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돼도 鄭부자 최대주주로
그룹측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주식 13%가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형태로 매각하는 방안을 다시 추진한다. 지난달 첫 번째 블록딜이 실패한 지 24일 만인데,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를 제재하는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 10일을 앞둔 시점이라서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예상 매각가격은 이날 현대글로비스 종가(23만7000원) 대비 2∼4% 할인된 22만7520∼23만2260원으로 정해졌다. 1차 블록딜 때 총 물량은 1조4000억원 가량으로 예상됐으나 실패했고, 이후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2차 블록딜 총 물량은 1조2000억원가량으로 1차 시도 때보다 2000억원가량 줄어들게 됐다. 지난 블록딜 실패 경험 때문인지, 블록딜 불발 시 대책도 마련됐다. 블록딜 대상 물량이 전량 소진되지 않으면 주간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이 잔여 물량을 인수키로 했다. 블록딜 이후 추가 지분매각을 금지하는 ‘락업’ 기간도 1차때 6개월에서 이번에는 2년으로 늘렸다. 개정 공정거래법 시행이 닥친 상황이라서 이번 매각을 어떻게든 성사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중 대주주 일가 지분이 30%를 넘는 계열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 또는 연간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매출액의 최대 5%의 과징금을 물리는 개정 공정거래법 및 시행령이 오는 14일 전면 시행된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이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필요한 경영권 승계 자금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출자 고리가 연결돼 있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번 블록딜로 마련한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이번 블록딜이 성사돼도 2년간은 추가 매각이 불가능해 최소 2년 동안은 경영권과 무관한 셈”이라고 지배구조 재편과 연관성을 부인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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