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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와 추가 도발 사이' 긴박했던 南北의 108시간

입력 : 2015-08-25 10:55:55 수정 : 2015-08-25 15:4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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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6시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지난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로 촉발된 남북간 극한의 군사적 대치는 25일 오전 2시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무박 4일’에 달하는 마라톤 협상 끝에 전격적으로 합의에 도달하면서 긴장이 조금씩 낮아지는 분위기다.

남한은 25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은 지뢰도발로 부상당한 우리측 두 장병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준전시상태를 해제한다.

군 당국은 북한군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피면서 경계태세를 점진적으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 南 “도발 악순환 끊겠다” 北 “준전시상태 돌입” 대치

북한은 지난 20일 오후 3시53분, 경기도 연천군 중면 일대 육군 28사단 지역에 14.5mm 고사총 1발을 발사했다. 현지 부대가 사격 원점을 찾는 사이 북한은 오후 4시12분에 76.2mm 평사포 3발을 28사단 비무장지대(DMZ)를 향해 사격했다.

오후 5시, 북한 총참모부는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국방부에 전통문을 보내 “48시간 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했다.

이에 우리 군은 K-55 자주포를 통해 29발의 155mm 포탄을 북한 DMZ에 발사했다. 또한 이날 저녁부터 국방부에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전군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하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북한 역시 이날 밤 김정은 제1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준전시상태 돌입’을 선언해 한반도에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전개됐다.

21일. 정부와 군 당국의 경계태세는 더욱 강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육군 3군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도발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도 이날 아침 전군 작전지휘관 화상회의를 통해 “북한이 22일 오후 5시 이후에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철저한 대비를 당부했다. 합참도 이날 북한 총참모부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 무모한 경거망동을 완전히 포기할 것을 촉구하면서 도발 시 자위권 차원에서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21일 오후 8시.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에서 한 장관은 “북한 도발의 악순환을 끊어버리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22일. 북한이 설정한 ‘48시간’의 시한이 다가오면서 군 당국의 긴장 수위는 더욱 높아졌다. 이른 아침부터 군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긴박해졌고, 국방부 청사 경계도 대폭 강화됐다.

22일 무력시위비행에 나선 한미 공군 전투기.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공군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동해상에서 예천 북방을 거쳐 오산에 이르는 상공에서 연합 무력시위에 나섰다. 주한 미 공군 F-16 전투기 4대, 공군 F-15K 전투기 4대가 투입된 무력시위비행은 북한군 레이더에 잘 포착되도록 이루어졌다.

북한군이 설정한 시한을 불과 2시간 앞둔 오후 3시. 청와대는 “이날 오후 6시 판문점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간의 고위급 접촉이 열린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면서 북한군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23일. 군 당국은 “북한군 잠수함 50여척이 출항해 식별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천안함 폭침의 악몽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북한군 잠수함의 움직임을 놓쳤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건으로 군은 대잠수함 전력을 증강하며 탐색에 나섰다.

24일. 국방부는 “미국의 B-52 전략폭겨기를 비롯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투입 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고위급 접촉이 난항을 겪고 있던 상황에서 ‘전략자산 투입 검토’가 알려지자 남북 무력대치 국면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25일 오전 0시55분. 고위급 접촉이 33시간만에 극적으로 타결되고 오전 2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면서 상황은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 ‘대결’ 구도 속에서도 이어진 대화 기조

남북은 강경 대치 국면 속에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북한은 20일 오후 4시50분, 김양건 당 비서 명의의 전통문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내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21일에는 김양건 비서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간의 1:1 회담을 제의했다.

대북 확성기.


청와대는 21일 오후 6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이 회담에 나오라”고 요구했고, 북한은 22일 오전 9시35분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당 비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 간의 2:2 회담을 하자”고 역제안했다. 청와대는 오전 11시35분 “제안을 수락한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했고, 북한은 12시45분 최종적으로 동의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22일 오후 6시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2+2 접촉이 열렸지만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우리측은 도발 행위 재발 방지 등에 집중한 반면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지를 요구하면서 23일 새벽 정회됐다. 이후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33시간이 넘는 협상 끝에 ‘북한의 준전시상태 해제, 남한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골자로 한 6개 항의 공동보도문에 합의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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