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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있는 '매마수'…국민들 손끝에서 느끼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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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26 21:09:13 수정 : 2015-05-26 21: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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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초대석]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매마수’란 말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를 그대로 옮기면 국민의 40% 정도는 이 말의 의미를 대충이라도 안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의 줄임말이다. 매마수는 곧 ‘문화가 있는 날’이다. 이날에는 전국 곳곳에서 각종 공연이 풍성하게 열린다. 할인 혜택도 많다. 잘 찾아보기만 하면 질 좋은 문화활동을 쉽게 누릴 수 있다. 박근혜정부 국정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국민들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정책이다.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손끝에서 느끼는 문화’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핵심은 국민들이 손끝에서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겁니다. 직장, 학교 등 어디서나 문화활동 참여자가 되는 것을 넓혀야 합니다. 직접하는 것은 관람 수준을 넘는 것이죠.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가려 합니다.”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의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김 장관을 만났다. 관광진흥책, 평창동계올림픽, 도서정가제 등 각종 현안과 비판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문체부의 인사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문화가 있는 날이 그동안 강조한 ‘문화의 일상화 수준’에 이르려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 인지도나 만족도가 많이 올랐다. 인지도는 40% 정도인데, 지난해 조사의 19%에 비해 많이 증가했고, 만족도는 80%에 달한다. 극장 등의 문화시설 참여도 배 이상 늘었다. 점점 좋아지고 있긴 한데 여전히 모르는 국민이 많다. 수요일 낮 시간이나 주말에도 (공연을 배치하고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조치를) 해주면 안 되느냐는 의견이 많았다. 일단 미술관, 박물관 등의 유료 전시를 매달 마지막 주말에는 무료로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궁도 무료로 개방할 생각이다. 곧 하게 될 것 같다.”

―관광 활성화를 위해 봄·가을 관광주간을 설정하고, 지난 7·8일 인천 덕적도에 직접 휴가도 다녀왔는데.

“휴가 시즌이 아니라서 한산하고 조용해 정말 여행답더라. 관광주간을 정한 건 7, 8월에 몰아서 가는 휴가를 연중으로 분산해 보자는 취지다. 바가지 요금도 없고, 지역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관광주간에는) 교통, 숙박, 음식점 등의 할인 폭도 크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 문체부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문화가 있는 날’, 도서정가제 등 각종 정책과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범준 기자
―우리나라 기업문화에서 이 기간에 휴가를 내는 게 쉽지 않다.


“그런 점이 있다. 일단 공기업, 공무원들의 휴가를 독려했다. 경제5단체에는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했다. 토요휴무제가 정착하는 데 10년이 걸리지 않았나. 시간이 필요하다.”

김 장관은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책 추진의 어려움을 간간히 드러내면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 때로는 강한 표현을 썼다. 관광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관광진흥법 개정안 관련 논란을 언급하면서부터였다. 학교 주변 호텔의 건립 규제 완화를 담은 관광진흥법 개정을 정부가 추진하면서 갑론을박이 거듭되고 있다.

“규제를 푼다고 해서 갑자기 호텔이 수백개 생기는 게 아닙니다. 호텔이 건립되려면 시간이 상당히 필요하고, 지금은 그나마도 규제가 심해서 못하고 있거든요. (반대 측에서는) 모텔을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퇴폐시설이 들어올 수도 없어요. 학교 앞에 호텔이 있다고 공부를 못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 경제 활성화 관련법을 강하게 추진하니까 발목부터 잡고 보자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크루즈선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두고 해양수산부와 의견이 엇갈리는데.

“부작용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벌써부터 ‘카지노공화국’이란 말이 나온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로 못박아서 정부가 추진 중인 복합리조트와 관련된 부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선상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허용하면 모든 카지노들이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적인 이해를 떠나 정말 필요한 부분인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 1000일 정도 남았는데, 국민적 관심도는 떨어지는 것 같다.


“어떻게든 붐을 조성해보려고 하는데…. 그런 부분이 걱정이다. 올림픽, 월드컵 다 경험해본 터라 국제경기에 대한 환상이랄까, 이런 부분이 예전 같지가 않다. 미디어에서도 많이 도와주셔야 한다. 있지도 않은 사실이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국민들 사이에 차가운 분위기가 커진 부분이 있다.”

―분산 개최 등으로 논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 않나.

“사실 강원도 주민들이 반대하면 올림픽은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이 분산 개최 등 이런저런 이야기가 나오면서 격앙되어 있었다. 지역주민들께서도 자제를 좀 해주셨으면 한다. 이제까지 평창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를 사례로 삼아 국제경기대회지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제대회 유치를 신청하기 전에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신청서에 대한 문체부 점검을 받도록 했다. 유치가 결정되었다고 해도 예산은 다시 기획재정부와 협의하도록 하는 내용도 넣었다. 또 애초보다 10% 이상 예산이 증액되면 예산 집행을 못 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았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6개월 정도 됐다. 일각에선 완전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데.


“정부에서 원하는 게 그것이다. 그런데 도서정가제는 민·관 협력으로 결정된 거라 정부에서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민·관 협력에서 항상 중요한 것은 각자의 이해관계 조정이다. 그 과정을 거쳐 나온 게 (할인율을 15%로 제한한) 현재의 도서정가제다. 소비자, 출판사, 유통업자 등이 수긍할 수 있는 절충점을 찾은 결과라서 원칙만 내세울 수는 없다. 도서정가제는 그럭저럭 연착륙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그동안은 가격경쟁을 일삼았는데, 시행 후 신간이 많이 나오고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올라 가치경쟁으로 돌아선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역서점 매출과 관련해서도 조사해보니 40% 정도는 증가했다고 대답했다. 변동이 없다는 응답이 60%로 많지만 어느 정도 지역서점 활성화에도 가능성을 보인 것 같다.”

김 장관은 취임 후 9개월을 “어떻게 시간이 갔는지 모르겠다”고 자평했다. 쏟아지는 일정에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푸념도 곁들였다. 하지만 정책과 현안에 대한 그의 대답은 시종 분명했고, 때로 자신감을 비치기도 했다. 인사 문제에서는 달랐다. 여러 가지 비판이 답답한 듯 보였다. 김 장관은 인사 논란을 적잖이 겪었다. 모교인 홍익대 출신 인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괄목홍대’라는 말이 나왔고, 국립현대미술관장은 6개월 이상 공석이다. 한국관광공사 변추석 전 사장의 사임 과정에서는 문체부와의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인선이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닌가.

“검증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 다음주(24∼30일의 주)에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미술계의 중진, 원로들을 많이 만났다. 자기네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워낙 강하다. ‘저 사람은 참 좋다’고 하는 경우는 한 번도 못봤다. 이런저런 이유로 참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변 전 사장과의 갈등설은 어떻게 된 건지.


“(변 전 사장이) 지난해부터 그만두겠다는 말씀을 했다. 건강 문제도 있었다. 관광공사 사장 인사도 조만간 윤곽이 정해질 것이다. (인사 문제를 두고) 여러 군데서 이야기가 나오는데, 저는 학교에서 일만 했던 사람이다. 그래서 누가 어떤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안다. 산하 기관장 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을 잘할 수 있는가다. 정치적인 부분은 잘 모르고, 마당발도 아니어서 제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주변에서 일을 잘 했던 사람들을 추천할 수밖에 없다. 홍익대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그 사람들이 한 일을 봐 달라고 한다. 실적을 많이 내고 있다. 문제를 일으키고, 말도 안 되는 짓을 한 게 아니다. 잘하고 있는데 그런 지적을 하니까 힘들다.”

―박근혜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소통 부재’를 홍보 부족 탓으로 여기는 것 같다.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통령께 좀 더 편안하게 미디어를 대할 필요는 있겠다는 그런 건의는 드렸다. 언론에서는 (대선)후보자 시절에 비해 너무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지금과 그때를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중요하지 않나.”

대담=원재연 문화부장, 정리=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 김종덕 장관은… ▲1957년 충청북도 청주 출생 ▲1976년 경동고 졸업 ▲1984년 홍익대 공예과 졸업 ▲1989년 미국 아트센터디자인대학원 영상디자인 석사 ▲2009년 서울대 언론정보학 박사 ▲2006∼14년 홍익대 영상대학원장 ▲2010∼11년 한국디자인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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