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의 조사결과 대다수 수입차 브랜드에서 신차를 구입할 때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자사규정’ 혹은 ‘관례’를 핑계로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하고 있어 하자가 없는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를 두고 수입차 업계에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단체의 조사가 실제 구매 고객의 사례를 바탕으로 하지 않았고 각각의 판매회사 혹은 판매사원에 따라 임시번호판에 대한 답변을 다르게 했을 가능성도 제기돼 조사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12일 컨슈머리서치(대표 최현숙)에 따르면 국내에서 신차를 판매하는 국산·수입차 브랜드에서 임시번호판의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 나타났다. 조사에 따르면 국산차는 임시번호판 발급을 모두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만 모두 가능하다고 밝혔고 나머지 브랜드는 일부 거부했다.
컨슈머리서치는 이번 조사를 위해 수입차 23개 매장, 국산차 15개 매장에 방문하거나 전화로 해당 사항을 조사했다. 컨슈머리서치 백진주 부장은 “전체 조사 대상 매장 가운데 20% 정도를 직접 방문했고 나머지는 실제 소비자를 가장해 전화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국산차 대리점은 100% 임시번호판 발급이 가능했지만 수입차 매장에서는 39.1%인 9곳만 임시번호판 발급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BMW는 서울과 경기 3곳의 판매점 가운데 서울의 1곳에서만 임시번호판 발급이 가능하다고 답했고 BMW MINI는 서울, 경기 모두에서 발급이 불가능했다.
아우디 역시 서울과 경기 3곳 가운데 서울의 1곳에서만 가능했고 포드 역시 3곳 가운데 1곳, 도요타는 서울 2곳에서 모두 불가능했다. 혼다와 볼보, 닛산, 푸조도 각각 서울 1곳의 판매점을 조사한 결과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했다.
백 부장은 “실제 조사는 이보다 더 많이 이뤄졌지만 수입차의 브랜드별 판매량을 고려해 일부 조사 결과는 발표에서 제외했다”며 “제외한 조사대상 가운데는 임시번호판 발급을 허용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건상 자동차 판매점에 대해 전수 조사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부 매장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경기지역의 수입차 판매점은 약 150개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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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슈머리서치가 조사한 수입차 딜러사 임시번호판 발급 현황. 20% 가량은 직접 방문했고 나머지 80%는 전화 문의로 임시번호판 발급 여부에 대해서 조사했다. /컨슈머리서치 |
이어 “과거에는 자동차의 초기 품질이 좋지 않아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고 사후 보장도 부족해 임시번호판 제도가 중요했지만 최근에는 출고 전 PDI센터까지 여러 차례 품질 확인을 하고 초기 품질도 크게 개선되면서 임시번호판 발급을 오히려 번거롭게 생각하는 소비자도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시번호판을 발급하지 않아 초기 품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국내에서도 종종 발생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출고 후에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사후보장 기간을 늘리거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자체 조사결과 컨슈머리서치의 조사결과와 달리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 브랜드의) 최근 판매량이 목표에 미달하기 때문에 임시번호판을 발급해서라도 꼭 팔아야하는 실정”이라며 “한 대 판매가 아쉬운 상황에 임시번호판 발급을 거부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고 실제 계약 과정에서 임시번호판 발급을 원하는 경우 반드시 발급하고 있다”며 “전화로 임시번호판 발급 여부에 대해서만 물어본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다일 기자 aut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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