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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격리 '못하고' 환자들은 '숨기고' 의사들은 '모르고'

입력 : 2015-05-31 19:16:18 수정 : 2015-05-31 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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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확산 부른 3대 원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확산되면서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도마에 올랐다. 다양한 전파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의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만 집착하다 메르스 확산을 방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메르스 환자와 의료진도 메르스 관련 정보를 숨기거나 보건당국에 적시에 알리지 않아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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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당국의 초기 격리조치 실패

14명의 메르스 2차 감염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명은 정부의 격리관찰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정부의 초기 방역체계가 허술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감염자 5명은 최초 감염자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가격리 대상에서 빠져 있다가 뒤늦게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해당 환자의 배우자나 보호자 등도 격리 대상에서 대거 누락됐다. 보건당국은 지난 28일 격리 대상자가 아니었던 6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부랴부랴 조사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뒷북 대응에 나섰다. 그렇게 재검사를 한 결과 6명의 환자가 추가로 발견됐다. 더 늦었으면 3차 감염자가 생길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이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 발병 초기 밀접접촉자를 시설에 격리하거나 이를 강력히 권고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메르스 환자가 늘어나자 31일에야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들 중 50세 이상 고령이며 기존 질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시설에 격리하기로 했다. 앞서 보건당국은 세 번째 확진 환자(76)를 간병했던 딸(46)이 지난 20일 발열을 호소하며 유전자 검사를 요구했지만 의심증상(발열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격리센터 지나는 시민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31일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격리센터 앞을 지나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환자와 의료진도 무책임한 행동

역학조사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일부 환자와 의심환자 신고를 늦게 한 의료기관도 메르스 사태 확산에 일조했다. 첫 번째 환자는 지난 2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을 때까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사실을 의료기관에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부는 메르스 발병 기록이 없는 바레인을 다녀온 환자의 감염을 두고 분석에 애를 먹었다. 이후 추가 조사 과정에서 메르스 발병국인 사우디 체류 사실이 드러났다. 이 환자는 상태가 악화하면서 호흡을 위해 기도삽관 등을 하면서 현재는 추가 조사가 어려운 상태다.

중국으로 출국한 환자(44)도 자신의 아버지(환자3)와 누나(환자4)가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본인도 의심증상인 고열이 나타났지만 이를 보건당국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고열로 두 번째 응급실을 찾은 25일에야 가족의 메르스 감염 사실을 말했다. 그런데도 해당 의료기관은 그가 중국으로 출국한 뒤에야 보건소에 신고했다. 보건의약 단체들도 보건당국의 어설픈 방역체계를 질타했다. 이날 의약단체 간담회에서 A 의약단체 관계자는 “감염병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라며 “첫 확진환자 확인 후 적어도 해당 지역의 의료인들에게는 해당 지역의 메르스 발생 사실을 전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표, 정부 부실 대응 질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31일 당 소속 국회 보건복지위원과 함께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정부의 부실대응을 강력히 질타했다. 문 대표는 “어찌됐든 초기 대응은 실패했다”며 “환자 한 분이 중국으로 가기도 했는데, 그 경로에서 다른 감염자가 나타나면 우리가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런 결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병욱·이도형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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