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장애예술인 전용 입주시설인 잠실창작스튜디오 소속 작가 신현임(58)씨는 4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은 장애예술인이다. 오는 10월 예정된 개인전을 포함해 30회 넘는 전시 경험이 있는, 말 그대로 ‘프로 작가’다. 이렇게 불편한 조건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을 할 수 있기까지 장애인 전용 창작공간인 잠실창작스튜디오의 역할이 컸다. 신씨는 “일반 가정에선 불가능한 대형 작업이 가능한 건 물론이고, 다른 작가들과 교류를 왕성하게 할 수 있어 많은 예술적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잠실창작스튜디오는 이런 중요성에 비해 시설이나 인력 구성이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세계일보 취재 결과 스튜디오 내 공간이 부족해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나 장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시설을 운영하는 인력의 부족으로 입주 작가에 대한 효과적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 |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내에 있는 잠실창작스튜디오 내부 모습. 지난해 리모델링을 거쳐 공동으로 쓰던 작업실을 개인 작업실로 나누고 휠체어 통행을 방해하는 문턱을 없애는 등 일정한 개선이 이뤄졌다. 김범준 기자 |
“애써 민간기업을 통해 고급 장비를 지원받아도 스튜디오 안에 이걸 보관할 공간이 없는 게 현실이에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안에 위치한 잠실창작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휴게실 내 서재 사이사이마다 비치된 스튜디오 촬영 장비들이었다. 잠실창작스튜디오의 한 관계자는 “2013년 한 기업에서 지원을 받아 구입한 고급 장비인데, 제대로 활용할 공간이 없어 임시방편으로 휴게실에 놓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거액을 들여 구입한 금속판화용 프레스 기계 2대도 야외에 방치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한다.
![]() |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인 김경아씨가 지난 7월31일 자신의 작업실에서 유화 작업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 |
입주 작가들이 지난 7월31일 잠실창작스튜디오 내 다목적 전시장인 ‘하늘연’에서 ‘자기 정체성 찾기로서의 글쓰기’라는 주제의 강의를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
부족한 건 공간만이 아니다. 입주 작가들을 지원할 인력 또한 턱없이 모자랐다.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소속된 입주 작가 수는 총 13명인 반면 이들의 활동을 돕고 관련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상근직원은 3명에 불과하다. 한 직원은 “일본에서는 장애인 1명당 보조 인력을 3명씩 두는 식으로 시설을 설계한다고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그 반대다. 이런 상황에서 입주 작가들이 정상적 지원을 받길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민간기업이 아무리 거액을 지원해줘도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해 민간기업에서 지원받은 재원은 총 8500만원이고, 서울문화재단이 직접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집행한 예산은 이보다 적은 5000만원이었다. 한 직원은 “장애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외부 지원도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런 걸 보면 솔직히 우리는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