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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이 문화관으로… 마을 곳곳 예술의 향기가~

입력 : 2015-06-26 03:00:00 수정 : 2015-06-26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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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시화(詩畵)문화마을’
지난 4일 광주 북구 시화마을 문화관 개관식 참석자들이 대형 그림의 일부를 직접 그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주 북구 제공
마을 주민의 아이디어로 쓰레기장에 문화관이 생겼다. 최근 광주 북구 문화동 시화마을 주민자치위원회는 착공 3년 만에 ‘시화(詩畵)문화마을 문화관’ 문을 열었다.

문화관이 들어선 곳은 각화동 제2순환도로 문화대교 아래로, 한때 쓰레기장으로 이용된 곳이다. 지난 4일 개관식을 가진 이 문화관은 1만6268㎡ 부지에 연면적 1084㎡ 규모로 건립됐으며 사업비 91억원이 투입됐다. 건물 한 동은 커뮤니티센터로 소규모 동아리방과 공연장, 작은 도서관, 열린 카페 등으로 구성됐다.

이 건물 맞은편에는 금봉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 미술관은 금봉 박행보(81) 화백이 북구에 자신의 작품 200여점과 소장품 91점을 기증한 것을 계기로 건립됐다.

23일 찾은 시화문화마을은 시와 그림이 마을 전체에 스며 있는 듯 그야말로 문화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건물의 삭막한 방음벽에는 주민들이 직접 그린 벽화와 아이들의 창작시가 덧씌워지면서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했다. 폐현수막과 각종 고물을 활용한 조각작품이 마을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쓰레기장에서 어떻게 문화마을로 변신했는지 그 과정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개관식을 가진 시화문화마을 문화관 전경.

◆지역문화 브랜드 ‘시화문화마을’

광주 북구의 2000년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 시범사업으로 탄생한 게 시화문화마을이다. 시화문화마을은 당시 도심 외곽에 위치한 자연부락으로 저소득 아파트가 밀집된 곳이다. 가장 먼저 주민들은 마을 인근의 방치된 쓰레기장에 소공원을 조성했다. 2005년까지 5년간 마을 담장에 시화벽을 조성하고 쉼터와 표지석 등 조각작품을 설치했다. 또 주민들의 문화 마인드 확산을 위해 시화백일장을 열고 시집을 발간했다.

이런 모든 활동은 주민 스스로 마을 비전을 설정하고 공동 작업으로 이뤄졌다. 골목문화가 조성되면서 주민들의 문화마을 만들기 사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는 기존 작품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중점을 뒀다. 개인의 다양성과 가족의 화합을 표출하는 문화문패 달기 사업을 벌였다. 홍보관을 운영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등 외부에 마을공동체 사업을 알리기도 했다.

시화문화마을은 지난 15년간 주민 주도로 변화해가면서 ‘문화와 자치’가 어우러지는 공동체로 발전했다. 시화문화마을 주민자치위는 2010년부터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시화환경예술제와 시화텃밭, 시화문화마을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을 위한 자치문화 커뮤니티를 조성한 것이다.

마을 주변 환경을 활용해 이웃과 소통하는 자연친환적인 기반도 구축했다. 도심 속 문화소통길 조성과 걷고 싶은 누리길, 장미공원, 꽃밭가꾸기 사업을 통해 문화마을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무등산을 배후에 두고 각화저수지 등이 위치한 자연친화적인 환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5년 만에 시화문화마을은 독창적 마을공동체 자치모델로 평가를 받고 있다. 2007년 건설교통부의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전국 1위와 2008년 전국 주민자치박람회 대상 수상, 2013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브랜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자치와 문화가 공존하는 마을공동체 모델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4일 시화문화마을 문화관 개관식을 마친 이들이 2층의 금봉미술관을 둘러보고 있다.

◆문화관은 도심 속 힐링공간

주민들은 문화마을을 조성하면서 아쉬운 게 있었다. 주민들의 공간인 문화마당과 복합문화공간이 필요했다. 2008년 시화문화마을 조성계획을 수립하면서 문화관 건립과 각화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이 포함됐다. 2012년 5월 시화문화마을 문화관 건립공사가 시작됐다. 주민들의 문화공간인 커뮤니티센터와 문화를 향유하는 미술관 등 2개 동이 3년 만에 완공됐다.

문화관 뒤편의 각화저수지의 물길이 문화관의 공원까지 이어져 무등산 계곡물이 작은 수로를 타고 흘러내린다. 또 연못까지 만드는 자연친환적인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다. 커뮤니티센터는 공간이 넓어 주민들이 다양한 공간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금봉미술관은 의재 허백련을 사사한 박 화백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또 미술관 2층에는 박 화백의 작업실도 자리하고 있다. 1층 전시실에서는 국내외 작가의 기획전과 대관전시가 열리고, 2층 전시실에서는 상시 금봉 선생의 작품들이 교체 전시된다. 도심 속 지친 이들에게 전시와 문화를 통한 힐링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시화문화마을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단계 각화저수지 생태공원 조성이 사업의 핵심이다. 시화문화마을에 또 하나의 문화가 덧입혀지는 셈이다. 문화관 뒤편 각화저수지에 수변 관찰 데크와 생태연못, 전망대 등을 설치하는 시상의 공간이 들어선다. 또 사색의 공간으로 다목적 광장과 테마공원, 산책로 정비를 한다. 이 생태공원이 문화관의 전시와 공연, 체험교육과 연계한 힐링 휴게공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양옥균(53) 문화동 주민자치위원장은 “삭막한 벽을 없애고 시와 그림을 그려 넣어 예술로 단장한 것이 마을 소통의 출발점이 됐다”며 “소통이 이뤄지면서 아파트 간, 이웃 간 갈등이 완화되고 서로를 이해하는 살기 좋은 마을이 됐다”고 말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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