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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 지배구조 실태 조사… 재벌개혁 신호탄?

입력 : 2015-08-05 19:01:13 수정 : 2015-08-06 06: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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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정치권 본격 개입 나서
“일본 교포 사업가들은 기본적으로 노출을 꺼린다. 이들은 자신의 재산이 노출되는 순간 일본 당국의 소유라 여긴다. 그만큼 피해의식이 크다.”

금융계의 고위인사는 5일 롯데 총수 일가의 경영권분쟁 사태의 원인으로 일본 교포 사업가의 비밀적 습성을 꼽았다. 과연 일본색이 짙은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은밀하기 짝이 없다. 누가 얼마만큼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재계 5위 롯데그룹은 계열사 81개 중 상장기업은 고작 8개에 불과하다.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는 롯데 전반에 만연한 이 같은 비밀주의 풍토하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시대착오적 ‘황제경영’이 횡행할 수 있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롯데의 경영권분쟁 사태가 심상치 않자 정부가 본격 개입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의 기형적 지배구조 실태 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국세청과 관세청도 롯데그룹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전방위적인 ‘점검’에 착수했다. 정치권에서도 롯데그룹을 겨냥해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사태가 전방위 재벌개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롯데의 기형적 지배구조


공정거래법이 2013년 개정된 이후 기업들의 순환출자는 점차 개선되는 추세다. 하지만 롯데만은 얽히고설킨 순환출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난 5월 현재 롯데그룹의 상호출자 고리에 있는 회사는 국내 상호출자 회사 전체(459개)의 90.6%인 416개에 달한다. 여기에 신고된 국내 계열사 외에 일본 계열사가 드러날 경우 ‘고리’는 더욱 복잡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가 제한된 기업집단은 비상장기업이라도 최대주주 보유주식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하는데 해외법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가 국내법으로 규제받지 않은 이유다.

이러다 보니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업집단의 해외법인 악용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해외법인까지 상호출자 규제를 의무화해도 제재 수단이 없어 사실상 관리가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롯데 사태로 인해 순환출자로 인한 지배구조 문제가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공정위는 이번 사태가 경영권 다툼에서 기업지배구조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광윤사나 ‘L투자회사’의 소유구조도 면밀히 확인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 제출하면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격호 총괄회장까지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치권에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는 방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은 이런 점을 반영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운데)가 5일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공개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재벌개혁 관련 대선 공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롯데 자금 흐름 파악 나선 세정당국


롯데그룹의 핵심 지배구조가 베일에 싸여 있다 보니, 그룹 내 자금 흐름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향후 경영권 분쟁이 종료된 뒤 증여 등에 대해 세금 부과를 하려면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파악이 필수다. 하지만 롯데그룹 핵심 지분이 한국뿐 아니라 일본까지 걸쳐져 있다 보니 흐름 파악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초 롯데그룹 광고 계열사인 대홍기획 세무조사에 착수한 국세청은 롯데그룹 전반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지를 검토 중이다. 대홍기획은 롯데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롯데호텔이 지분 12.8%를 보유하고 있다.

이럴 경우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롯데호텔의 지분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에 대한 자금흐름이 파악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1∼12번까지 번호를 쓰는 ‘L투자회사’들이 롯데호텔 지분 72.65%를 보유하고 있다. ‘L투자회사’들의 소유주가 결국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L투자회사’들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일각에선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등 총수 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 신 총괄회장이 실질적 주인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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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롯데호텔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들이 일본에 있기에 국세청이 자금 흐름을 면밀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관세청도 롯데면세점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에 대한 특허가 연말에 만료돼 재심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의 추이를 파악하고 있다. 관세청은 민관으로 구성된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가 심사를 맡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관세청이 심사 평가 시 기존 특허권 보유 유무와 상관없이 백지상태에서 평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여서 이번 분쟁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또 심사평가표에 ‘운영주체에 대한 지역여론 등 평가 및 공헌도 등 경제사회 발전 기여도’ 등이 포함돼 있어, 롯데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반영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귀전 기자,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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