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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학원과 다를 게 없다" 학교 등지는 서울대생

입력 : 2014-06-15 18:52:51 수정 : 2014-06-16 09: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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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 이상 “주입식 강의 실망”, 4명 중 1명꼴 “자퇴 고민 경험”
매년 100명 이상 캠퍼스 떠나… 교수진·교과 과정 개혁 시급
“서울대를 자퇴했다는 얘기를 하면 다들 ‘왜?’라고 물어봅니다. 미쳤다고도 하고요.”

어릴 때부터 ‘수재’ 소리를 들었던 A(24)씨에게 서울대는 ‘정해진 코스’였다. 그러나 합격 후 대학 생활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A씨는 “강의가 주입식으로 이루어져 고등학교와 별 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며 “강의 시간에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란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지적 욕구를 채우지 못했던 그는 결국 서울대를 그만뒀다. 

고3 입시생을 둔 학부모들의 선망대상인 서울대에 어렵사리 들어간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세계일보가 15일 서울대 재학생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24명이 ‘자퇴를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답했고, 이 중 4명은 ‘(자퇴를) 자주 생각한다’고 말했다. 표본조사대상 절반이 넘는 학생들이 서울대 입학 후 실망을 느꼈다고 답했다.

한 학생은 “고시 준비 학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학문을 연마한다기보다 학점을 따고 취업하기 위한 준비를 하라고 내모는 것 같다”고 말했다. A씨처럼 서울대에 실망하고 자퇴를 선택하는 학생은 매년 100명이 넘는다.

학생들은 물 밖으로 뛰쳐나갈 능력을 배양하길 원하지만 학교가 그것을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서울대 학생들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반론이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서울대가 차지하는 위상과 졸업생들의 영향력 등을 고려했을 때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이 각종 국제 지표에서 상위권에 오르면서도 유독 대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것도 대학의 현실 안주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대는 지난 3월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2014 세계대학순위’에서 44위에 턱걸이했다. 세계 10위권인 경제 수준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부러워하는 학구열을 고려했을 때 서울대가 ‘우물안 개구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심증이 굳어지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폐쇄성과 기초학문 취약 등을 지적하며 개혁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원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서울대가 세계적인 대학과 경쟁하려면 기초학문 분야를 튼튼히 하고 학제 간 연구(통섭)를 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진이 대부분 서울대 출신으로, 교수 사회가 폐쇄적이라는 평이 있다”며 “해외 유명 석학을 초빙하는 등 실력 있는 교수진용으로 재편하고 연구에 집중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유나·권이선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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