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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인의 선택은 모험일까, 안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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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9-14 20:33:15 수정 : 2014-09-14 23: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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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스코틀랜드 운명의 주민투표 사흘 앞으로 ‘스코틀랜드인의 선택은 모험일까, 안정일까.’

영국의 운명을 가름할 스코틀랜드 독립 찬반 주민투표(18일)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유권자 428만여명의 표심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2일(현지시간) 발표된 영국 일간 가디언과 여론조사기관 ICM 조사에서 독립 반대 응답은 51%, 찬성은 49%로 나타났다. 반대여론은 6일 발표된 타임스·선데이타임스·유고브 조사보다는 2%포인트 떨어진 것이지만 11일의 48%와 비교하면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13일 ICM 여론조사에서는 찬성이 54%로 반대 46%를 8%포인트나 앞질렀다. 여론조사기관과 시기마다 결과가 달라 막판까지 예측불허의 혼전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전도 뜨겁다. 찬성 진영인 ‘예스 스코틀랜드’ 운동원 3만5000여명이 13∼14일 뿌린 홍보 전단지만 260만장이다. 독립 반대 진영 ‘베터 투게더’(Better Together)도 필사적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으로 이 운동을 이끄는 고든 브라운 전 총리는 주민투표가 부결되면 조세·예산권 등 더 많은 자치권이 이양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독립투표, 역사 앙금보다 남북 경제 격차


사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스코틀랜드 독립안이 이처럼 영국 사회를 뜨겁게 달굴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켈트족 후예인 스코틀랜드와 앵글로색슨계인 잉글랜드의 민족 갈등은 뿌리 깊지만 합병한 해는 지금으로부터 307년 전인 1707년이다. 1603년부터는 같은 왕을 둔 사실상 단일국가였다. 400년이 넘는 동안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함께 산업혁명을 이룩하고, 대영제국을 건설했으며, 제1,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같은 영국인이라는 자부심에 사그라진 줄 알았던 ‘민족적 반감’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은 1970년대부터다. 북해에서 대규모 유전·가스전이 발견됐고 스코틀랜드 지역 경제 주력인 석탄과 철강, 조선 산업은 점차 침체되기 시작했다. 마거릿 대처 전 총리의 무자비한 민영화·반노조 정책과 잉글랜드 위주 개발은 ‘지역 감정’ 수준에 불과하던 스코틀랜드의 반잉글랜드 정서를 분리독립 요구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어빈 웰시의 소설 ‘트레인스포팅’(1993년)은 ‘희망을 잃어버린’ 당대 스코틀랜드 젊은이들의 좌절과 방황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대처 집권 첫해인 1979년 15개였던 석탄광산은 마지막 해인 1990년 2개밖에 남지 않았다. 스코틀랜드 주민 5명 중 1명이 직장을 잃었다. 역사학자 톰 디바인은 “대처리즘을 거치며 스코틀랜드에서는 영국 정체성이 급속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2008년 미국과 유럽을 강타한 금융위기는 주민투표 실시의 기폭제였다. 영국 정부가 국가 부채를 이유로 재정감축을 강요하고 막대한 세금을 가져가자 스코틀랜드인들은 2011년 총선에서 민족주의 성향 스코틀랜드국민당(SNP)에 몰표를 던지는 것으로 화답했다. 알렉스 새먼드 SNP 당수 겸 스코틀랜드 자치수반은 “스코틀랜드 운명은 스코틀랜드인 손에” 공약을 내걸어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기성세대·비관주의 vs 젊은세대·낙관주의”


새먼드 수반이 제시한 “더 풍요롭고 공정한 나라” 스코틀랜드 미래는 장밋빛 일색이다. 최대 1조5000억파운드(약 2519조4600억원 규모, 240억배럴)어치 원유·천연가스가 매장된 북해 유전을 기반으로 북유럽식 무상보육과 최저임금 인상, 세금 인하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금융서비스와 위스키, 관광·교육 등 주력산업을 키우고 세제를 개편하면 2018년까지 연간 세수는 70억파운드(약 11조7600억원)까지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정부는 이 같은 전망을 허황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북해 유전 매장량이 100억배럴 정도에 불과하고 2040년까지 유전 수입은 616억파운드에 불과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코틀랜드는 독립 첫해 영국에 230억파운드가량의 채무를 상환해야 하고 중앙은행·상품거래소 등 국가 건설 초기 비용으로만 15억파운드를 써야 한다.독일 도이체방크는 주민투표가 가결되면 1930년대 미국 대공황과 같은 불황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생국 스코틀랜드는 유럽연합(EU)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도 새로 가입해야 한다. 스코틀랜드는 기존 회원국임을 내세우지만 EU는 28개 회원국 모두의 동의 등 엄격한 자격심사를 공언했다. 스코틀랜드는 군대도 없거니와 ‘비핵화’를 선언한 상태에서 기본적으로 핵무기에 기반한 군사연합체인 나토 가입은 불투명한 상태다.

미국의 외교전문 ‘포린어페어스’(FA)는 독립 투표의 핵심 쟁점은 비용이나 불확실성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FA는 유권자 등록률이 97%에 달하는 뜨거운 관심은 경제난에 허덕이는 젊은세대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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