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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메어 말 못잇고 애써 담담… 눈물만

입력 : 2015-10-20 18:39:05 수정 : 2015-10-20 2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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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뒤 온다더니”… 65년 만에 온 남편
결혼 7개월만에 헤어진 남편 오인세 할아버지(왼쪽)와 남측 아내 이순규 할머니(오른쪽)는 손을 맞잡고 서로를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 가운데는 아버지가 고향을 떠난지 5개월 뒤 태어난 아들 오장균씨.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북녘의 남편은 이가 다 빠진 모습으로 헤어진 지 65년 만에 아내 앞에 나타났다. 20일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시작한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의 단체상봉에서 꿈에서도 그리워하던 남편과 만난 충북 청주시의 이순규(84) 할머니는 “동네사람이 열흘만 훈련받고 보내준다고 데려갔는데 그길로 헤어졌다”며 “눈물도 안 나온다. 어떻게 (사흘 안에) 다 얘기를 해”라고 말을 삼켰다. 남편이 썼던 놋그릇이며 장기알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는 할머니는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가 죽은 줄로만 알고 37년 동안 제사를 지냈다. 부부의 연을 맺은 지 불과 7개월째인 1950년 7월 남편과 생이별을 했다. 뱃속에는 이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다. 환갑을 훌쩍 넘긴 아들 오장균(65)씨는 “아버지 있는 자식으로 당당하게 살았다”며 “살아주셔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아버지에게 큰절을 올렸다.

지난 세월을 무엇으로 보상받을까.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순규(84·왼쪽) 할머니가 헤어진 지 65년 만에 북측 남편 오인세(83) 할아버지를 만난 반가움에 세월을 잊은 듯 수줍은 새색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할머니는 1950년 7월 결혼 7개월, 임신 5개월 만에 충북 청주에서 인민군에 끌려가 생이별한 남편이 죽은 줄로 알고 37년 전부터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금강산=연합뉴스
중매로 만나 결혼한 지 5년 만인 1950년 홀연히 사라진 남편을 평생 홀로 기다린 이옥연(88) 할머니는 중절모에 짙은 회색빛 양복 차림의 남편을 보자마자 고개를 돌려버렸다. 할머니는 남편과 신접살림을 차렸던 경북 문경의 신혼집에서 행여나 남편이 돌아올까 싶어 이사도 가지 않고 홀로 자식을 키웠다. 남편은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으나 마치 새색시처럼 분홍색 한복 저고리를 곱게 차려입고 나온 아내는 “이제 늙었는데 잡으면 뭐해”라며 외면했다. 물기 어린 눈으로 아버지를 지켜보던 아들 채희양(65)씨는 “아버지, 제가 아들입니다”라며 어깨를 들썩거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부둥켜안은 부자는 10분간 말없이 오열했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직접 밥 한 끼 대접하고 싶은 마음에 올해 처음 수확한 햅쌀 두 되를 챙겨왔다.

제20차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첫날인 20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남측 김복락(80·오른쪽) 할아버지가 북측 친누나 김점순(83) 할머니를 만나 반가움에 두 손을 꼭 쥔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금강산=사진공동취재단
남한의 아내와 자식들, 손자들과 만난 채훈식(88)씨는 떨리는 손으로 김일성종합대학 졸업장이며 북한에서 받은 각종 훈장을 드러내 보이던 중 “10년을 혼자 있다가 통일이 언제 될지 몰라서…”라며 말을 끝내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쏟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하는 남측 상봉단을 태운 버스들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줄지어 금강산 내 이산가족면회소로 이동하고 있다.고성=
1950년 충남 공주에서 마을 모임에 나간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아버지(정세환·87)의 얼굴을 처음 본 남한의 딸 신연자(61)씨는 행사장에 아버지가 나타나자마자 “우리 아버지 맞아”라며 오열했다. 아버지와 헤어졌을 때 신씨는 생후 한 달의 신생아였다. 어머니가 재혼하며 새아버지 성으로 바뀐 신씨는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첫사랑이었고 어머니가 아버지 얘기를 많이 했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금강산=공동취재단·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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