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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여야 가리지 않고 정치인 ‘뒷조사’… 선거개입 논란도

입력 : 2015-11-06 06:00:00 수정 : 2015-11-06 07: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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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문서 내용 뭔가 이명박(MB)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여야 정치인 동향을 파악해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비선 보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예상된다. 그 무렵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제기돼 MB 청와대가 배후로 지목받는 상황에서도 정치인 동향 파악이 지속됐다는 것도 충격이다. 검찰이 수사기록에 남긴 문서 목록은 전직 청와대 행정관이 유출한 대외비 보고서 715건 중 일부인 13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나라당 의원 시절 동향을 담은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국무총리실 불법사찰의 피해자이면서 MB 청와대 사찰 피해자로도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들 문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해 작성돼 선거개입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2011년 10·26 서울 보궐선거 전후에 작성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정치인 사찰문서. 국정원 문서(왼쪽끝) 상단에 ‘대외비’라는 표식이 인쇄돼 있다.
◆국정원 “서울 민심 순화조치해야”


내용이 확인된 2건의 문서 중 하나는 ‘서울시민 관심이슈 관리 강화로 민심 회복 도모’란 제목의 국정원 문서다. 1쪽짜리 이 문서엔 2011년 10월11일까지 파기하라는 표식이 있다. 문서는 “10·26 보궐선거를 앞두고 전세난 등 민생 불안에 야권·좌파의 국정 흔들기 공세로 서울 민심이 흐트러질 소지가 커 순화조치 긴요”란 말로 시작한다. 국정원은 문서에서 “관악·도봉 등 서민층 밀집지역뿐만 아니라 강남권에서도 야권 후보 선호도가 여당에 앞선 것으로 나타나는 등 지지기반 균열 조짐”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대 유권자층인 30∼40대(42.9%)는 물론 50∼60대(37%) 장년층에서도 정부·여당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문서는 그 원인으로 “야당 구청장(19/25명)·시의원(79/106명)들이 좌파논리 전파·보수진영 견제 등 야세 확대에 치중하며 정부 불신 조장에 혈안”이고 “(서울시민은) 실리주의적 성향이 강해 타 지역보다 물가·전세가 오름세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고 유럽발 위기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악재”라고 분석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행보 전망’ 제목의 문서는 경찰이 작성했다. 이 문서에는 “손학규 대표는 박원순 후보가 민주당 지원을 바탕으로 승리했다고 강조하며 최대한 실익을 찾으려는 모습. 결국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만으로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야권 통합’ 압박(이) 가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민주당은 야권 통합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통합 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조만간 각 당·시민단체와 협상시도(가) 예상”이라고 전망했다.

◆언론사 취재·보도 계획도 파악

수사기록을 보면 디도스 특검은 청와대 대외비를 유출한 전직 행정관 A씨에게 문서 목록을 보여준 뒤 작성자 확인작업을 했다. 715건의 문서 중 13건만 추려 10·26 보궐선거와 연관성을 우선 따졌다. 이 중 국정원이 작성한 문서는 총 8건이었다.

주목되는 문서는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과 ‘2040세대의 대정부 불만 요인 진단 및 고려사항’이란 제목의 보고서다. 이 문서들은 SNS와 청장년층의 정치 영향력을 분석한 국정원의 컨설팅 보고서로 짐작된다.

‘10·26 재보선 선거사범 엄정 처벌로 선거질서 확립’이란 보고서도 있다. 문서 내용상 검·경이 선거사범 수사 상황을 국정원에 누설한 것으로 보인다.

‘○○일보의 박원순 죽이기 기획취재설에 촉각’ 문서도 있다. 언론사 동향 파악까지 한 흔적이다. 기자들의 취재 동향은 외부에서 파악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국정원의 정보수집 경위가 주목된다.

‘서울시장 후보로 외부인물 영입에 주력’ 문서는 국정원의 정보력을 보여준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박원순 변호사 등 외부인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야권을 상대로 수집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문서들은 외관상 여론 흐름을 수집한 것으로 추정된다. ‘야권통합 관련 분위기’(경찰), ‘대선 겨냥 물밑 움직임에 촉각’(국정원), ‘안철수·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단일화 관련 평가’(경찰), ‘안철수 출마 상정 대응책 마련에 분주’(국정원),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분위기’(경찰),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동향’(경찰) 문서 등이 있다.

검찰이 2012년 8월 청와대 문서 715건을 유출한 혐의로 전직 행정관 A씨를 조사한 뒤 작성한 진술조서의 일부. 검사가 A씨를 신문하는 도중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의원 관련 문서 53장이 있다는 진술(붉은 선 표시)이 나왔다. 박 의원 관련 문서는 당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보고됐다.
◆박근혜 의원 관련 문서 53장


국정원 또는 경찰이 작성한 박근혜 의원 사찰 문서 53장은 구체적인 제목이나 내용이 수사기록에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적 상황을 볼 때 MB 청와대가 관심을 가졌을 법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반대를 주장하며 주민투표를 실시했으나 투표율이 미달하자 그해 8월 시장직을 사퇴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나경원 후보를, 범야권은 박원순 후보를 앞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돌입했다. 정치권에서는 박 의원이 서울시장 지지유세에 참여할지가 관심사였다. 문서는 그 무렵 박 의원 동향이 기록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자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 체제가 붕괴했고 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지금의 새누리당으로 재창당하는 절차도 이때 밟았다. MB 청와대의 박 의원 사찰 문서에는 이런 일련의 정치상황에서 정치적 행보와 향후 전망 등이 담겼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기획취재팀=김준모·조현일·박현준 기자 special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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