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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배' 무리한 운항…구조·수색까지 ‘총체적 부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2 19:43:35 수정 : 2014-04-22 23:3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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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둘러싼 단계별 책임 수사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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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국내 영업부터 운항, 침몰 전후 구조·수색작업까지 전 과정이 ‘총체적 부실’로 드러나면서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다. 국민들은 ‘이게 정녕 대한민국의 수준인가’ 싶을 정도의 후진국형 대참사에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단계별로 책임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세월호를 둘러싼 문제와 책임소재는 크게 5단계로 나뉜다. 박 대통령이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함에 따라 각 단계별로 관련돼있는 단체, 기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수입·개조·면허

22일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일본에서 건조돼 18년 동안 운항한 나미노우에호(6586t급·정원 804명)를 2012년 10월 수입했다. 선령(船齡)제한 20년을 2년 남긴 문제의 노후 여객선은 5개월가량 객실 증축 등 개조를 거쳐 국내 최대 여객선 세월호(6825t급·정원 921명)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당초 설계도와 달리 배의 무게중심이 옮겨졌고 복원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여객 정원을 늘리려고 선미 쪽 객실을 무리하게 수직 증축하면서 무게중심이 달라졌을 거란 얘기다. 이번 침몰 사고의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세월호가 한국선급의 정기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고 인천지방해양항만청에서 면허를 발급받기까지 걸림돌은 없었다. 그리고 지난해 3월부터 국내 운항의 닻을 올렸다.

◆출항 전 안전 점검·관리

세월호는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기본적으로 노후 선박이었던 탓에 각 기관과 부품 등에 대한 정밀 관리와 안전점검이 중요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허술하게 진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2월 해양경찰청과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 등 5개 유관기관이 실시한 특별 안전점검 내용만 봐도 그렇다. 이들 기관은 선박 내 안전시설 등 31개 항목을 점검해 ‘수밀문(침수시 배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막아주는 문) 작동 불량’과 ‘화재경보기 작동법 숙지 불량’ 등 5가지 항목의 문제점을 적발했다. 이어 수밀문과 화재경보기 관련 사항은 바로 현장 조치했으나, 나머지 지적 사항은 며칠 뒤 청해진해운 측의 ‘시정했다’는 통보에 그냥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호’판정을 받은 26개 조항 중에는 선내 비상훈련 실시 여부와 구명뗏목 정비기록, 조타기 정상작동 여부 등 침몰 당시 문제가 된 조항들이 여럿 담겨 있어 부실 점검 논란이 제기됐다.

선원과 승무원에 대한 안전 훈련·교육도 소홀했다. 청해진해운이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가 지난해 쓴 선원 안전교육 연수비는 54만1000원에 불과했다. 반면 접대비와 광고선전비로는 각각 6060만원과 2억3000만원이나 썼다. 세월호 선원과 이용객 사이에선 “평소 제대로 된 선원 훈련을 받지 못했다”거나 “출항 전 승객들을 대상으로 한 대피 교육이 부실했다”는 지적이 많다.

세월호가 출항 전 화물 중량과 차량 대수를 허위로 보고하며 과적을 했지만 걸러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세월호는 화물과 차량을 각각 657t과 150대를 실었다고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지한테 보고했으나 실제는 각각 3608t과 180대를 싣고 출항했다.

◆운항·교통관제센터 교신

출항 당일인 지난 15일은 해상에 안개가 짙게 끼어 인천항에서 출항 예정이던 여객선 거의가 운항을 취소했다.

그러나 세월호만은 예외였다. 당초 출항시각보다 2시간 30분가량 지난 오후 9시쯤 안개주의보가 해제되자 닻을 올렸다. 지연 출발로 세월호가 이튿날 아침 난코스인 맹골수도를 지날 때 조타 지휘 당번 순서도 바뀌었다. 1등항해사에서 경험이 없는 3등항해사 박모(26·여·구속)씨가 키를 잡은 것. 초보인 박씨는 제주행 맹골수도에서 지휘를 한 적이 없었지만 선장 이준석(69·구속)씨 등 고참 항해사들은 조타실을 비웠다. 당시 이씨 등의 행적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다. 또 세월호가 사고 전후 해경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 관할 해역에 들어온 오전 7시7분부터 2시간가량 VTS와 전혀 교신을 하지 않은 것도 의문이다. 특히 진도VTS가 세월호의 정상 항로 이탈 등 이상 징후를 미리 간파하지 못한 점을 놓고 모니터링 소홀 논란 등이 제기된다.

◆침몰 직후 승무원 대응

당시 세월호 승무원은 모두 24명. 선장 이씨를 포함해 선박 구조를 잘 아는 갑판부·기관부 소속의 ‘선박직’ 15명, 승객 서비스를 맡는 영업부 소속의 ‘일반직’ 9명으로 구성됐다. 이 중 선박직은 전원 살았고, 일반직은 3명(2명 사망·4명 실종)만 구조됐다. 이씨 등 선박직 승무원들은 사고 직후 각자 맡은 위치에서 승객 대피를 안내하고 구명정 등 탈출장비를 챙겨야 하는 의무를 저버리고 조타실에서 해경의 안내를 받으며 손쉽게 배를 떠났다. 상당수 일반직만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함께 희생됐다. 아울러 단원고 학생 250명을 비롯한 승객 302명은 “제 자리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이씨 등의 지시를 따르다 비명만 남긴 채 컴컴한 바닷속에 잠겼다. 이씨는 “퇴선명령을 내리고 떠났다”고 주장했지만 일반직 승무원과 승객들에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박 대통령까지 나서 이들 선박직의 행태에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퍼부은 이유다.

침몰 전후 이들 한명 한명이 어디에서 뭘 하고 있었는지와 관련법에 따른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철저히 가려야 하는 대목이다.

◆구조·수색작업

사고 발생 보고부터 구조, 수색까지 정부는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을 드러냈다.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재난대응체계는 엉망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름까지 새로 바꿔주며 재난 대응 총괄 사령탑으로 힘을 실어준 안전행정부부터 허둥대고 우왕좌왕했다. 안행부는 침몰 후 39분이나 지난 오전 9시31분에야 청와대에 첫 보고를 했고, 이 마저 보고 내용이 부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본은 특히 가장 기초적인 승선자 및 구조·사망·실종자 수도 수시로 오락가락하면서 사망·실종자 가족과 국민의 공분을 샀다. 그동안 ‘대국민 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자랑하던 안행부의 홍보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또 해수부와 해경 등 주무부처는 판단 미스로 침몰 중인 세월호를 적기에 통제하거나 구조·수색 작업에 적극 나서지 못했다. 오히려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혼선을 초래하고, 고성능의 구조 장비 등을 갖춘 민간의 지원을 늦게 요청하면서 구조작업이 지연돼 실종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의 비판을 샀다.

이강은·권이선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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