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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겪은 이라크 전쟁… 수많은 꿈들도 스러지다

입력 : 2014-08-15 21:57:31 수정 : 2014-08-15 21:5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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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범 글/김종숙 그림/낮은산/1만8000원
그 꿈들/박기범 글/김종숙 그림/낮은산/1만8000원


2003년 2월 작가 박기범은 이라크로 날아갔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이라크 아이들의 곁에서 ‘인간방패’를 자처했다. 그해 8월 돌아오기까지 그는 네 차례 이라크에 들어가 포화 속에서 민간인들과 전쟁을 감내했다. 10년이 지난 2013년에야 그는 자신이 몸으로 겪은 전쟁을 글로 토해낼 수 있었다.

저자에게 전쟁은 국제적 역학관계와 첨단무기, 숫자, 긴박한 속보로 각색된 차가운 게임이 아니었다. 그가 본 이라크에는 ‘사람’이 있었다. 책에는 그가 만난 이라크인들, 파병돼 온 미군들의 사연이 담겨 있다.

축구선수를 꿈꾸는 알라위, 구두닦이 핫산, 자식·손자들과 오순도순 사는 것이 마지막 꿈인 무스타파 할머니가 저마다의 사연을 풀어놓는다. 미군도 마찬가지다. 마이클 일병은 ‘이라크 아이들의 웃음을 지켜주고 싶어서’ 전쟁에 자원했다. 토미는 줄줄이 동생이 넷인 집안 형편 탓에 이라크로 왔다.

불빛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더니 벼락 같은 폭발 소리가 하늘을 갈랐다. 땅이 울리고 집이 무너졌다. 살람 아저씨의 집을 누군가 두드렸다. 문을 열자 축구선수를 꿈꾸던 알라위가 온몸에 피칠을 하고 울부짖었다. 알라위의 아버지는 차마 말할 수 없는 모습으로 숨을 거둔 뒤였다.

저자는 “전쟁을 벌이는 이들은 밤 사이 스러져간 한 사람의 꿈, 한 사람의 사랑을 아주 없는 것처럼 무시했다”며 “오로지 사망자 숫자만을 헤아릴 뿐”이라고 꼬집는다. 그는 이어 “10년이 지나는 동안 ‘심각한 얼굴의 사람들’은 곳곳에서 또 다른 전쟁을 만들어냈다”며 그 사이 스러져간 수많은 꿈을 상기시킨다.

송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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