 늘 마시기는 부담스러운 샴페인이 되고 만다. 하지만, 오크숙성을 하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속에서 자연스럽게 풍부하면서 부드러운 구조의 산미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모엣샹동, 크뤼그, 볼렝저 등은 대표적인 오크숙성 샴페인이다.

 시간을 재료로 명품 샴페인을 만드는 샴페인 하우스 찰스 하이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창업자 찰스 카밀 하이직(Charles Camille Heidsieck)은 파란만장한 삶을 산 인물이라고 한다.
찰스 하이직 창업자 찰스 카밀 하이직(Charles Camille Heidsieck).

 크리스탈이나 모엣 샹동 등 과거 유명 샴페인 하우스는 주로 러시아 황제 등 귀족과 와인을 거래하며 부를 축적했다. 하지만 찰스는 이런 전통적인 사업방식을 과감히 버렸다. 러시아 귀족들의 전유물이던 샴페인이 전세계적으로 소비가 촉발되도록 하는데 사업의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그는 1851년 샴페인 하우스를 창립한 뒤 이듬해인 1852년 와인 3만병을 들고 배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뉴올리언즈까지 사업의 지평을 넓힌다. 급기야 그는 연간 미국에서 30만병의 샴페인을 판매하며 샴페인 불모지인 미국 시장을 개척했다.

 이처럼 사업이 성공하면서 찰스는 당시 미국 사교계의 스타가 됐다. 잘생긴 외모에 댄디한 멋쟁이인 그에게 뉴욕 사람들은 ‘샴페인 찰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하지만, 그의 삶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당시는 남북전쟁중이었다. 찰스는 남부에 사업 베이스를 뒀는데 어느날 찰스는 북부군 장교의 와이프와 잠자리를 하게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스파이로 몰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결국, 회사는 레미 마틴에 매각되고 만다. 그의 이런 인생은 영화로 제작됐다.
휴 그랜트가 주연한 영화 '샴페인 찰리' 포스터
바로 휴 그랜트(Hugh Grant) 주연의 ‘샴페인 찰리(Champagne Charlie)’다. 다행이 회사는 나중에 하이직 패밀리가 다시 사들여 세계적인 명품 샴페인 기업으로 키우게 된다. 찰스 하이직은 1864년 러시아에 진출했고 1866년 전세계에 수출을 시작해 이후 1970년대에는 75개국의 탑 5 베스트 셀링 샴페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신사의 샴페인으로 불리는 찰스 하이직.

 찰스 하이직은 영화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와인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영화 ‘위대한 게츠비’ 촬영 종료 파티에 들고간 와인이 바로 찰스 하이직이다.

 찰스 하이직을 명품 샴페인으로 만드는 또 하나는 완벽한 저장 공간이다. 찰스는 1867년 백악질(Crayeres) 셀러를 사들이는데  지하 40m 깊이의 2000년된 자연 동굴로 로마시대 곡물창고로 쓰이기도 했고 2차대전때 군인 숨기도 한 공간이다. 와인 보관에 완벽한 환경을 제공하는 저온의 자연 셀러로 미묘한 기포를 만들어 낼 수 있어 샴페인으로서는 최적의 공간인셈이다.

 현재 찰스 하이직은 벨기에, 영국, 바이마르 공화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네덜란드, 포르투갈, 룩셈부르크, 스페인, 루마니아, 에디오피아 왕실의 공식 샴페인로 사용되고 있다. 팻덕(The Fat Duck), 라뜰리에 드 조엘 로부숑(L’Atelier de Joel Robuchon), 사보이 그릴(Savoy Gril), 장조지(Jean George) 등 유수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하우스 샴페인으로 선정돼 명성을 떨치고 있다. 찰스 하이직은 연간 생산량이 45만병정도이며 부띠끄하면서 섬세한 지역 60곳에서 포도를 소싱한다. 넌빈티지 와인도 10년에서 15년의 와인을 사용한다. 찰스 하이직은 평균 10년 숙성된 리저브급 와인이 40%를 차지한다. 
셀러 마스터 다니엘 띠보(Daniel Thibault).

 찰스 하이직이 이처럼 명품 샴페인의 반열에 오르기 까지 위대한 셰프 드 까브(Chef de Cave·셀러 마스터)의 노력도 빼놓을 수가 없다.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6번 노미네이트되며 오늘날 가장 위대한 샴페인 블렌더로 평가받는 다니엘 띠보(Daniel Thibault)의 블렌딩 비법은 레지스 까뮈(Regis Camus)로 전수된다.  
셀러 마스터 레지스 까뮈(Regis Camus).
그는 올해의 와인메이커로 8번 노미네이트 됐다. 2012년 띠에리 로제(Thierry Roset)가 이어받았는데 그는 2014년에 런던에서 열리는 최고 권위의 IWC(International Wine Challenge)에서 올해의 최고 와인메이커(Best Chef of the Cellars of the Year)로 선정됐다. 하지만 2014년 10월 갑작스럽게 타계해 현재는 뵈브 클리코에서 15년간 일한 수석 와인메이커 씨릴 브런(Cyril Brun)이 새로운 셀러 마스터로 활약하고 있다.
 
셀러 마스터 띠에리 로제(Thierry Roset).

현 셀러 마스터 씨릴 브런(Cyril Brun).
 이날 시음회에서는 4종의 찰스 하이직을 테이스팅했다. 찰스 하이직 브륏 리저브(Charles Heidsieck Brut Reserve) N/V는 피노누아 34%, 샤도네이 33%, 피노 뮈니에 33%다. 10년이상 숙성을 거친 40%의 리저브 와인을 사용하며 백악질 셀러에서 최소 3년의 시간을 보낸다. 진한 황금빛을 띠고 가벼우면서 섬세한 기포가 인상적이다. 망고 등의 열대과일과 피스타치오, 아몬드, 볶은 커피향을 느낄 수 있다. 호박과 바닐라의 풍미도 제공한다.
찰스 하이직 브륏 리저브(Charles Heidsieck Brut Reserve) N/V

 찰스 하이직 로제 리저브(Charles Heidsieck Rose Reserve) N/V도 피노누아, 샤도네이, 피노 뮈니에를 같은 비율로 블렌딩했다. 세련된 고운 핑크빛이 고혹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버블은 우아하면서도 섬세하다. 신선한 복숭아가 섞인 딸기잼 향, 시나몬과 생강쿠키를 느낄 수 있다. 입안에서는 깊고 파워풀한 느낌이며 라스베리, 블랙베리의 풍미도 감지된다. 2014 샴페인·스파클링 와인월드챔피언쉽(Champagne & Sparkling Wine World Championships)에서 논빈티지 로제 부문 우승을 차지한 와인이다.
찰스 하이직 로제 리저브(Charles Heidsieck Rose Reserve) N/V

 찰스 하이직 브륏 밀레짐(Charles Heidsieck Brut Millesime) 2005는 피노누아 60%, 샤도네이 40%로 구성됐다. 엄선된 11개의 크뤼에서 선택된 포도로 양조된다. 진한 황금빛에 끊임없이 지속되는 풍부한 기포가 돋보인다. 가볍게 구운 헤이즐넛향이 매우 인상적이다. 완벽한 밸런스를 느낄 수 있고 말린 살구, 대추, 무화과의 느낌이 섬세하며 크리미한 구조감, 긴 피니쉬가 두드러진다. 1969년 빈티지는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은행 잎 떨어지는 노을빛 물든 언덕’으로 묘사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찰스 하이직 브륏 밀레짐(Charles Heidsieck Brut Millesime) 2005

찰스 하이직 블랑 데 밀레네르(Charles Heidsieck Blanc des Milenaires)
 찰스 하이직 블랑 데 밀레네르(Charles Heidsieck Blanc des Milenaires)는 샤도네이 100%다. 꼬드 드 블랑 4개의 그랑크뤼와 1개의 프리미에크뤼 마을에서 선별된 샤르도네로만 만든다. 백악질 셀러의 중심부에서 무려 15년 이상 숙성한다. 선명한 금빛을 띠며 버블은 섬세하고 독특하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향, 헤이즐넛, 아몬드, 대추와 같은 말린 과일이 느껴진다. 벨벳같은 우아한 구조감이 매력적이며 여기에 짭쪼름한 카라멜, 아몬드, 바닐라, 삼나무의 풍미가 더해진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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