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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낙선하자 선거보전금 떼먹고 다시 시장 출마해 청구

입력 : 2014-08-25 06:00:00 수정 : 2014-08-25 07:2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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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당선무효자 징수 권한 없어
“돈 없다” 버티면 국민 혈세로 메워야
2012년 4월 19대 총선에 출마했던 엄모씨는 낙선했지만, 15%를 웃도는 득표율로 선거비용 1억6700만원을 보전받았다. 중앙선관위는 엄씨가 선거과정에서 자원봉사자에게 금품과 식사를 제공한 혐의가 드러나자, 뒤늦게 보전비용 반환을 요구했다. 엄씨는 “돈이 없어 못 낸다”고 버티더니 국회의원에서 시장으로 종목을 바꿔 지난 6·4 지방선거에 다시 도전했다. 선관위는 엄씨가 지방선거에서 지출한 비용 중 1억1500만원을 보전해주지 않고 압류했다. 엄씨는 남은 5200만원은 아직도 반환하지 않고 있다.

◆“쓰고 나면 그만”인 선거비용


정치권에서는 “낙선하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설이 전통처럼 내려온다. 그러나 선관위 측은 “과거 공천을 받기 위해 대규모 정치자금을 납부하고 유권자에게 돈봉투를 돌려야 했던 시절에나 통용되던 얘기”라고 일축한다. 현행 선거법은 공직선거 출마자가 사용한 회계비용을 엄격히 감시한 뒤 일정 득표율 이상을 얻으면 선거비용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선거비용을 보전받고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으면, 보전금을 토해내야 하지만 강제로 징수할 권한은 없다.

선관위 입장에서 엄씨처럼 선거비용을 압류한 사례는 운이 좋은 경우다. 2012년 9월 당선무효형을 받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은 35억3700만원을 반환해야 한다. 그러나 24일 현재 곽 전 교육감이 낸 돈은 고작 1292만원으로 총액의 0.3%에 불과하다. 지난 2년 동안 은행이자도 안 낸 셈으로 ‘배째라’ 식이다. 게다가 곽 전 교육감의 당선무효로 다시 치른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는 173억여원의 혈세가 들어갔다.

선거 사무와 관리를 담당하는 선관위는 보전금을 강제로 징수할 권한이 없다. 따라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 직후 후보자에게 반환금액을 고지하고 자진납부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30일 이내 후보자가 선관위에 납부하지 않으면, 선관위는 관할 세무서에 징수 업무를 위탁하게 된다. 세무당국이 나선다고 해도 후보자들이 재산을 차명으로 전환하거나 은닉하면 압류할 방도가 없다.

국세청은 선관위로부터 징수를 위탁받은 뒤 통상 5년이 지난 후에도 후보자의 재산을 파악하지 못하면 ‘징수 불가’를 통보한다. 선관위가 2004년 이후 아직 되돌려받지 못한 선거비용 147억여원 중 29억8200만원은 이미 징수 불가 결정이 내려졌다. 그 금액은 고스란히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선거비용 ‘먹튀’ 막으려면

정치인의 불합리한 회계관행과 인식에 대한 비난여론이 커지면서 선관위는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 방안을 준비 중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출판기념회를 포함해 공직선거 출마자의 선거비용 수입·지출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히 회계절차만 새로 정비하는 게 아니라 선거비용 사후검증까지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후보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보전금 지급을 연기하거나 보전 이후 의도적으로 선거비용 반환을 피한 사실이 적발되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강경 카드도 거론된다.

선관위는 6·4 지방선거에서 처음으로 후보자가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선거비용 수입·지출내역을 공개하도록 안내했다. 다만 강제사항이 없어 참여율이 15.2%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선거비용에 국고가 투입되는 만큼 선거비용 공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국민의 세금이 어디에 얼마나 들어가는지 알 권리 차원에서 선거비용을 공개하고 미반환자는 실명을 밝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목진휴 국민대 교수는 “당선무효로 재선거 사유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보전받은 금액뿐만 아니라 재선거에 보전된 비용 전액을 내놓도록 법을 개정하면 정치인의 안일한 인식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문제는 법을 적용받는 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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