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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을 찾은 재중동포는“보통 평양 방문 초청장은 빠르면 일주일, 늦어도 이주일 이내에는 나왔다”며 “요즘에는 (북한) 간부들이 김정은이 어떻게 시비를 걸고 나올지 모르니까 발급을 잘 안 해주려고 하고,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초청장이 나온다”며 답답해 했다. 정기적으로 중국과 북한을 오가며 북한과 농업·경제 분야 교류 활동을 하는 그는“김정은이 이랬다저랬다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며 “한 번 내려온 방침이나 지시를 따랐다가 나중에 말을 바꿔서 트집을 잡을까 겁을 먹은 사람들이 많아서 아예 아무 결정도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명대로 살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인민무력부 건설자재 전시회장을 찾아 둘러보고 있다. |
북한의 ‘수령’은 유일무이한 절대적 존재다. 간부들과의 회의나 모임, 현지 지도에서 지나가듯 내뱉는 한마디도 모두 ‘최고 존엄’의 ‘말씀’이고 이는 곧 정책으로 공식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령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이른바 ‘수령의 무오류성’을 전제로 한 북한 체제 특유의 통치 방식이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판단은 완전 무결하지 않기에 입바른 소리를 하는 간부마저 곁에 없으면 정책이 오락가락하거나 북한 체제 현실과 동떨어지는 생뚱맞은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체제 들어 단행된 핵심 지배 엘리트에 대한 숙청과 잦은 인사 등 공포통치는 간부들의 입을 닫게 만든다. 그래서 김정은의 오류에 제동을 걸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용기를 타고 지난 15일 평양의 대규모 주택단지인 ‘미래과학자거리’ 건설 현장을 시찰한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비행을 마친 후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 전문가와 정부 안팎에서는 합리적 정책 결정을 기대하기 어려운 북한 체제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정책 혼선 정도가 심각하고 그 횟수도 비교적 잦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은의 초고속 권력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인 2013년 4월 대남 위협 수위를 높히며 평양 주재 외교관 대상으로 ‘곧 전쟁이 발발하니 출국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했다가 전체 외교단이 잔류 결정을 내리자 없던 일로 하거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라는 사상 초유의 무리수를 둔 점, 미숙한 대중·대미 외교 행보 등은 김정은 체제의 정책 결정이 혼선을 빚은 대표적 사례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정신병자’또는 ‘미친 개’라며 막말을 쏟아내던 와중에 갑작스럽게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한다며 지난해 10월 최룡해·황병서·김양건 등 고위급대표단을 인천에 내려보내 2차 고위급 접촉 재개를 약속해놓고 사흘 만에 서해 NLL(북방한계선) 침범 및 민간단체의 대북전단을 겨냥한 고사총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한 것은 김정은 체제의 정책 결정이 즉흥적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2014년 10월4일 북측 김양건 노동당 비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남측을 방문해 고위급 남북접촉을 가졌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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