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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을관계·품앗이…국회의원 후원금 '천태만상'

입력 : 2015-03-03 19:17:26 수정 : 2015-03-03 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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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구내 기초·광역의원·보좌진…여지없이 여야 의원에 거액 후원, 의원끼리 ‘누이좋고 매부좋고’ 기부
중앙선관위가 3일 공개한 2014년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현황을 살펴보면 정치권의 ‘후원금 천태만상’이 그대로임을 알 수 있다. ‘갑을관계’에 따른 후원금 납부나 의원 간 이뤄지는 품앗이는 물론 교묘하게 숨겨진 정치자금성 후원금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정치의 발전이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는 증거이면서도 정치를 향한 민심의 차가움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반복되는 ‘후원금 천태만상’

매년 3월 초 발표되는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현황에서 반복되는 첫 번째 요소는 갑을관계다. 국회의원 지역구 내 기초·광역의원이나 보좌진으로부터 후원을 받는 것이 발견된다. 지난해에도 여지없었다.

우선 새누리당. 최고위원인 김을동 의원은 지난해 서울시의원(비례대표)으로부터 500만원, 구의원으로부터 500만원, 자신의 보좌관으로부터 400만원을 후원받았다. 이장우 의원은 모 광역의원으로부터 13차례에 걸쳐 40만원씩 총 520만원을 후원받았다. 윤상현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한 김영주 전 의원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다를 바 없었다. 신계륜 의원은 자신이 고용한 비서로부터 35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목희 의원은 김두성 서울 금천구의회의장으로부터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정치자금법상 지역구 기초·광역의원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내는 것이 정치자금법에 위배되지는 않지만 적절하지는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란법’ 처리가 예정된 3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각각 열린 여야의 의원총회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 사진)가 골치가 아픈지 이마를 만지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물을 마시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의원들 간 ‘품앗이’도 되풀이됐다. 서로에게 후원금을 내주는 식이다. 기부액 연간 허용액인 500만원을 꽉 채운다. 새누리당 강석호 사무1부총장은 7·30 재보선으로 입성한 나경원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강 1부총장은 김영우 수석대변인에게도 500만원을 냈다. 김무성 대표는 자신의 핵심측근인 서용교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윤상현 의원도 이헌승 의원에게 500만원을 냈다.

새정치연합에서는 한명숙 의원이 문재인 당 대표에게 500만원을 냈고, 당 소속 윤장현 광주시장은 지방선거 출마 전 안철수 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했다. 탤런트 박상원·견미리씨 등 유명 연예인이 고액 후원을 한 것도 눈에 띄었다. 

◆“내는 사람만 내는 후원금”… 문화 바뀌어야


매년 후원금 내역이 공개될 때마다 ‘적절치 못한 후원’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마땅한 개선수단은 없다.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높은 불신은 물론 정정당당한 후원도 ‘로비’로 인식하는 풍토는 후원금 납부를 주저하게 만든다. “내는 사람만 내는 후원금”이라는 자조가 들리는 이유다. 일각에선 갑을관계와 같은 풍토도 지양되어야 하지만 후원금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오히려 익명을 내세워 후원금을 내는 ‘묻지 마 후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올해 선관위 자료를 살펴보면 회사 이름과 직책을 정확히 기록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회사원·자영업 등 두루뭉술한 표기도 눈에 많이 띄었다. 무직자나 20대 후반의 후원자가 연간 한도액인 500만원을 내는 선뜻 믿기 어려운 내역도 눈에 띄었다. 일부 후원자는 읍·면·동까지만 기재하게 되어 있는 주소지도 제대로 적지 않았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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