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얽히고설킨 순환출자…0.05%로 ‘황제경영’

입력 : 2015-08-05 18:59:54 수정 : 2015-08-06 15:3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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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투명 경영이 답이다] (상) 베일 속의 지배구조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막장으로 치달으면서 총수 일가 지배력의 원천으로 꼽히는 순환출자가 도마에 올랐다. ‘A사→B사→C사→A사’ 식으로 지분이 물고 물리는 순환출자 고리는 총수 일가가 작은 지분으로 거대그룹을 쥐락펴락하는 ‘황제경영’을 가능케 한 발판이 됐다. 1948년 일본에서 제과회사 롯데로 시작해 국내 재계 서열 5위에 오른 롯데그룹을 일으킨 신격호 총괄회장 역시 순환출자에 기대 67년간 제왕적인 경영권을 휘둘렀다. 주주총회 결정만으로 해임할 수 있는 등기임원을 자신의 서명이 담긴 ‘지시서’ 한 장으로 날릴 수 있다는 오만한 생각도 여기에서 비롯됐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롯데가 한국과 일본에 118개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임에도 기업공개를 꺼리면서 속살을 철저히 숨겨온 것도 독단적 경영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나는 게 두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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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4월 기준으로 국내 계열사 간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로 연결돼 있는데, 이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 전체의 90.6%에 달한다. 신 총괄회장이 고작 0.05%(총수 일가 전체 2.41%)의 지분을 갖고도 무소불위 경영을 할 수 있었던 장치가 바로 순환출자를 통한 지배구조인 셈이다.

롯데에서 퇴사한 한 관계자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81개의 소유와 지배 관계가 순환출자 고리 416개를 통해 서로 물고 물려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진흙탕 경영권 싸움’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5일 롯데그룹의 해외 계열사 소유구조 파악에 착수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바라본 롯데호텔.
이재문 기자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최상위 계열사인 호텔롯데에는 신 총괄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의 지분이 1주도 없다. 호텔롯데의 1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이고, 일본 롯데홀딩스는 다시 광윤사가, 그리고 이 광윤사를 신 총괄회장과 동주·동빈 3부자를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배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 있다. 롯데가 ‘유령기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종업원이 3명인 광윤사가 매출 83조원, 종업원 23만명을 둔 한국 재계 5위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기형적인 구조이다.
IBM,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세계적인 기업들도 수많은 계열사를 두고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나섰지만 한 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조금씩 소유하거나 서로 교차 소유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와 달리 롯데의 지배구조는 한국과 일본에 걸쳐 거미줄처럼 얽히고설켜 그 복잡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순환출자를 통한 선단식 경영을 하는 한국 재벌의 전형인 셈이다. 순환출자 고리가 마치 회로처럼 뒤엉켜 롯데 총수 일가의 촘촘한 장악력을 배가시킨다. 순환출자를 통해 ‘1주=1표’가 아니라 수십 또는 수백 표의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다른 일반주주의 의결권을 침해하는 현실을 낳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가 그룹 전체를 쥐고 흔드는 경영방식은 우리 경제질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며 “롯데그룹은 이번 기회로 지배구조 투명화에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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