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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품작 저작권 뺏기, 공모전 '갑질' 여전

입력 : 2014-12-31 19:08:24 수정 : 2014-12-31 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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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가이드라인 무용지물
극작가 지망생인 김수연(가명·24·여)씨는 지난 9월 한 방송국이 주최한 ‘스토리 공모전’ 게시글을 보다 적잖이 놀랐다. 공모전 저작권과 관련한 안내문 가운데 ‘수상작의 저작권, 소유권, 사용권은 모두 공모전 주최 측에 귀속된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김씨의 질의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는 “불공정 약관 조항에 해당한다”고 답했다. 방송국 공모전 담당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를 받은 뒤에야 ‘응모작품의 모든 권리는 지원자에게 있다’는 내용을 수정 공지했다.

이처럼 공모전 출품작의 저작권을 공모전 주최 측이 일괄적으로 챙겨가는 불공정 거래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현재 문화창작 관련 공모전은 문화체육관광부(후원) 종편방송국 지상파방송국 출판사 대학교 등 7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행사 주최 및 주관사에 저작권의 귀속 관계를 확인한 결과 두곳은 ‘수상작의 저작권이 모두 주최 측에 귀속된다’고 밝혔다. 3곳은 ‘수상자와의 협의하에 저작권 범위가 정해진다’고 답했다. 나머지 두곳은 ‘모른다’고 답했는데, 이들 회사는 안내문 등에 저작권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시나리오 공모전을 하고 있는 서울 소재의 한 예술대학은 저작권 문의에 대해 “주최 측에 귀속된다”고 답했다. 한 공공기관은 공모전을 하면서 포스터에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있다’고 알렸지만 ‘3개월간 주최 측에서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단서조항을 통해 저작권 침해 논란을 피하려는 것이다.

공모전 참가자들은 이런 조항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응모자들은 ‘을’의 입장이어서 항의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달 한 광고 공모전에 출품한 최모(27)씨는 “저작권 소재를 명문화하지 않은 공모전에 출품했다가 아이디어만 뺏기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탈락할까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며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공모전에서 떨어진 아이디어가 상용화되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논란이 일자 문체부는 2014년 창작물 공모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저작권법 10조에 따라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 즉 지식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되고, 공모전 주최는 응모작 중 입상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 어떤 권리도 취득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가이드라인을 어겨도 처분이 불분명하고, 단서조항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불공정 계약을 하는 곳이 많아 여전히 문제점이 제기된다. 문체부는 공모전의 저작권 침해사례에 대해 별도의 단속을 벌이지도 않고 있다.

전정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공모전 주최자가 아이디어와 저작물에 대한 소유권을 가진다고 명시하는 것은 불공정 약관으로 공모전 가이드라인에 위배된다”며 “과거에는 공모전 아이디어 소유권이 주최자와 응모자 간의 사적약정으로 봐 관여하지 않았지만, 최근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이드라인이 명확하게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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