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동환의 월드줌人] "아들 '다운증후군' 창피해 한 제가 너무 후회돼요"

관련이슈 오늘의 HOT 뉴스

입력 : 2015-09-22 13:30:00 수정 : 2015-09-22 15:59:56

인쇄 메일 url 공유 - +

“처음에는 아들이 죽도록 보기 싫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들에게도 미안하고, 후회되는 일이에요. 왜 그런 생각을 품었는지…”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사는 케리 로블스(36·여)는 자신의 어리석었던 지난날을 뉘우쳤다. 그는 지난 2011년 9월, 아들 하나키를 낳았다. 임신 계획은 없었지만, 아기를 가졌다는 병원 진단에 로블스 부부는 행복했다. 세상에 태어날 아들을 기다리며 로블스는 남편과 이룰 가정의 행복한 꿈에 젖어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하나키를 낳은 지 4분 후, 산파가 로블스에게 “당신 아들에게서 ‘다운증후군’ 증세가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고령 여성의 출산 시에나 다운증후군 자녀가 태어난다고 생각했던 로블스는 당시 32세에 불과했던 자신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자 눈앞이 캄캄했다.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인 동시에 가장 우울한 날이었어요. 하나키가 다운증후군 환자라는 것을 알고는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믿을 수 없었어요. 좀처럼 아들을 쳐다볼 수가 없었어요.”

그럭저럭 첫날을 보낸 로블스의 마음은 날이 갈수록 가라앉았다. 결국 그는 몇 달간 우울증 치료까지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로블스는 자기 생각이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운증후군 환자로 태어났어도 하나키는 자기가 직접 낳은 아들이다. 병에 걸렸든 안 걸렸든 상관없이 하나키는 하나키대로 키우면 되는 일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비치는 아들의 겉모습만 신경 썼던 탓에 뒤늦게 깨달았다.

“하나키는 우리에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겉모습으로만 판단해서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죠. 남들에게는 쉬운 일이지만, 자신에게 장애가 되는 일을 하나키가 하나씩 해나갈 때마다 무척 기뻐요.”

긍정적인 시각을 지닌 로블스도 하루는 눈물에 젖어 보낸 적이 있었다. 하나키를 데리고 쇼핑몰에 갔을 때 한 여성이 그에게 “임신 때부터 아들이 다운증후군 환자라는 것을 알았나요?”라며 “낙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렇게 하지 않았죠?”라고 물은 것이다.

로블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며 “어떻게 그런 잔인한 말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강한 사람이 되자고 되뇌어왔지만, 그날은 온종일 눈물로 보냈다”고 덧붙였다.



로블스는 아들을 세상에 맞추지 않을 생각이다. 다른 사람들 시선의 틀에 아들을 끼워 넣지 않겠다는 뜻이다. 하나키는 세상의 유일한 존재이므로 자신은 엄마로서 아들을 밝게 키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나키라는 이름은 저와 남편이 멕시코시티에 머물 때 생각한 이름이에요. 멕시코어로 ‘작은 강’이라는 의미죠. 하나키는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예요. 다운증후군은 아들 성장에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아요.”

하나키는 지난해 2월, 심장 수술도 받았다. 로블스는 아들 앞에 놓인 장애물이 하나키가 영웅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장애물을 하나씩 헤쳐간다면 하나키가 굳건한 남자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하나키에게는 두 살 여동생 말리도 있다. 말리는 하나키의 가장 큰 팬이다. 그는 오빠가 넘어질 때면 제일 먼저 달려와 무릎을 털어주고, 환하게 웃어준다. 로블스는 말리가 하나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을 주리라 생각한다.



하나키는 9월 중,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북아일랜드를 포함 영국에서는 하나키 또래가 초등학교 입학 연령대다. 과연 하나키가 학교에 적응하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어울릴 수 있을까?

“하나키가 아직 말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요. 전 절대로 다른 사람이 우리 아들에게 ‘할 수 없어’라는 말을 못하게 막을 거예요. 물론 우리 아들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거고요.”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캡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최지우 '완벽한 미모'
  • 전지현 '눈부신 등장'
  • 츄 '상큼 하트'
  • 강지영 '우아한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