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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사군 위치·고조선 영역 논란… 식민사관 논쟁 또 불거지나

입력 : 2015-03-25 06:00:00 수정 : 2015-03-25 08: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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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사관 논쟁 재연 조짐 동북아역사재단이 추진 중인 ‘동북아역사지도’ 사업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 안의 식민사관’ 논쟁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동북아 역사분쟁에 대응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의 결과물에 고대사 분야에서 중국·일본 주장과 같은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재단은 앞으로 3년간 역사지도 내용을 공개 검증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과 학계 일부에서는 주류 역사학계의 잘못된 역사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단단히 벼르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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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군 위치를 표시한 중국사회과학원 ‘중국역사지도집’(왼쪽)과 동북아역사재단이 만든 ‘동북아역사지도’. 낙랑과 대방 위치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동북공정을 추종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종환 의원실 제공

◆중·일의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역사지도 편찬사업이 처음 검토된 건 2007년이다. 하지만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국내 학계의 역사지리연구 기초가 약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재단은 다음해 사업에 착수했다. “주변국의 역사왜곡이 심화하는 상황”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중국과 일본이 역사지도를 먼저 제작해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국제적으로 자국 입장을 관철하는 도구로 활용하는데, 우리는 지도 자체가 없는 형편이었다. 일본은 고대 한반도 남부에 일본의 통치기관이 있었다는 주장인 ‘임나일본부설’을 명시한 ‘아시아역사지도’를 1966년 출판했다. 중국도 한반도 북부와 백제 지역을 지배했다는 내용을 담은 ‘중국역사지도집’을 1974년 발행했다.

역사지도는 동북아 3국은 물론 동남아시아, 몽골, 티베트 등을 포함해 고대에서 근대까지 존재한 모든 민족·왕조가 형성한 국경, 행정구역, 주요 교통로 등을 표시했다. 이를 위해 각종 역사지리 정보를 취합해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었다.

역사지도편찬위원회 관계자는 24일 “접경지역 민족과 국가까지 포함한 것은 중국이 주변국과 맺었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중화주의를 깨뜨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이론상으로 해마다 변화된 내용을 반영한 역사지도 제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역사지도는 세기별 ‘동북아전도’, ‘국가왕조별 지도’, 행정경계가 완비된 국가·왕조의 ‘지역세밀도’로 구성된다. 분야별 전문가와 각종 학회 등이 검증작업을 벌인 300장을 만들어 놓은 상태다. 조선시대 면의 경계선 획정, 동북아 시대별 고해안선·고지형 복원, 한·중·일 3국의 역대 교통로선 획정 등도 성과로 꼽힌다.

◆중국의 동북공정과 같은 내용으로 논란

역사지도 내용을 둘러싼 논란은 고대사 분야에 집중된다. 특히 한사군 위치 문제는 가장 예민한 사안이다. 중국 한나라가 고조선을 멸망시킨 뒤 설치한 한사군의 위치에 따라 한국 고대국가의 영역과 활동 범위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역사지도는 한사군 위치를 지금의 평양 등 한반도 북부로 표시했다. 이른바 ‘한사군 한반도설’과 같다. 일제강점기 이래 크게 변하지 않은 국내 주류 역사학계 통설이다. 문제는 한사군 한반도설이 중국 동북공정의 주장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사군 한반도설을 근거로 만리장성이 평양 부근까지 들어왔었다고 주장한다. 패수(浿水·고조선과 중국의 경계를 이뤘던 강)를 지금의 평안북도에 있는 청천강으로 보는 것도 논란거리다.

이런 관점에서는 고조선 영역은 두 강의 남쪽지역으로 쪼그라든다. 지난 20일 재단의 국회 업무보고에서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이 “재단의 지도는 동북공정으로 작성된 ‘중국역사지도집’와 동일한 역사관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이유다.

비주류 학계에서는 사료와 고고학 발굴 유물 등을 근거로 한사군과 패수 위치를 지금의 중국 동북부 지역으로 보고 있다. 인하대 복기대 교수는 “1차 사료만 제대로 검증한다면 한사군 한반도설이 나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도 의원실 관계자는 “최소한 다양한 학설을 병기하는 것으로 역사지도 내용이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역사지도의 이런 문제가 역사학계의 폐쇄성과 편향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많다. 특위 위원장 대리인 김세연 의원에 따르면 한사군 관련 내용을 역사지도편찬위가 참고한 연구 자료 67건 가운데 35건의 작성자가 고 이병도 전 서울대 교수다. 일제가 만든 조선사편수회에 참여했던 이 전 교수는 한사군 한반도설을 주장한 학자로, 광복 이후 한국 주류 사학계를 지배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기초 자료 활용의 편향성이 드러난다”고 꼬집었다.

편찬위 관계자는 이런 지적에 대해 “김 의원에게 제출된 목록에 활용 자료 중 일부가 누락됐고, 이병도 전 교수가 작성한 자료는 다양한 1차 사료가 포함되어 있어 이것을 참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학계 검증을 상당 부분 마친 상태지만, 앞으로 3년간 공개검증을 할 것”이라며 “고조선 영역, 한사군 위치 등에 대해서는 논란을 예상했다. 만나서 설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도가 출판될 때까지는 계속 검증 작업이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의견일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접근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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