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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정상회담에 쫓겨 미완의 악수

입력 : 2014-11-10 19:08:26 수정 : 2014-11-10 22: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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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쫓겨 미완의 악수… 美·EU보다 관세철폐 비율 저조”
中 10년내 관세 철폐 71% 불과, 한국 우위 車·LCD 등 비율 낮아
10일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뚜껑을 막상 열어보니 미국이나 유럽연합(EU) 등 다른 거대 경제권과의 FTA보다 관세 철폐 및 완화 비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적잖다. 일각에서는 이날 정상회담에 맞춰 서두르느라 낮은 수준으로 타결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한·중 FTA 협상에서 양국이 20년 내에 관세철폐를 하기로 합의한 범위는 품목수 기준으로는 중국이 91%, 한국이 92%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중국이 85%, 한국이 91%이다. 이에 반해 한·미 FTA는 3년 내 관세철폐를 뜻하는 조기 관세철폐 비율이 품목수 기준으로 미국 91%, 한국 96%다. 한·EU FTA도 조기 관세철폐 비율이 EU 99%, 한국 96%에 달한다. 이와 달리 한·중 FTA에서는 중국 측이 10년 내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을 따져도 71%에 불과하다.

특히 자동차와 액정표시장치(LCD),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이 우위에 있는 품목은 관세철폐 대상에서 아예 제외됐거나 시장개방 수준이 매우 낮았다. 특히 한국 정유업체들이 중국시장을 겨냥해 생산설비를 키운 파라자일렌과 텔레프탈산은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중국 측 양허(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돼 추가개방 요구조차 할 수 없게 됐다. 우리나라 중공업 회사들이 현지시장 개척에 공들인 굴착기도 관세 인하효과를 볼 수 없게 됐다.

또 FTA에 기대를 걸었던 석유화학업계의 주력 수출품은 거의 10∼15년 내 철폐로 중국 측 개방수준이 낮은 편이다. 윤활기유(윤활유 원료)와 나프타는 15년 내 철폐대상이 됐고, 에틸렌은 LCD, 냉연간판, 에어컨과 함께 10년 내 철폐로 합의됐다. ABS 수지와 도료는 차량용 축전지, 가정용 정수기와 더불어 20년 철폐로 밀렸다. 최근 중국 시장 공략에 성공한 스킨케어 화장품, 샴푸, 린스는 관세 일부만 인하하기로 했다. 리튬이온 축전지, 선박용 엔진, 음향기기 부품도 같은 부분감축 대상에 들었다.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이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페닌슐라 호텔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통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의 의미와 효과 등을 설명하고 있다.
베이징=허정호 기자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농산물 시장을 보호하느라 공산품에서 공세적인 이익을 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협상 면에서 보면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며 “농수산물과 공산품 간 민감품목 범위설정을 높고 한·중 간 이견을 보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품목은 빼면서 낮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다”고 분석했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도 “FTA 협상이 정치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급하게 타결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며 “며칠 전까지 협정문에 들어갈 22개 장 가운데 6개 장에 대해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는데 마무리를 너무 쉽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번 협상을 지휘한 우철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 중에 많은 품목이 현지 생산전략을 채택해 관세철폐가 급하지 않은 품목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업부 논리대로라면 이들 품목의 산업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돼 국내 생산기반이 약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산업부 다른 관계자는 “시장 개방에 보수적인 중국을 상대로 미국이나 EU 수준의 관세철폐를 요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양국이 충분히 논의해 민감한 품목의 보호와 관세 철폐의 균형을 맞춘 만큼 절대 서두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비스·투자 시장 개방은 아직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주류를 이룬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서비스·투자 분야는 중간수준으로 타결돼 아쉬움이 작지 않고, 추가 협의에서 더 높은 시장 개방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 서비스 개방에 대한 논의가 다음으로 미뤄진 데 대해서도 아쉬움이 크다는 전언이다.

한편, 한·중 FTA에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게 돼 중국 수출길이 활짝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개성공단 제품은 한·미, 한·EU FTA에서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조치 때문에 한국산을 인정받지 못했다. 한·아세안 FTA 등 일부 FTA에서는 한국산으로 인정받았지만 실제 수출로 성사되지는 않았다.

황계식 기자 cul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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