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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 기술을 입혀… 지구촌 사로잡을 ‘5대 킬러 콘텐츠’ 키운다

입력 : 2014-12-28 21:27:01 수정 : 2014-12-28 21:2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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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술로 진화하는 국내 콘텐츠산업 #1 국내에서 10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은 주인공 엘사가 ‘렛잇고’를 부르며 얼음공주로 변신하는 장면이 단연 압권이다. 이 대목을 비롯해 ‘겨울왕국’의 모든 시각특수효과가 월트디즈니의 한국계 아티스트 유재현(29)씨의 작품이란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지난 5월 내한한 유씨는 “얼음공주로 변신하는 엘사가 입고 있던 드레스가 변화하는 장면의 작업에만 1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며 “얼음이 녹아 고체에서 기체가 되는 것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과학 원리를 충분히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2 한국영화 흥행사를 새로 쓴 ‘명량’의 시각특수효과는 매크로그래픽스가 맡았다. 특수효과가 없었다면 조선 수군의 배 12척 앞을 가로막은 왜선 300척의 위용, 울돌목 바다의 거친 파도와 소용돌이, 선상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전투 등을 연출하는 데 상당한 애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는 ‘명량’ 외에도 ‘해적’, ‘해무’ 등 바다를 소재로 한 영화가 유독 많았다. 매크로그래픽스 강태균 실장은 “특수효과 덕분에 국내에서 해전이나 거친 바다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극 영화 제작이 가능해졌다”고 말한다.

영화 ‘명량’에 등장하는 배를 컴퓨터그래픽(CG)으로 만든 모습(왼쪽)과 나중에 상영한 영화의 실제 장면(오른쪽). 시각특수효과를 통해 배가 공격을 받아 부서지는 모습을 생생히 묘사했다.
요즘 정보기술(IT)만큼이나 널리 쓰이는 용어가 바로 문화기술(CT)이다. CT란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창조하고 유통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을 뜻한다. 애니메이션, 영화, 방송 등의 특수효과를 책임지는 컴퓨터그래픽(CG)에서 뮤지컬, 오페라, 연극 등의 무대 장치까지 CT의 적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전문가들은 문화 콘텐츠와 CT의 접목을 “예술에 기술을 입히는 것”이라고 부른다.

◆“불꽃놀이도 문화”… 기술력 키워야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은 2003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CT 연구개발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도 총 180억원을 들여 44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쏟아진 다양한 성과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이 ‘불꽃놀이’다. 2012년 콘진원에 의해 ‘전통문양 불꽃놀이 기술’ 개발 사업자로 선정된 ㈜한화는 빛컨, ㈜에픽브레인, ㈜에스비소트 등 중소기업과 더불어 다양한 불꽃놀이 기술을 개발해 서울, 부산 등 국내 주요 불꽃축제에서 선보이고 있다.

최근 불꽃놀이 관련 기술은 부가가치가 높은 ‘킬러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지원을 받은 국내 기업들이 다양한 불꽃놀이 관련 기술을 개발해 요즘 불꽃축제 때마다 우리 밤하늘을 다채롭게 수놓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불꽃놀이는 그동안 해외 기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온 분야다. 그런데 불꽃놀이를 대중적 문화행사로 간주하고 거기에 쓰이는 기술을 CT로 규정하자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은 순수 국내 기술로 한국 고유의 문화가 담긴 연꽃 모양 불꽃에서 사자, 개구리, 나이아가라 폭포 등 다양한 형상의 불꽃까지 만들어 대중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요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온갖 축제가 생겨나며 불꽃놀이 관련 기술이 부가가치가 높은 이른바 ‘킬러 콘텐츠’로 부상하는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앞두고 한층 심화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킬러 콘텐츠’ 육성할 CT 개발 시급

지난 11월 열린 ‘2014 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에선 출판사 대표 표도연씨가 전자통신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사무총장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표씨는 한 개의 초점렌즈를 이용해 곤충이나 야생화의 근접촬영이 가능한 ‘단안직교식 3차원(3D) 입체촬영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에서 개발한 대표적 문화기술(CT)인 ‘단안직교식 3차원(3D) 입체촬영 기술’로 근접촬영한 누에. 이 기술은 환경·생태 분야 교육자료 제작은 물론 다큐멘터리 촬영이나 의료장비 개발까지 활용 범위가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표씨의 기술 개발은 콘진원이 시행하는 ‘곤충·야생화 등의 3D 사진 데이터베이스(DB) 구축 사업’에 따른 것이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없는 곤충 등의 생생한 사진을 모은 DB는 그 자체로 훌륭한 문화 콘텐츠가 된다. 표씨는 “신기술이 새로운 문화 콘텐츠를 만드는가 하면 새로운 문화 콘텐츠에 대한 갈망이 신기술을 낳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게임, 음악, 애니메이션·캐릭터, 뮤지컬, 영화를 ‘5대 킬러 콘텐츠’로 선정해 육성할 방침이다. 해당 분야의 CT 개발에 집중적으로 투자함으로써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문화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콘진원 이영재 CT개발실장은 “CT 연구·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해 우리의 CT로써 콘텐츠 선진국과 경쟁하고, 글로벌 시장도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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