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개월 이내에 근로자 10% 이상의 대량 고용변동이 있을 경우 정부에 신고하도록 돼 있는 고용정책기본법 제33조 규정이 1993년 법 시행 이후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대량 고용변동에는 최근 유행하는 희망퇴직을 비롯해 명예퇴직과 조기퇴직 등이 모두 포함된다.
20여년간 기업들은 대규모 명퇴 등을 실시하면서 이를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할 경우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돼 있지만 과태료가 부과된 적도 없었다.
한 의원이 문제를 지적하자 고용부는 최근 8320명의 직원을 특별명예퇴직이라는 형태로 구조조정한 KT에 처음으로 법 규정에 맞춰 신고하도록 했다.

최근 금융권을 중심으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이 여파로 지난 7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8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만명(12.7%)이나 증가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 사람 중 경영상 필요에 의하거나 기타 회사 사정에 의한 퇴직자 수가 지난해 87만8343명으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이런 제도가 운영되는지 잘 몰랐고 큰 관심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면서 “그간 정부의 지원 틀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는데 현재 금융권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기업들이 편법으로 대량 고용조정을 일상적으로 하고 있음에도 법적 의무마저 이행하고 있지 않은 정부가 고용을 최우선 과제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며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서는 고용유지가 신규 창출보다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윤지희 기자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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