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선원들, 승객 몰래 전용통로로 탈출했다"

관련이슈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입력 : 2014-04-21 19:49:05 수정 : 2014-04-22 10:56:4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합수부, 기관장 진술 확보 조사 “선장, 방송 먹통된 뒤 퇴선명령”
수색 본격화… 사망자 대거 수습
세월호 선장이 배가 60도가량 기울어지자 뒤늦게 퇴선 명령을 내린 게 희생자 규모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선원들이 세월호 침몰 직전 전용통로를 이용해 탈출했다는 진술이 나와 검경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1일 생존 선원들의 진술을 종합한 결과 선장 이준석(69·구속)씨가 선내 방송이 불가능할 정도로 배가 침몰 중인 상황에서 퇴선 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승객들을 놔둔 채 선장이 먼저 탈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퇴선명령을 내렸다”며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배가 상당히 침몰한 데다 승객들에게 대피 방송이 전달될 수 없는 시점에 내려진 명령이어서 이씨가 직무유기 책임을 면키는 어려울 전망이다.

합수부에 따르면 이씨가 세월호 침몰 당시 1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린 시점은 배가 60도가량 기운 때라는 선원들의 진술이 나왔다. 조타수 오모씨는 “선장이 배가 60도 전후로 기울 때부터 부랴부랴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퇴선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의 교신에서 “배가 60도 정도 좌현으로 기울어져 있는 상태…”라고 밝힌 시각은 16일 오전 9시37분. 이를 근거로 합수부는 세월호의 조난 신고(오전 8시55분)부터 이씨의 퇴선명령까지는 40분 넘게 걸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 사고 직후 선장 행적이 확인된 시각이 이씨가 진도 VTS와의 교신에서 “선원들과 함께 브리지(조종실)에 모여 있지만 거동할 수 없다”고 알린 오전 9시17분이다. 이를 감안하면, 선장 이씨는 배가 기우는 절박한 상황인데도 최소 20분 이상 퇴선명령을 지체한 셈이다.

이로 인해 선내 안내 방송 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할 수 없었고, 1등 항해사도 승무원과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적극 전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꼭 돌아오렴” 애끊는 기도 세월호 침몰 사고 엿새째인 21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바다를 바라보며 기도를 하고 있다.
진도=김범준 기자
합수부는 이날 1등 항해사 강모·신모씨, 2등 항해사 김모씨, 기관장 박모(54)씨 등 4명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는 “배가 많이 기울어 기관실에 전화해 탈출을 지시한 다음 선원들만 다닐 수 있는 통로를 이용해 3층으로 내려가 선원들을 다 만나서 그대로 밖으로 나가 해경 단정을 타고 탈출했다”고 진술, 합수부가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합수부가 박씨 등 4명을 체포함에 따라 이번 사고로 입건된 이는 7명으로 늘었으며, 이씨 등 선박직 생존 선원 15명 전원은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침몰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선박 증·개축과 화물 과잉 선적 문제 등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선체 3∼4층에 대한 집중적인 수색 활동을 벌여 이날까지 시신 87구를 수습했다.

구조팀은 조명탄과 채낚기 어선 등의 지원을 받아 객실에 대한 집중 수색에 들어간 결과 이날 하루에만 28구를 추가 인양했다.

목포=한현묵 기자, 진도=이태영 기자 hansh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