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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의 게임광 아빠 … 2살 아들 방치해 숨지게

입력 : 2014-04-14 19:55:08 수정 : 2014-04-15 10: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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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만에 한번씩 집에 들어가 숨진 아들 보고도 또 PC방 전전
쓰레기봉투에 담아 시신 유기… 아내 “아들 보고싶다” 추궁에 덜미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인터넷 게임에 빠져 PC방에서 살다시피 한 20대 아버지가 2살 난 아들을 방치했다가 숨지게 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그는 아들의 시신을 집 안에 내버려 둔 채 또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PC방을 전전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4일 28개월 된 아들을 혼자 집에 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정모(22)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2011년 12월 PC방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다 만나 동거한 아내(21) 사이에 아들을 출산했다. 이후 혼인신고를 하고 경북 구미 인의동 소재 모친 소유의 아파트를 얻어 살았지만 이렇다 할 소득 없이 PC방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그러던 지난 2월24일 아내가 구미의 한 기숙사가 딸린 휴대전화 부품 공장에 취직하면서 별거 생활이 시작됐다. 정씨는 아내에게 “부모 집에 아이를 맡기겠다”고 해 안심시킨 뒤 곧바로 PC방으로 향했다. 그가 푹 빠져 있던 게임은 미국 라이엇 게임즈에서 개발한 ‘리그 오브 레전드’다. 국내 동시접속자 수가 10만명에 이르는 인기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체인 넥슨에서 서비스하는 1인칭 슈팅게임 ‘서든 어택’도 그가 즐기던 게임이었다.

정씨가 지난 11일 아들의 시신을 비닐 가방에 담아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잡혔다.
대구 동부경찰서 제공
정씨가 다시 집에 들어간 것은 사흘 뒤인 27일, 그는 울며 보채는 아들에게 된장찌개와 육개장으로 밥을 줬다. 그러나 이틀 만에 또다시 PC방으로 향했고 일주일이 지난 3월7일 집으로 돌아왔을 때 두 살배기 아들은 이미 숨진 뒤였다. 정씨는 안방에 쓰러져 있던 아들을 그대로 놔둔 채 다시 게임을 하기 위해 나섰고 지난달 31일에야 집으로 돌아와 아들의 시신을 담요에 싸 베란다에 내어놓고는 또다시 PC방으로 향했다. 정씨는 지난 11일 오전 10시쯤 100ℓ 쓰레기봉투에 담요에 쌓인 아들의 시신을 담은 뒤 지퍼가 달린 비닐 가방에 넣었다. 그 뒤 도보로 약 1.5㎞ 떨어진 구미 인동의 한 빌라 앞 화단에 버렸다.

이러한 범행은 아내가 정씨에게 “아들을 보러가겠다”고 하면서 드러났다. 정씨는 “대구에 있는 아는 누나집에 맡겼는데 없어졌다”고 한 뒤 직접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경찰에 “지하철역에서 노숙을 했는데 편의점에 다녀온 사이 사라졌다”, “구미대교에서 함께 투신했는데 혼자만 (강에서) 빠져나왔다” 등의 진술을 하며 책임을 피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은 13일 오전부터 조사를 시작, 오후 2시30분쯤 범행사실을 자백받은 후 쓰레기봉투에 유기된 시신을 찾아냈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두 살 난 아이를 일주일씩 방치하면 사망에 이르게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면서도 범행을 저질러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부검을 진행한 경북대 이상한 교수(법의학과)는 “부패 상태가 너무 심해 현재까지 정확한 사인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에서 약 50㏄가량 내용물이 나와 국과수에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고 말했다.

대구=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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